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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30

역도산 - 송해성 : 별점 2.5점


조선인 역도산은 현해탄을 건너와 일본에서 스모 장사로 성공하려 하지만 이유없이 세키와케 등급에 계속 머무르며 승급을 하지 못하자 스스로 스모 장사의 상징인 상투를 자르고 스모계를 떠난다.

자신의 꿈이 깨어져 술에 만취한 상태로 행패를 부리다가 우연히 레슬러 "해롤드 사카다"를 만나 프로레슬링에 대해 알게되어 자신의 후원자인 칸노 회장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프로레슬러로 성공하고 일본에서 일대 프로레슬링 붐을 일으키며 돈과 명예를 전부 손에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그의 독선적인 행동은 주변에 수많은 적을 만들게 되며 후원자였던 칸노 회장과도 결별하게 된 그는 성공의 절정에서 점차 외로움에 빠지게 되는데...

말많고 탈많았던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일단 "역도산"이라는 인물을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 접근하여 묘사하고 있더군요. 때문에 그의 수많은 승리와 혈투는 영화에서 다른 스토리 전개를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만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야라는 캐릭터와의 순수한 애정을 주 스토리 라인에 포함시켜 최강의 사나이었지만 그 개인 자체로는 한없이 나약했고 순수했던 "인간 역도산"을 보여주는 데에는 비교적 성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저는 역도산의 일대기를 먼저 접했기에, 그리고 나름대로 프로레슬링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기에 레슬링 장면과 설정에 대한 아쉬움은 좀 들더군요. 사실 시합 장면만 놓고 본다면 "반칙왕"쪽이 더 프로레슬링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물론 연기는 좋았었고 일본어 대사 등에 있어 노력한 티는 역력하지만 과연 설경구씨가 과거 스모까지 했었던 탄탄한 레슬러에 적역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 말이죠.
아울러 지나친 각색으로 실제 역도산의 캐릭터가 많이 흐려진 것은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이기적이고 돈을 밝히지만 자기 포장과 선전에 뛰어났던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현대적인 인물이었던 역도산을 영화에서는 자기 감정 과잉에 항상 스스로를 성공하기 위해 채찍질하는 전형적인 밑바닥 입지전적 인물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좀더 깊이를 주기 위한 감독과 설경구씨의 몸부림이 느껴지긴 하지만 저는 그 이상을 느끼기는 어려웠어요. 물론 성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비열한 수단까지 동원하는 모습은 조금 신선했습니다만.... 여튼,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많이 줄이더라도 차라리 조금 더 비열하고 악한 역도산을 묘사하는 쪽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고증과 설정을 무시한다면 영화적으로는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영화의 발전을 보여주듯이 여러 공들인 화면과 음악들로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레슬링 팬으로서 여러 레슬러들을 화면에서 접할 수 있던 것도 좋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덧 1 : 여러모로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이 많이 연상되더군요. 실제 스포츠 스타를 소재로 영웅적인 삶과 비극적 죽음, 그리고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포장한 것은 거의 판박이입니다. 또한 그 스포츠 장면이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 것 까지 말이죠. 두 영화다 아쉬움은 있지만 비교적 잘 만든 영화들이라 흥행에 실패한 것을 보면 이런 소재는 국내에서는 흥행 성적이 백전백패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국내 관객에게는 너무 낡은 소재와 주인공이었을까요?

덧 2 : 거의 일본영화같은 영화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제작했다는 티를 내듯이 "김일"선생님만 역도산의 핵심 측근 제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실이긴 했지만 이노키가 무척 서운해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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