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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8

어두운 거울 속에 - 헬렌 맥클로이 / 권영주 : 별점 2.5점

어두운 거울 속에 - 6점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류층 여학생들을 위한 고급 기숙학교의 미술 교사 포스티나 크레일은 교장에게서 급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그녀의 동료인 기젤라를 통해 사정을 전해들은 정신과 의사 배질 윌링 박사는 포스티나와의 면담, 학교 방문 등을 통해 그녀에게 일어난 기이한 현상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3대 여성 서스펜스 스릴러 작가 중 한명인 헬렌 맥클로이의 대표작. 일본식 구분이고 무슨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두명은 샬럿 암스트롱과 <내안의 야수>의 마거릿 밀러죠.

어쨌거나 이 작품은 도플갱어 전설을 이용한 기묘한 불가능 범죄를 다룬 작품인데 공포스러운 고딕호러 스타일의 서스펜스물과 본격 정통 추리물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두개의 장르를 교묘하게 섞어서 전개하는 솜씨는 흡사 딕슨 카를 방불케 합니다. 그만큼 재미있고 흡입력있어요. 또 여성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대사들이나 섬세한 묘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향수에 대한 이야기는 단서로도 적절하게 활용되기도 하고요. (좀 노골적으로 사용된 감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격 정통 추리물로는 보기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트릭부터가 단순히 대담한 변장일 뿐이었다는 것이고 여기서의 핵심인 앤드류 바이닝이 포스티나와 닮았다는 중요한 정보를 초반에 노출시키지 않은 점입니다. 보는 사람들이 모두 동일인물이었다고 증언할 정도로 닮았다는걸 주변사람들이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되잖아요. 바이닝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운게 이 친구는 포스티나를 모두가 알고 있는 학교 파티에 버젓이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최소한 포스티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앞에는 교묘하게 등장하지 않았다라는 정교한 설정은 필요했을텐데 말이죠.
두번째 문제는 바이닝의 말대로 연수입이 어느정도되는, 사회적 지위마저 있는 청년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살인계획을 짜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입니다. 동기라고 해 봤자 약 3년 연수입 정도의 가치가 있는 보석에 불과한데 딱히 몫돈이 필요한 상황으로 묘사되지도 않고요. 할머니의 원수를 값는다? 그럴리가 없죠... 이래서야 본격물의 핵심이기도 한 동기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줄 수 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포스티나 크레일을 죽이는 것은 그렇다 쳐도 앨리슨 살해를 저지른 이유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구태여 죽이지 않아도 포스티나 크레일을 심장마비로 죽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왜 죽였는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앨리슨도 도플갱어 사건에서는 일종의 공범자이므로 진상을 고백하기 어려웠을테고, 설령 고백했다하더라도 포스티나가 심장마비로 죽은건 사실이며 거울 장치 트릭이 들통나도 '장난' 이었다고 빠져나갈 수 있었을테거든요. 작중 바이닝의 말대로 기소조차 하기 힘든 사건이 되어버렸겠죠.

유명한 고전으로 재미 하나만큼은 명불허전이고 뛰어난 몰입감을 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책의 완성도도 아주 높아서 번역은 물론 디자인, 장정, 판형에서 흠잡을데 없어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고요. 그래도 위와 같이 추리적으로 문제가 많기에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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