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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3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1~10 - 이시구로 마사카즈 : 별점 3점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10 - 6점 이시구로 마사카즈 지음/서울문화사(만화)

"탐정 훈령 하나! 사람을 보이는 걸로 판단하는 녀석은 탐정 실격이다!"

아 더워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더운 날씨네요. 책이 손에 잘 안 잡힐 정도로요. 그러다가 여름 휴가를 맞아 몰아쳐 본 만화입니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정발이 띄엄띄엄이라 중간에 흥미를 잃었었지요.

그런데 읽지 않았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습니다. 단순히 일상계 개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추리물'의 성격도 강하고 수준 또한 높은 덕분입니다. 확실히 "외천루"의 센스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더라고요. 온천 여행을 갔다가 술 취한 호토리와 타츠노 방에 갇힌 사나다의 탈출 작전, 사나다의 추억 속 국수 찾기, 설녀가 찾는 남자의 정체, 호토리의 외가댁에서 일어난 수로가 넘친 이유 등 일상 속에 추리 속성을 녹인 일상계 에피소드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그냥 보면 별거 아닌데 묘하게 추리를 포함시키는 전개는 이게 바로 궁극의 일상계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물찾기 이야기, 학교 불가사의 탐험이라든가 호토리가 의뢰를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는 전통적인 추리물도 좋습니다. 제법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의 작품들도 괜찮고요.

다른 장르문학 속성(호러, SF 등) 작품들도 기본 이상이며, 의외로 진지한 이야기들도 상당합니다. "사람은 추억이 뭉쳐진 거다. 추억이란 엄청 크다. 그렇게 커다란데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가끔 추억이 늘어가는 것이 벅차다."라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작가의 스펙트럼이 정말 광범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네요.

그 외에도 미스터리 마니아인 호토리가 새 책을 읽기 전 하는 행동들 - 추천문에 선입관을 갖지 않도록 띠지를 벗기고, 스토리의 흐름을 인식할 수 없게 차례를 건너뛰고 표지로 감싼다 - 라든가, 추리 작가 '카도이시 우메카즈'이기도 한 시즈카 언니가 호토리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고자 한다는 에피소드도 인상적입니다. 추리 애호가로서, 창작자로서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였던 것 같네요.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는 꼼꼼한 작화 역시 볼거리입니다. "외천루"보다 디테일한 묘사들을 선보이는데 실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제대로 완결되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있고 너무 뻔한 청춘물 스타일의 이야기들로 조금 감점하지만 장점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확실히 국내 시장에서 잘 먹힐만한 내용은 아니에요. 일상계 학원 개그물로는 그럭저럭한 수준이지만 그 외의 에피소드들은 그 쪽 분야의 소양이 없다면 완벽하게 즐기기 어려운, 조금 매니아 취향의 이야기들이 많은 탓입니다. 물론 저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적극 추천하기는 여러모로 애매하네요. 이왕지사 잘 팔리지 않는다면 추리 에피소드만 뽑아서 별도의 애장판으로 재발매해주면 어떨까요? 아예 추리물로 홍보하면서 말이죠. 아니, 제발 그래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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