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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비로드의 손톱 - 얼 스탠리 가드너 / 박순녀 : 별점 2.5점

비로드의 손톱 - 6점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박순녀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페리 메이슨에게 이바 글리핀이라는 미모의 여성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의뢰는 <스파이시 빗츠>라는 협잡신문에게 협박당하는 일을 해결해 달라는 것. 페리 메이슨은 <스파이스 빗츠>의 진짜 주인인 베르타를 찾아가 협박을 중지해 줄 것을 요청하나 거절당하고 오히려 베르타의 아내가 이바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날 밤, 이바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의 내용은 베르타가 살해되었다는 것

 페리 메이슨 시리즈. 초기작이라고 합니다. 단 4일만에 완성했다고 하네요.
일단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인상적이었어요. 오히려 너무 빨라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정도인데 예를 들자면 <스파이스 빗츠>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페리 메이슨이 알아내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채 하루도 걸리지 않거든요. 게다가 그 진짜 주인은 바로 그날밤 살해되어 버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빠른 호흡으로 쉴 틈 없이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해결을 위한 페리 메이슨의 작전도 연이어 펼쳐지는 덕분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당대의 인기작답더군요.
기대하지 않았던 추리적 요소도 제법 괜찮은 편입니다. 모든 증거가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말도 안돼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이바에게서 자백을 이끌어내던 추리쇼도 대단했지만 베이츠의 젖은 몸, 닫힌 문 등의 단서로 꿰뚫어본 진상도 그럴듯 했으니까요.

또한 캐릭터 자체가 주는 재미가 상당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일단 주역 3인방, 페리 메이슨 - 델라 스트리트 - 드레이크의 매력은 여전할 뿐 아니라 이 작품에서의 페리 메이슨은 직업만 변호사일뿐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느낌을 전해주더군요. 딱 한장면, 베르타의 유산검인 과정에 대한 묘사 이외에는 변호를 위한 활동 자체도 거의 없기도 해서 구태여 직업이 변호사일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게다가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이바 베르타 캐릭터가 대박입니다. 한마디로 어벙한 팜므 파탈인데 탐정한테 이렇게까지 무시당하는 팜므 파탈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유혹해도 무시당하고,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가 옴팡지게 배로 깨지는 등 한없이 찌질한 모습만 보여서 여러모로 이채로왔습니다. 나름 대리만족 (?) 같은 것도 느껴졌고 말이죠.

그러나 문제도 확실합니다. 바로 글리핀의 베르타 살인동기가 불명확하다는 점이에요. 어차피 자기 돈이 될 텐데 범행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최소한 하녀 딸과의 관계가 드러나서 유산을 상속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정도의 소개는 필요했을 것 같은데 너무 대충 넘긴 느낌이에요.
그리고 페리 메이슨 시리즈에 공통된 단점이기는 한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페리 메이슨의 공작과 연극이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는 점, 모든 사건에 있어 자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은 아니지만 당대의 인기작다운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더운 여름날, 지친 머리를 식히기 위한 심심풀이 독서로 제격인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국내 출간된 페리 메이슨 시리즈는 어쨌거나 완독한 것 같아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책 뒤 해설에서 얼 스탠리 가드너가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개되는데 나름 감동이었습니다. 바쁜 생활의 와중에도 하루에 최소 4,000단어의 소설을 썼다는 것, 그것도 타이프를 너무 많이 쳐서 손톱이 빠져나갈 정도였다니 대단하죠. 바쁘다는 핑계만 대는 저도 반성해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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