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 아키타케 사라다 지음, 김은모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
<<아래 리뷰에는 진상,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아사이 로쿠로는 밤마다 거대한 지네와 마주치는 꿈을 꾼다. '신사에 가면 안된다'는 말을 사촌 누나로부터 들었지만, 마쓰리비 사야의 권유로 신사를 지나친 뒤 지네는 아사이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
이토카와 아오이는 어린 시절 '시게토라'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원피스 한 벌을 빚졌다. 시게토라는 10년 뒤 빚을 몸으로 받으러 오겠다며 때마다 나타나 이토카와를 괴롭혔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연인을 사고로 잃고, 구관에서 괴이를 접했던 '나'에게 사야가 도움을 요청했다. 마물로부터 오빠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오빠의 대역이 될 뼛가루를 품고, 축제의 밤 동안 자동차로 도망다니는 작전이었다. 사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아사이와 이토카와도 함께였다. 축제의 밤, 도망다니던 '나'는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알게된 정보, 그리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달의 모양이 틀린 등의 현상을 통해 4년 전 사야의 오빠가 죽은 밤으로 시간을 이동해 왔다는걸 알게 되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겸한 세 편의 단편,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힘을 합쳐 마물로부터 도망치는 모험을 펼치는 중편으로 이어지는 중, 단편집.
세 편의 단편은 짤막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마루판을 뒤집는 이야기에서 흠집 투성이 마루판은 알고보니 바닥 밑에서 '그것'이 딱딱한 뭔가로 흠집을 낸 것, '시게토라'는 자기가 준 것의 댓가를 '무게'로 계산하기 때문에 원피스는 머리카락으로 충분했다는 등의 진상, 반전은 아주 괜찮았어요.
본편도 전체적으로 읽기 쉽고, 마물로부터 도주하는 과정은 박진감이 넘쳐서 페이지가 쭉쭉 넘어갑니다. 자동차로 도망치지만 마물이 지능을 갖추고 있어서 자동차 도로를 나무로 틀어막고, 주행 경로를 예상하여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덮치는 등으로 압박을 가하며 흥미롭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제목의 '후회하는 소녀' 마쓰라비 사야는 오빠 겐이치로가 죽은 뒤 내내 후회해왔었지만, 모험을 끝낸 뒤 오빠는 사야 대신에 죽음을 택했었으며, 살아남은 뒤에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죽어서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는 결말도 깔끔합니다.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인과율의 법칙도 따르면서요.
하지만 큰 문제가 있는데.... 전혀 무섭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 25회 일본 호러 대상'을 수상했다는 이력과는 다르게요. 다른 수상작 - 예를 들어 <<보기왕이 온다>> - 들은 꽤나 무서웠었는데, 이 작품은 호러 소설이라기보다는 모험 소설에 가깝습니다.
설정과 소재도 어디서 많이 봤던거라 신선함도 부족합니다. 특히 마물을 잘 아는 미소녀 마쓰라비 사야 캐릭터는 진부함 그 자체였어요. 마물을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로 유인한 뒤 다리를 붕괴시켜 퇴치한다는 결말도 마찬가지로 뻔했고요. 알고보니 4년전으로 타임 슬립해왔다는 전개도 쉽게 눈치챌 수 있어서 반전 매력이 떨어집니다. 잘 활용했더라면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였는데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나'의 연인이 붕괴 사고로 죽은 다리를 4년 전 시점에서 무너트려서, '나'의 새로운 현재에는 아내가 생겨 있다는 결말은 이상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사야의 오빠도 결국 죽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런 설정 오류 때문에라도 과거를 바꿔서 미래가 변하는건 이런 류의 작품에서는 지양해야 합니다. 즉, '나'의 연인도 어쨌건 죽고 없는게 맞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는데 적당한, 스낵같은 작품입니다.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는데 적당한, 스낵같은 작품입니다.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