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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6

천국대마경 (Tengoku-Daimakyo / heavenly delusion) 시즌 1 : 별점 4점

디즈니 플러스로 감상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흔해빠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DVD프라임 사이트에서 추천글을 읽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로도 설정과 묘사가 상당히 탄탄하며, 뼈대가 되는 타카하라 학원에 대한 설정도 참신한 부분이 많은, 잘 만들어진 SF더군요.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현재 시점의 마루와 키루코의 여행과 모험, 그리고 15년 전 타카하라 학원의 일상이 교차시키는 전개도 빼어납니다. 추리물처럼 복선과 단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덕분입니다. 현재 시점의 떡밥들은 모두 과거 학원 이야기를 통해 밝혀지는데, 예를 들어 '히토구이'의 정체는 병으로 죽은 학원생이고, '마루'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은 학원생 토키오와 코나의 아들 클론 (누가 진짜인지는 불명)이며, '천국'은 아마도 타카하라 학원이라는 등이 그러합니다. 그 외의 소소한 것들 모두 학원과 현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다가 결국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고 모든 진상이 드러나게 되겠지요. 던져지는 복선과 떡밥은 모두 회수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복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도 대단한 장점입니다. 다른 부가적인 공부, 연구가 필요하지 않다는건 요즘과 같이 복잡한 컨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분명한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시즌 1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는 내용 중 중요한건 아이들의 정체 - 외계인으로 보이는 아스라의 모습을 보면 외계인을 통한 유전자 조작? -, 왜 마루가 클론에게 무언가를 주사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나자키 로빈이 폭주한 이유와 그 목적 정도인데 이 중에서는 이니자키 로빈에 관련된 내용들이 특히 궁금합니다. 학원생도 아니었고, 거리 고아들의 리더 정도에 불과했던 인물이 몇 년 만에 의학 기술을 깨우치고 히토구이와 사람의 접합을 시도한다는건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었거든요. 학원의 마지막 시험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여러모로 다음 시즌이 너무 궁금해집니다. 

현재의 여행과 모험을 통해 선보이는 여러 단발성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그스러운 내용들은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의 작가다운 웃음을 전해주면서도, 얼마나 현재가 끔찍한지 - 이른바 '대마경' - 와 함께 여전히 살아있는 인간성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건 제 8화입니다. 연인 호시오를 히토구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발병 부위를 잘라내가며 버텨왔지만, 결국 그녀를 마루의 힘으로 죽게 만든 우사미가 호시오의 마지막 말 - 정말 좋아해 - 을 보고 눈물을 터트리는 장면이지요. 아,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유튜브에 다양한 시청자들이 감동하는 리액션을 모아놓은 동영상도 있을 정도로요.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성도도 높습니다. 음악도 좋고요. 다만 중간중간 몇 편에서 원화가 조금 튀고, 이상한 일본 신화를 설정에 집어넣은건 별로이기는 한데 큰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TV용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는데, 오랫만에 아주 재미있는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빨리 시즌 2가 나오면 좋겠네요.

댓글 3개:

  1. 천국대마경, 디즈니 플러스에 나왔다고 매번 검색해도 안 뜨더니 이제 나오나 보네요.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같은 경우 애니화가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건 잘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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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글루스 때 여기 댓글 달기 힘들다고 징징댔던 사람입니다만, 뭔가 이전에 실패했던 기록이 남아선지 이번엔 쉽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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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도 애니메이션이 준수한 편 아니었나 싶은데 제가 전 편을 보지는 못해서... 이 작품은 확실히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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