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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31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 모리 히로시 / 이연승 : 별점 1.5점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 4점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료 기타의 소개로 사이카와와 모에는 N 대학의 첨단 연구 시설인 ‘극지연’을 견학 방문하였다. 모든 실험이 끝나고 뒷풀이까지 마무리되는 시점, 완벽한 밀실 안에서 대학원생 니와와 다마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모에가 단서를 잡고 극지연을 몰래 방문했지만 범인의 습격으로 실험실에서 동사할 위기에 빠졌다. 마침 네트워크를 통해 연락받은 사이카와가 그녀를 구해냈으나, 그 뒤 실험실에서 리더 기쿠마 교수의 시체까지 발견되며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한스미디어에서 새롭게 출간되는 모리 히로시의 사이카와–모에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동안 딱 두 편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좋았지만 "웃지 않는 수학자"는 별로였었지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아쉽게도 "웃지 않는 수학자" 쪽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더 못해요. 건질 부분은 공대 교수라는 작가의 배경을 살린 ‘극지연’과 연구에 대한 상세한 묘사밖에는 없는 탓입니다. 이 역시 불필요하게 분량만 늘이는 역할이라서 장점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고요.

제목에서의 밀실 트릭은 장황한 묘사로 포장되어 있을 뿐,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우주복’이라 불리는 방한복을 이용한 트릭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치노세–다마코의 실험 투입 장면만큼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나마 트릭은 합리적이고 제대로 설명되기는 합니다. 사이카와가 범인이 알 수 없었던 돌발 상황—셔터 고장—에 초점을 맞추어 추리를 진행하는 것도 괜찮았으며, 범인의 ID로 보이는 “Shika”의 의미도 그럴듯 하고요. 더 큰 문제는 소설로서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공들여 짜낸 트릭을 풀어나가는 것이 추리 소설의 핵심 요소이기는 합니다만, ‘소설’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상 소설로서의 재미도 독자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허나 이 작품은 그러한 점을 너무나 간과하고 있습니다.
우선, 거의 대부분의 진행은 사이카와, 모에 시점이며 이들의 일방적인 추리만 이루어집니다. 범인 시점에서의 이야기는 모두 사이카와의 추리와 관계자 증언을 통해서만 알 수 있어요. 즉, 범인과 동기에 대한 묘사는 거의 전무합니다. 추리소설에서 탐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범인이고, 트릭 외의 또 다른 한 축은 동기인데도 불구하고요. 범인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의문과 그에 따른 드라마 없이 트릭만 풀어나간다면, 소설이 아니라 추리 퀴즈에 더 가깝습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동기도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이치노세가 ‘성폭행을 당했다’에서 ‘마스다가 자살했다’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도 이해할 수 없으며, 니와가 이러한 만행을 저지른 나쁜 놈이라 하더라도 다마코까지 죽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니까요.
솔직히 마스다라는 놈이 제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애인을 지켜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뭐 하는 짓인지.... 이러한 동기에 비하면 기쿠마 교수와 이치노세가 부녀 관계였다는 설정은 작위적이지만 차라리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데뷔작 한 작품 외에는 전부 별로인데, 시리즈를 더 읽어봐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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