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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해변의 카프카 상/하 - 무라카미 하루키 / 김춘미 : 별점 4점

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본)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문학사상사
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중 하나죠. 1990년대 이후 하루키의 장편 소설을 완독한건 처음이네요. 1Q85는 2권까지는 읽었는데 완독에는 실패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징과 은유, 그리고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모험 소설같은 재미를 가져다 주는 덕분이지요.

많은 분들이 각자 다른 줄거리와 해석을 내 놓고 있는데, 저는 다른 분들처럼 이 책에 대해 저만의 해석을 내 놓을 정도로 깊이있게 읽지 못했기에 뭔가 설명드리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따로 자료를 찾아보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개인적인 기록 차원에서 제 해석과 상상의 결과물을 짤막하게 정리해봅니다.
제 생각에는 다무라 카프카는 사에키 씨의 첫사랑 그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이 죽은 뒤 사에키 씨는 소년의 환생(?)을 위해 문을 열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그 댓가(?)로 소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결국 둘이 다시 만났지만 다무라가 문 안 세계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사에키 씨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즉,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결말인 셈입니다. '문' 안의 세계에서 세상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문 안에서 통제할 수 있었던 나카타 노인을 이용하여 '문'을 열고 닫으며, 사에키 씨에게 끝맺음을 알리는 등의 과업을 시켰고요.

'문' 안에서의 의지는 누구의 것인지, '문' 안의 세계를 위협하는 '피리부는 남자'는 누구인지 등은 아직도 모르갰습니다. 다무라 카프카의 아버지인건 분명한데, 왜 '죠니 워커'가 되어서 나카타 노인에게 살해당하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거든요. 마지막에 문 안으로 다시 돌아가려 했던 괴이한 생명체와 같은 존재라면, '문' 밖으로 나와 사에키 씨를 만나 다무라를 낳았지만 '문' 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같은 존재인 거지요. 차이라면 자식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되는게 아니라, 자식을 이용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려 했던 것 같고요. 이건 다 제 상상일 뿐입니다만.... 그래도 잘 모를 이야기를 이렇게 뭔가 있는 듯,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내는건 분명 놀라운 재능입니다. 감탄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은 읽다보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도 전부 '어떻게든 되겠지'하면서 일을 저지르고, 그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특히 호시노 군의 활약이 놀랍습니다. 양아치 출신 트럭 운전사였지만 나카타 노인과 함께 했던 짧은 모험을 통해 그는 인간적으로, 정서적으로 분명한 성장을 보여줍니다. 베토벤의 '대공 소나타'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식입니다.

다만 '사랑의 완성' 이라던가 '관계의 끝맺음'을 '섹스'라는 형태로만 풀어낸건 아쉬웠습니다. <<노르웨이의 숲>>도 그랬었지만, 이 작품은 어머니일 수 있는 사에키 씨와 다무라 카프카가 관계를 갖는 묘사가 등장하는 등 그 수준이 한층 더 과했습니다. 좀 변태적이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런 점 때문에 제 딸에게 권해주지도 못하겠어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상 속 비일상적인 상황과 다무라 카프카, 나카타 노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엄청난 개성, 각 장면마다 빚어지는 상세한 묘사들은 대단합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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