애프터 다크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
한밤중 데니스에서 책을 읽던 아사이 마리는 밤샘 밴드 연습을 준비하는 다카하시라는 청년을 만난다. 그는 과거 언니 에리와 더블 데이트할 때 만났던 인물. 그를 통해 마리는 전 프로레슬러 가오루가 매니저로 있는 러브 호텔의 중국인 매춘부 폭행사건을 도와주게 된다. 중국인 매춘부를 폭행한 것은 프로그래머 시라카와로 그는 근처 사무실에서 새벽 근무 중.
한편, 아사이 마리의 언니 아사이 에리는 2개월 동안 끝없이 잠을 자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4년작. 장편이라고는 하는데 200여페이지에 불과한 분량만 놓고 보면 중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이도 적당하지만 읽기 편해서 집어들고 한번에 읽을 수 있었네요. 세부 디테일 묘사가 빼어나다는 것, 청춘들의 잘 알 수 없는 고뇌가 설득력있게 묘사되는 등의 장점도 여전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실험적인 묘사가 눈에 띄더군요. 일종의 방백처럼 독자가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하는 아시이 에리의 침실과 TV에 대한 묘사가 그러해요.
그러나 작품 전체를 놓고보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미사여구로 치장하여 보기에는 풍성하지만 결국 정리되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거든요. 에리의 잠은 깰 것인지, 마리와 다카하시가 프란시스 레이의 음악을 배경으로 눈 속에서 데아트를 할 것인지, 시라카와는 중국인 조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 없는데 이 정도면 열린 결말도 뭐도 아니고 작가의 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책 소갯글을 보면 어둠의 감촉, 고독의 질감을 담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만큼 이미지를 묘사한 소설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딱히 성공적인 결과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럴거면 마리와 다카하시의 청소년 이상 성인 미만 청춘의 하룻밤 만남 이야기를 깔끔하게 그리는 것이 훨씬 쉽고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작가 스스로도 한밤중 패밀리 레스토랑에 혼자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거는 소년의 모습을 보고 구상했다는 말 그대로 말이죠. 섹스 없는, 그냥 이야기만 있지만 묘하게 감정을 사로잡는 그런 이야기.
특히나 <상실의 시대> (저는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 ) 에서 와타나베가 미도리에게 공중전화로 전화하는 마지막 묘사 스타일로 마지막 둘의 이별을 그렸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과연 마리는 맛있는 계랸말이를 먹으러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설레면서도 두근거리는 여운을 남기는 식으로 말이죠.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분위기 묘사는 최고지만 독자에게는 아주 불친절한 작품이었다 생각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전방위적인 호평이 쏟아진 작품이라고는 하는데, 저는 이해하기 쉽고 보다 친절한 작품이 좋습니다.
덧 1 : 도서출판 비채의 추리소설 레이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로 출간되었는데, 이게 추리소설이라는 의미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전혀 아닌데, 제 분류로는 "기타" 입니다.
덧 2 : 매 장면마다 배경 음악이 소개되는 것이 특이한데, 잊기전에 적어봅니다.
11:56 데니스
퍼시 페이스 고 어웨이 리틀걸
다카하시가 등장하여 파이브 스폿 애프터 다크 허밍
버트 배커랙 에이프릴 풀
12:25 데니스
마틴 데니 악단 모어
01:18. 작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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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엘링턴 소피스티케이티드 레이디
01:56 스카이락
펫 숍 보이스 젤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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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3 : 시라카와의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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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8 시라카와의 사무실
브라이언 아사와가 부르는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의 칸타타
집으로 가던 중 들른 세븐일레븐에서는 서던 올 스타스 신곡
04:52 연습실
소니 롤린스 소니문 포 투 (다카하시 밴드 연주)
05:10 세븐일레븐
스가 시카오 폭탄 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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