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지음/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완전무결한 컴퓨터가 제어하는 단 하나의 문으로 막힌 방에서 15년 간 살아온 마가타 박사. 그녀는 14살때 양친을 살해했지만 다중인격이라는 것이 인정받아 사형을 면한 뒤, 천재적인 능력으로 15년간 감금된 채로 양친이 설계한 연구소에서 여러 시스템을 개발해 오고 있었다.
15년간 그녀는 한 번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그 방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도 단 세 명뿐. 유일한 출구는 카메라가 24시간 감시하고 있으며, 그 카메라가 기록한 영상은 절대 침입이 불가능한 컴퓨터에 저장되고, 나오는 짐이나 들어가는 짐 모두가 철저하게 점검당하는, 그야말로 손톱만큼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밀실.
국립대학 공학부 교수 사이카와는 그녀의 제자 모에와 함께한 면회를 계기로 그녀에게 흥미를 느끼고, 연구소가 위치한 섬으로 학부 MT를 떠나게 되는데 첫날 밤 둘이서 우연찮게 방문한 연구소에서 급작스러운 시스템 다운과 함께 여사의 방 앞에서 마가타 여사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양손과 양발을 절단당한 시체의 등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살해당한 그녀가 남긴 수수께끼의 문장, '모든 것이 F가 된다'
이후 연구소의 소장이 옥상의 헬기 착륙장에서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되며 연구소의 지속적인 시스템 다운으로 인해 경찰과의 연락이 불가능한 상태가 계속되다가 개발진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겨우 전화망이 복구되었을때 부소장인 야마네마저 살해당한다. 모든 것이 컴퓨터로 관리되는 이 완벽한 밀실 살인사건에 사이카와는 수학의 천재 모에와 함께 수수께끼 같은 완전범죄 해결에 도전한다.
모리 히로시의 데뷰작. 이 작가의 작품은 이전 서울문화사에 나온 "웃지않는 수학자"를 먼저 읽었었는데 조사해 보니 (작가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군요)사이카와-모에 커플의 시리즈 중에서 웃지않는 수학자는 3번째 작품이고 데뷰작이 이 작품으로 제 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했었더군요. 원래는 시리즈 5연작으로 쓰던 작품중 4번째 작품이 될 예정이었다는데 출판사의 의향에 따라 첫번째로 간행되었다고 하네요.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았고 저는 한국의 번역자이신 로랑님의 홈페이지를 통해 읽었습니다. 혹 제 사이트 통해 찾아가신다면 감사의 말씀은 꼭 남겨주시길^^ 저도 무척 잘 읽었거든요.
일단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굉장히 독특하고 보기 힘든 밀실 트릭을 꼽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 등으로 완벽하게 관리되는 시스템이라는 기발한 발상을 통해 거의 완벽한 밀실을 구현한 것은 놀랍네요. 이른바 "현대 과학, 기술 시대의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의 모범답안 격이랄까요? 또 첫머리에서부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는 등 단서의 제공 역시 상당히 공정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아울러 탐정역의 사이카와는 제가 싫어하는 "천재형 명탐정"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엘러리보다는 "트릭"의 우에다에 가까울 정도로 소탈하고 거부감 없는 성격으로 역시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재벌가의 외동딸이자 수학의 천재인 모에는 너무 만화스럽긴 하지만 감초같은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주고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천재 마가타 시키 박사의 캐릭터가 아주 멋집니다. "천재 사이코 살인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한니발 렉터 박사에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이 지적하고 있지만 트릭 자체가 "실제로 쓰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점이 정통 본격추리 팬들에게는 가장 아쉬운 점이겠죠. 일부 독자들은 이 트릭 때문에 이 작품을 "SF"로 까지 분류한다고 하는데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는 분명해요. 물론 그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완전 허구는 아니기에 이 작품이 본격물로서 가치를 잃지 않고는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아무리 단서와 복선을 많이 설정해도 저같은 일반인이 해독하기에는 불가능한 트릭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반전이자 내용의 핵심인 이른바 "트로이의 목마" 트릭은 너무 작위적이에요!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은폐가 가능했다는 점, 어느 시점에서의 "교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은 여러가지 장치로 설득력있게 설명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뭐 그래도 흥미진진하고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내용적으로도 상당히 과학적이고 이론적으로 뒷받침 되고 있어 현학적인 재미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약간 건조하기는 하지만 건전한(?)묘사와 전개들로 좀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다른 일본 작품들과는 뚜렷한 차별점을 보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이렇게 건전하고 밝으면서도 완벽한 연쇄살인을 다룬 현대 본격물이라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겠죠.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공짜로 읽은 주제에 주절거리기는 좀 뭣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내용 추가 : "웃지 않는 수학자" 한편만 번역, 출간되어 아쉬움이 남던 차에 이번에 다시 국내에 출간된다니 더욱 반갑네요. 모쪼록 시리즈 전편이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불량한 표지 디자인과 가격은 다시한번 국내 추리 도서 시장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군요.
PS : 이 작품은 "The Perfect Insider"라는 제목으로 게임으로까지 나와 있다니 게임도 한번 즐겨보고 싶네요.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게임 오프닝과 일러스트를 보실 수 있으니 한번 들려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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