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오멜라스(웅진) |
이후 그들은 점액질과 같은 기이한 생명체와 만나고 일련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의 정체가 화성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클릭스는 예기된 멸종에 대비하여 화성인들을 현재로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나 브랜디는 조사활동 중 화성인들이 호전적인 바이러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목격하고 그것을 반대하는데...
타임머신으로 공룡 멸망 시기로 이동한 두명의 고생물학자가 화성에서 온 바이러스 형태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버트 J 소여의 SF 소설. 꽤나 좋은 평을 많이 접해서 기대가 컸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에는 아쉬움이 많네요. 설정에서부터 말이 안되는 것 투성이에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 전형적인 일본 망가나 헐리우드 영화에 불과한 전개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설정 부분의 예를 들자면 거의 달착륙에 버금가는 빅 이벤트임에도 예산 문제 등을 들먹이며 프로젝트 자체의 스케일이 어설프게 싼티가 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딱 두명 선발된 시간여행자가 모두 고생물학자에 서로 연적관계라는 것부터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연히 군인 (?) 이나 엔지니어, 아니면 생존 전문가라도 한명 투입되었어야 했을텐데 말이죠.
또 바이러스가 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공 중력 조절장치는 비교적 참신했으나 바이러스들이 그에 따른 부산물인 공룡을 가지고 병기로 삼기 위해 진화시킨다는 설정은 만화나 영화에서 익히 보았던 것이기도 해서 그닥 와 닿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들이 일종의 군체로 각각이 거대한 하나라는 개념도 어디서 많이 본 것이고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분명 생체병기일 것이 분명한 중력 조절 위성에 미래의 지구 제품인 무전기로 해제 코드를 보내 위성을 떨군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될까요? <인디펜던스데이>에서의 외계인 비행체를 지구의 컴퓨터 바이러스로 감염시킨다는 발상 수준이잖아요. 또 이를 실행하는게 도시바 팜탑이라는 것은 일본 SF만화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서 더더욱 별로였어요.
아울러 또다른 미래의 브랜든 섀커리가 등장하여 기묘한 일기를 통해 타임 패러독스를 어떻게든 풀어나가다가 이 모든 것이 절대자 (창조주)의 의지라고 매듭지어지는 결말은 SF스럽지 않은 불필요한 사족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나비효과보다도 뒤떨어진 발상으로 생각되네요.
물론 공룡 멸망에 대해서 대담한 가설 - 공룡의 거대한 덩치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뼈의 속성 (다공질), 익룡이 빈약한 날개 구조를 가졌음에도 날 수 있었던 이유 등은 지구의 중력이 지금보다 더 작았기 때문 - 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 하나만큼은 대단하긴 합니다. 다른 유사 콘텐트에서 보기 힘든 참신한 설정일 뿐 아니라 공룡에 대한 많이 연구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하며 설득력도 높으니까요.
마지막 위기일발의 순간에 중력 조절 위성이 기능을 정지한 뒤 공룡들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씩 쓰러지는 장면은 정말 대단했고요.
허나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전형적인 헐리우드 SF 영화를 본 느낌으로 소개만큼의 걸작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영화였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재미 하나만큼은 충분하니 더운 여름날 읽을거리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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