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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8

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홍성영 : 별점 2.5점

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 6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그책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가난에 시달리며, 자잘한 사기로 생계를 이어가던 톰 리플리에게 그린리프라는 부자가 다가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옆 몬지벨로에서 시간을 보내던 자신의 아들 디키를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린리프의 돈으로 디키를 만나러 간 톰은 그와 친구가 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디키에게 기대어 살아갈 희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자 디키를 살해하게 되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리플리"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범죄자가 누군가를 살해하고 그 사람으로 행세한다는 설정은 흔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톰 리플리의 내면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덕분에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도 대단합니다. 희대의 범죄자 톰 리플리라는 인물을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르네 클레망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비교해 본다면 아쉬움이 큽니다. 영화는 개인적으로도 All-Time Best로 꼽을 정도로 뛰어난 범죄 영화였지만, 소설은 정교한 범죄물로서의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은데, 참 흥미로운 예외더군요.

예를 들어, 영화 속 톰(알랭 들롱)은 디키를 살해한 뒤 그의 서명을 위조하기 위해 정교한 장치를 활용하며 연습을 반복하고, 디키의 자살을 가장하기 위해 자기가 챙겨간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부어 넣는 식으로 증거를 만드는 치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소설 속 톰 리플리는 살인을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뒷수습은 절반 이상 운에 맡기는 인물로 그려져 실망스러웠습니다. 마지막에 디키의 유언장을 위조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결말 역시 너무 쉽게 흘러간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고요.

또한 제목 그대로 '천부적인 살인자(Natural Born Killer)' 혹은 재능 있는 범죄자로서의 면모를 기대했지만, 후반부에 명품에 집착하는 모습에서는 오히려 된장남에 가까운 찌질함이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소유물을 통해 자기 존재를 상기하고, 그것을 즐긴다는 그의 심리 묘사만큼은 인상적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 속 톰, 특히 압도적인 외모와 카리스마로 사악함을 뿜어내던 알랭 들롱의 모습이 훨씬 설득력 있었습니다. 프레디를 살해한 뒤 닭요리를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했었지요.

물론 톰이 미리 보낼 편지를 준비한다거나,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실종과 복귀를 준비하는 모습은 기대에 부응합니다. 추리적으로 꽤 볼만한 바꿔치기의 디테일, 그리고 톰과 디키 사이에 묘하게 흐르는 게이 코드도 흥미로웠고요. 하지만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보자면, 기대만큼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은 아닙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심리 묘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는 있지만, 소설보다는 제가 사랑하는 1960년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감상하시는걸 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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