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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

그랜드 투어 - 설혜심 : 별점 3점

그랜드 투어 - 6점 설혜심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18세기 영국에서 대유행했던 젊은이들의 유럽 여행, 이른바 "그랜드 투어"에 대한 미시사 서적.
목차는 아래와 같은데 왜 이러한 여행이 시작되었으며 붐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배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제 여정과 그에 대한 관련 자료들, 여행을 떠났던 상류계층이 어떤 것을 배우고 왔는지, 이후 발전되고 유행한 예술과 문화, 여행의 득실, 그리고 마지막 대중화 과정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_ 이 거대한 여행의 역사
chapter 1 그랜드 투어의 탄생
chapter 2 여행 준비와 안내서
chapter 3 여정
chapter 4 상류계층 만들기
chapter 5 예술과 쇼핑
chapter 6 여행의 동반자들
chapter 7 코스모폴리탄으로 거듭나기
chapter 8 해외 유학의 득과 실 논쟁
chapter 9 엘리트 여행에서 대중 관광으로
에필로그 _ 여행은 계속된다

저는 책 소개 및 이 목차만 보고 호기심이 생겨 구입하게 되었죠 대체 어떤 것일까?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다행히 책은 기대를 크게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재미는 물론이고 자료적 가치 역시 충실하니까요. 특히나 방대한 자료조사가 정말 인상적이에요. 국내 학자가 조사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거든요. 그랜드 투어를 다시 이 코스로 떠나라고 해도 떠날 수 있을 만큼 비용, 교육 과정, 의상, 음식, 숙소 등 실제 여행에 관련된 상세한 자료들이 그만큼 압권이에요. 도판이 충실한 것은 물론이고요.
이에 더해 익히 알고 있었던 유명인들, 로크나 흄, 볼테르, 애덤스, 괴테, 기번 등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재능있는 리플리>>의 그린리프가 그랜드 투어의 형태를 띄고 유유자적한 생활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은 추리소설 팬으로서 아주아주 인상적인 부분이었어요.

또한 책의 목적인 "그랜드 투어"에 대한 설명, 그 중에서도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젠틀맨"이 무엇인지 등 영국 문화 자체가 이러한 외국 문화의 향유와 더불어 어떻게 정립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도 상당한 볼거리입니다. 영국인들이 세계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여행을 떠났던 인물들 중심으로 설명하며, 그래서 영국과 다른 나라들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요.

아울러 이러한 그랜드 투어에 대한 설명은 "여행"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학습이나 개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 책에도 나온 체스터필드경의 글을 읽으니 생각이 바뀌네요,
"너는 예술과 무기 양쪽에서 한때 너무나 유명했던 나라로 여행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그것이 얼마나 쇠퇴했든 간에 여전히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살펴보고, 그것의 홍기와 쇠퇴를 가져온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흔히 우리 젊은이들이 그러듯이 쓰윽 훑고 지나가지 말고 제대로, 그리고 정치적 함의를 살펴보아라. 고대와 현대의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신중하게 살펴봄으로써 회화, 조각, 건축에 대한 취향을 기르렴. 그것이 교양 교육이고, 그런 것에 대한 진정한 취향과 지식이 진짜 상류층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저는 글 속 흔한 우리 젊은이들처럼 쓰윽 훑고 지나가며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좋아하는 전형적인 관광객에 불과했었는데 이 글 처럼 "왜" 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아 상당히 반성이 되더군요.
물론 책에서도 그랜드 투어를 떠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다른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다녀왔기 때문이라는, 우리나라의 유학붐과 같은 일종의 필수 코스이자 과시욕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1대 레스터 백작 토머스 코크와 같이 그랜드 투어의 취지에 충실하게 여행을 갔다온 인물도 일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그냥 "타이틀", 요새 말로 "스펙 쌓기"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또 여행과 관광의 차이, 여행은 일종의 특정 목적이 있다면 관광은 오롯이 즐거움이 목적이기에 두가지는 명확히 구분해야겠습니다만....

여튼, 재미도 있고, 자료적 가치도 있으면서도 여러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18세기 영국 상류층의 여행이 지금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이 있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미시사 서적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도 등장하는, 그랜드투어를 떠난 외동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그 유명한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의 원전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에요. 제 딸에게도 읽혀주고 싶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도 엊그제 구입했더랬죠.  제 딸은 저보다는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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