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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사냥개 탐정 - 이나미 이쓰라 / 신정원 : 별점 3점

사냥개 탐정 - 6점
이나미 이쓰라 지음, 신정원 옮김/손안의책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 이어 읽은 사냥개 탐정 류몬 다쿠 단편집. 총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크게 보면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서의 감상과 동일합니다. 추리적으로는 약하지만 진짜 사나이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멋드러지게 펼쳐진다는건 같으니까요. 허나 시리즈로 묶여 나왔기 때문이겠죠? 이 작품만의 매력이 보다 강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우선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류몬 다쿠 캐릭터가 정말 멋집니다. 하드보일드를 표방했다고는 하지만 전형적인 마초는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우의 경우는 남보다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런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요. 이를 잘 이어받은 것은 <<불야성>>의 류젠이일테고요.
그러나 류몬 다쿠는 다릅니다. 거친 터프가이로 목적을 위해서 가로막는 악당들을 파괴하는 강한 겉모습은 고전 하드보일드와 유사하나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런 면은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가 연상되더군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형적인 서부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의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그러면서도 여성과 아이들에게 한없이 따뜻한 진짜 남자들 말이죠. <<셰인>>이나 <<하이 눈>>와 같은. 현 시점에서는 너무 낡아빠진 설정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런 캐릭터들이 너무나 좋습니다!
작가도 이를 인지했는지는 몰라도 서부 영화의 악당들과 비슷한 악역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수르랑, 따라랑>>, <<사이드킥>> 두편이 그러한데, 자비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마초 목장주 악당은 작중 언급된대로 OK 목장의 악당이 떠오를 정도에요.

추리적으로도 내세울 부분은 많지 않지만 전작보다는 사건성 높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며, 현실적인 탐정의 활약도 그럴싸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그런대로 만족할 만 했습니다. <<악역과 비둘기>>에서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의 존재와 같은 요소는 나름 추리의 묘미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작품을 뒷받침하는 섬세한 묘사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류몬 다쿠의 생활 하나하나를 드러내는 디테일한 묘사들 - 사냥, 식사, 대화, 독서 등등등 - 하나하나가 모두 그러합니다. 사냥 이야기에서 새의 내장을 빼는 묘사는 <<산적 다이어리>>에서 보았던 것인데 정말 생생하게 묘사해서 만화보다도 더 뇌리에 박히는 느낌이에요. 덕분에 가공의 캐릭터가 실존하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넘치게 그려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아서 낭만적인 분위기와 고전 서부극 분위기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기타와 사냥개>>에서 의뢰인의 개를 잠깐 돌봐주는 길거리 가수 다마미즈의 가족 이야기, <<악역과 비둘기>>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덴도의 시노부를 향한 애틋한 연심과 안타까운 결말도 감정 과잉으로 보이고요.

쓸데없는 액션이 많은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기타와 사냥개>>에서 취객들을 제압하는 것은 과잉 폭력으로 보입니다. <<사이드킥>> 앞부분에서 쓸데없이 야쿠자와 엮이는 전개도 불필요했으며, 중간에 다바타와 실버 고스트가 폭주족에게 쫓기는데 우연히 동승했던 학생이 신호총으로 오토바이를 날려버린다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액션의 연속으로 마지막에 류몬이 스가이의 사주를 받은 야쿠자를 날려버리는 멋진 액션이 빛이 바래버리기도 하고요. 딱 한번만 임팩트있게 보여주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한편, 한편만 놓고 볼때는 최고라 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도 마음에 들 뿐더러 진짜 사나이가 누구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이 좋았거든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진짜 사나이의 묵직하면서도 서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덧 1 :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 운동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1970년대를 무대로 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시대가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발표 시기는 1990년대인데 의외네요.

덧 2 : 류몬 다쿠는 3만 5천평의 대지주이지만 현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허나 개 한마리 찾아주는 댓가가 50만엔이라는 거액이라 잘 와닿지는 않더군요. 지금도 거액인데 1970년대에는 더 큰 돈이었겠죠. 게다가 모든 작품에서 보수를 받는데 성공하는데 이게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먹고 사는데 정말 문제없는 수준일테고 말이죠. 있는 놈이 더한 느낌이랄까...

<<수르랑, 따라랑>>
류몬 다쿠를 찾아온 영화 기획자이자 예비 감독인 가네마키. 그는 <<성야 이야기>>라는 영화 연출을 위해 유명 동물 사육자 기타 조켄의 '기타 동물 랜드'를 방문한 후 기타 조켄의 후처 에미와 사랑받지 못하는 아들 고유키, 살처분을 앞둔 순록 수르랑에 대해 알게된다. 이후 고유키가 수르랑과 사라졌다는 것을 에미에게 듣고 류몬 다쿠를 찾아온 것.
사냥개는 아니지만 가네마키가 김계화의 시동생이라는 것, 그리고 딱한 사정을 이해한 류몬은 순록을 찾아 나서게 된다.

살처분을 앞둔 순록과 아버지에게 버림받다시피한 아들이 함께 탈출한다는 설정이 너무 뻔했던 작품. 마지막 엔딩도 작위적이에요.

고유키가 연약한 외모와는 다르게 진짜 사나이였다는 마무리는 작품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며, 세세한 묘사는 빛을 발하나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기타와 사냥개>>
사냥개 그레이를 잃어버린 우메즈의 의뢰를 받아들인 류몬. 전통적인 방법으로 포스터를 활용하기로 한 뒤 택시 운전사에게서 그 개가 길거리 가수 다마미즈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냥개를 찾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수사 방법도 포스터를 통한 목격자 확보라는 현실적인 것이라 마음에 들었던 소품. 일상계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개를 찾는 과정에서의 드라마가 약한 탓인지 몇개의 무리수가 조금 눈에 거슬리네요. 독특한 괴한인 의뢰인 우메즈 캐릭터라던가, 다마미즈에게 시비를 건 취객들에 대한 폭행, 마지막으로 다마미즈의 가족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냥 소품 느낌으로 깔끔하게 가는게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사이드킥>>
일본 굴지의 서러브레드 경주마 조련소 서일본농장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서일본농장 사장 스가이의 의뢰 내용은 사라진 저먼 셰퍼드를 찾아달라는 것. 사냥개는 아니지만 일단 의뢰를 받아들이나 진짜 의뢰 내용은 셰퍼드와 함께 사라진 마필 관리사 다바타와 그가 끌고간 과거의 명마 실버 고스트의 행방을 찾는 것.
눈에 띄는 3인조이기에 트럭을 이용했으리라 짐작하고 <<세인트 메리의 리본>>에서 알게된 트럭 운전 기사 가와타니에게 수소문을 부탁한다.

<<쑤르랑, 따르랑>>과 유사한 동기, 즉 살처분을 앞둔 가족과도 같은 경주말과 탈주한다는 동기가 등장하는작품. 동기는 뻔하지만 마필 관리사 다바타의 우직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갈데도 마땅치 않고 연약한 소년보다야 나이는 들었지만 마필 관리사 쪽이 보다 현실적인건 당연하겠죠. 명확한 목적 - 수의사에게 보여주어 말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음을 밝힌다! - 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한마디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려고 하지 않는 진정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스가이와 담판을 짓는 류몬 다쿠의 마지막 장면까지 멋진 작품. 별점은 3점입니다.'

단 딱 한가지, 앞서 말씀드렸듯 초, 중반에 쓸데없는 액션 장면에 대한 묘사는 불필요했습니다.

<<악역과 비둘기>>
스트리트파이터 덴도가 조깅할 때 데리고 다니던 이웃집 사냥개가 도둑맞았으며, 이를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류몬 다쿠는 연이어 걸려오는 전화를 통해 사냥개 도난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는 것을 알게되고, 사냥개를 암거래하는 조직적인 범죄라는 것을 눈치챈다. 지형적으로 사건현장 중심을 흐르는 하천을 통해 배로 개를 옮기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덴도와 함께 밀거래 선을 덮치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비교적 스케일이 큰 작품. 혈통있는 사냥개를 노리는 거대 조직과의 승부가 그려집니다. 대단치는 않지만 나름의 추리가 펼쳐지는 작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시리즈의 매력을 잘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이전 시리즈가 자연과 함께하는 산사나이의 이야기라면 이 에피소드는 걍 전형적인 액션물 느낌이 더 강한 탓입니다. 시노부가 자살한다는 비극적인 엔딩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냥 덴도와 함께 류몬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결말이었다 생각되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액션물로의 재미는 충분하지만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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