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1 - 오타 시오리 지음, 박춘상 옮김/디앤씨북스(D&CBooks) |
소설 리뷰를 하면서 별점을 주는 데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이야기는 재미가 있는지, 묘사를 비롯한 전체적인 완성도와 설득력,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그 외의 다른 가치가 있는지 등을 놓고 검토하지요. 하지만 이 기준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우선 탐정역인 사쿠라코 씨의 캐릭터부터 별로입니다. 전통적인 양갓집 아가씨로 엄청난 미인이지만 별난 성격에 "뼈"에 집착한다는 설정인데 양갓집 미인 아가씨라는 것은 진부함의 극치, 그리고 별난 성격은 도가 지나쳐 거북합니다. 누구를 대하더라도 반말조에다가 상대방을 위한 배려 등 최소한의 예절도 갖추지 않아서 호감을 갖기 어렵더군요. 만화에서 봄직한, 외계에서 와서 지구 습관을 잘 모르는 미녀 외계인 캐릭터같은데 만화라면 모를까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성격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하고요.
물론 탐정은 건방져도 됩니다. 고전 본격물 황금기의 명탐정들은 대체로 잘난척 대마왕들이기도 했죠. 허나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실력, 지위, 실적이 그들의 건방짐을 뒷받침합니다. 게다가 아무에게나 무례하게 대하지는 않죠. 실력, 지위, 실적 중 그 무엇도 갖추지 못하고 그냥 건방지기만 한 사쿠라코씨는 인간 말종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아서 혐오스럽기만 했습니다.
이러한 성격과 함께 사건에 엮이는 원인이 되는 "뼈"에 대한 집착도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진부함을 타개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설득력도 부족하고 이야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도 못하거든요. 왜 이렇게까지 독특함에 집착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차라리 진부하더라도 양갓집 아가씨에 더해 뼈와 연관이 있는 전문 직종을 엮는게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캐릭터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이야기가 대단히 재미있지 않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데... 아쉽게도 재미 역시 합격점을 주기 어렵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별볼일 없고요. 세편 모두 정교함이나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아니며 억지가 너무 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특이한 점이라면 북일본 아사히카와라는 독특한 지역을 무대로 하고 있어서 그곳의 지형이라던가 명소, 특산물 등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진다는 것 정도입니다만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엽적인 묘사에 그칠 뿐이니까요.
때문에 별점은 1.5점. '라이트*캐릭터*미스터리*읽는 재미'라는 취지로 디앤씨북스에서 나온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중 라이트 (가볍게 읽을만 하다는 정도?) 외에는 뭐 하나 건질게 없네요. 후속작에서 사쿠라코 씨 신상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암시를 주는 등 노골적으로 시리지임을 드러내지만 이후 작품을 읽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애호가라면 근처에도 가지 마시고 제 덕분에 지뢰하나 피했다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수록작별 상세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실. 제 리뷰를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 책을 읽으시리라 생각은 되지 않지만요.
<<아름다운 사람>>
화자인 나는 사쿠라코씨의 호출로 그녀를 찾아온다. 그녀가 가자미 뼈를 선물하는 와중에 화자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온다. 시내에 여러 채의 임대 주택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연락이 두절된 입주자 방문을 여는데 입회해 줄 것을 부탁한다. 내용을 전해들은 사쿠라코씨는 자신이 사체 전문가라며 동행을 요구한다. 그리고 일행은 입주자 미즈시마 키요미의 방문을 열고, 완벽하게 밀폐된 방 안에서 그녀의 사체를 발견하는데...
시리즈 첫 작품. 사쿠라코씨와 주인공 캐릭터 소개와 함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첫 등장부터 비호감이더군요.
밀실을 만드는 것은 제삼자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지우기 위해서로 얼핏 봐도 살인 사건으로 보이는 상황에 밀실을 꾸며야 하는 이유는 없다는 사쿠라코씨의 이론만큼은 그럴싸합니다. 허나 이 이론은 20여년 전 <<nervous breakdown>>에서 이미 접했던 것이라 신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외의 추리적인 내용은 거의 모두 억지스러울 뿐이고요.
우선 피해자의 동생 요시미와 피해자의 약혼자 하시구치가 불륜 관계였다는 것을 밝히는 추리부터 그러합니다. 언니의 죽음을 접하고 예비 형부에게 안겨 우는 것이 뭐 그리 이상한 일일까요? 요시미의 스타일을 언급하는 것도 불필요했고요.
또 피해자가 독초 열매를 따 먹고 죽은 것이라는 진상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약사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원까지 가서 열매를 몰래 따는 수고를 감행할 필요는 없죠. 극심한 고통도 예상되고, 사후 동공 확장 등으로 아트로핀 과다 섭취가 충분히 의심될 수 있어서 진상을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고통 때문에 방이 어질러 졌다는 상황을 만들기 위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 역시 작위적이며 설득력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별점은 1.5점. 캐릭터, 내용, 추리 모두 수준 이하로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별로 없네요.
<<머리>>
사쿠라코씨의 "뼈 줍기"에 동행한 나는 마시케 초로 향한다. 해변에서 사람 두개골의 일부를 발견한 나는 경찰에 신고하여 뼈를 건네준다. 그리고 출동한 경찰 야마지씨로부터 동반 자살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전해들은 사쿠라코씨는 잠깐만 사체를 보게 해 줄 것을 부탁하고, 잠깐의 관찰 만으로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말해주는데...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을 묶은 이유, 보우라인 매듭이라는 독특한 매듭을 사용한 것과 매듭의 위치 정도의 단서로 자살이 아니라 타살임을 주장한다는 내용.
추리만 놓고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된 변사체에 대한 추리를 펼치는 것이기에 사건성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여흥'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쉽네요. 매듭을 묶은 손, 매듭의 위치 등 매듭 관련 추리는 이전의 많은 작품에서 반복된 것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지도 못하고요.
이 추리보다는 차라리 우연히 발견한 반려동물의 사체를 주인에게 가져다 주며 펼치는 추리가 더 괜찮습니다. 왜 사체가 정류장 지붕 위에 있었는지, 사인이 무엇인지 등을 담담하게 설명하는데 설득력이 아주 높아요. 이 이야기만 가지고 일상계처럼 푸는게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 편 이야기보다는 곁다리 이야기, 그리고 마시케 초의 먹거리 (단새우 등)에 대한 소개가 더욱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2점. 그래도 이 책 수록작 중에서는 베스트네요.
<<장미 나무 아래>>
병문안을 위한 장미꽃을 얻기 위해 사쿠라코 씨의 지인인 장미원 운영자 쇼코씨의 저택으로 향한 나와 사쿠라코씨는 쇼코씨의 부탁으로 저택에서 진행되는 강령회에 참석한다. 그리고 강령회에서 영매를 통해 쇼코씨의 죽은 남편 아키히토씨가 사실은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는데...
아...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총체적 난국인 작품입니다. '강령회'라는 주요 설정부터가 그러합니다. 이게 현대 일본에서 가당키나 한 것일까요? 게다가 강령회를 이용하여 사기극을 벌인 이유가 사실은 피해자와 동성애 관계였다, 그것을 찍은 은밀한 비디오가 있었다는 진상은 어이를 상실케 만듭니다. 잘나가는 기업가, 정치가, 신부 등이 엮인 단체 동성애 그룹이라니 이거 참 소라넷을 능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아닌가 싶네요. 그 외 영매를 가장한 요크 신부의 몇가지 사기극은 너무나 유치했고요.
현실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뭐 하나 내세울게 없는 이야기로 별점은 0.5점입니다. 이 시리즈를 다시 볼 이유가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 유일한 가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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