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 -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노블마인 |
<<아래 리뷰에는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일곱 살 때 '고도'라고 불리는 기묘한 거리를 지나갔던 적이 있었다. 열두 살이 되고 친구 가즈키와 다시 고도를 찾은 나는 빠져나가지 못하다가 고도 주민 렌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고모리와 렌의 싸움에 말려들어 가즈키가 죽고 말았다. 고도의 물건은 원래 세계로 가지고 돌아갈 수 없다는 규칙 탓에 가즈키의 시체를 옮길 수 없게 되었고 (시체는 고도의 소유물) 렌과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사원으로 향했다. 렌은 여행하며 나에게 과거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도에서 태어난 그는, 원래 고모리가 살해했던 니시무라 쇼헤이였다. 사원에서 죽은 사람을 아이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었는데, 쇼헤이의 연인이 쇼헤이를 자신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게 했던 것.
<<야시>>
이즈미는 호감을 갖고 있던 친구 유지와 함께 이상한 시장 '야시'를 방문했다. 그곳은 이형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물건을 사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유지는 자기가 어린 시절 팔아넘겼던 동생을 되사기 위해 야시를 찾았었는데, 납치업자가 유지에게 팔려고 했던 건 동생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알고있던 신사는 납치업자의 목을 베어 죽였다. 알고보니 그가 바로 유지의 동생이었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호러 판타지 소설. 제 12회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으로 국내에 소개된지도 15년이 넘어가는, 조금 오래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처럼 살아있는 사람은 거의 갈 수 없는 거리를 우연히 방문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은 많습니다. 보통은 낯선 공간에서 낯선 존재에게 쫓기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곤 하지요.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인스머스의 그림자>>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테고요.
하지만 <<바람의 도시>>에서는 친구가 죽고, <<야시>>에서는 이공간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잔잔하다는게 독특했습니다.
전개도 낯선 공간의 상세한 설정이 전개를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도록 잘 짜여져 있습니다. <<야시>>의 경우 유지가 어린 시절 동생을 팔아넘겼던 과정 설명도 설득력이 넘칠 뿐 아니라,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 '야시의 상인은 규칙을 어기지 않는 한 죽일 수 없다'는 등의 설정이 전개에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즈미를 데리고 온 이유도 야시의 규칙을 이용하여 이즈미에게 자신을 팔어넘기게끔 - 동생을 구입하기에는 돈이 모자라니, 유지를 납치업자에게 팔고 대신 동생을 구입하는 식으로 - 하려고 했다는 의도를 드러내며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고요. 신사가 알고보니 유지의 동생이었다는 반전도 그럴듯했습니다.이즈미가 이미 납치업자와 거래를 끝냈기 때문에, 유지는 야시에 속하게 되어서 야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결말도 좋았어요.
그 외에도 기묘한 공간의 여러가지 물건들과 장소들에 대한 설정 역시 상세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바람의 도시>>도 렌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까지 고도에 대한 설정과 단서, 복선을 잘 배치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전개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렌의 엄마가 왜 떠났는지, 고모리가 왜 사람을 죽였는지 등은 설명되지 않으며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여정 중심이라 정교한 맛은 조금 떨어집니다.
그래도 별점은 3점. 어딘가에서 본 듯한 소재들 투성이지만 작가만의 설정을 더해 새로운 재미를 전해줍니다.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호러'를 기대했는데 전혀 무섭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호러 소설보다는 일본풍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읽기 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호러 대상에 대한 신뢰가 점점 사라져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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