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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7

세계 미스테리 단편선 - 김한상 편역 : 별점 3점


역시 보수동 헌책방에서 구한 단편선.
원전이 되는 작품집이 모호하고,  읽기 짜증날 정도로 번역이 부실한 일어 중역본일 뿐 아니라 표지와 본문 편집 방식 조차 이 바닥의 바이블 격인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을 거의 그대로 카피한, 한마디로 질낮은 기획물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실린 단편들의 수준이 우수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에드워드 D 호크의 읽지 못했던 단편이 하나 실려있다는 이유로 구입했는데 의외의 성과랄까요?

첫 작품 "D언덕의 살인사건"은 에도가와 란뽀의 아케치 시리즈 단편으로 다른 단편집으로 가지고 있고, 이미 읽기도 해서 일단 패스.

두번째 작품 "냉장고 속의 갓난아기"는 제임스 M 케인의 단편입니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의 작가죠. 미국의 사회상과 문화를 서스펜스 스릴러에 잘 섞어놓는 작가로 알고 있는데 이 단편도 유사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정과 소재가 무척 독특해서 인상적이긴 하지만 글쎄요..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는 드라마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세번째 작품 "쿠비날 섬의 약탈"은 더쉴 해미트의 작품입니다. 탐정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컨티넨탈 옵으로 보이는 예의 하드보일드 탐정이 등장해서 한 섬에서 일어난 전쟁과도 같은 약탈 사건의 해결과 그 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의 맛을 굉장히 잘 보여주면서도 추리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는 추천작입니다. "난 다리 병신 소년으로부터 쌍지팡이를 훔치는 놈이라는 것도 모르나?" 라는 한마디로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할 것 같네요.

네번째 작품 "레오폴드 경감의 휴일"은 에드워드 D 호크의 레오폴드 경감 시리즈입니다. 독립기념일 연휴에 발생한 출판사 공동 경영자 실종사건이 어느덧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로 트릭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하지만 상당히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지고 여러 설정이나 복선도 명쾌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섯번째 작품 "성난 증인"은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입니다. 페리 메이슨이 담당하게 된 대형 금고 도난사건의 진범을 찾는 이야기인데 꽤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고 사건 해결과정도 좋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섯번째 작품 "두번 죽은 사내"는 다그 아린이라는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더군요. 장의사에서 일하는 청년이 15년의 간격을 두고 똑같은 시체를 맡게되어 스스로 진상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설정은 재미있었지만 그 진상이라는게 조금 시시해서 아쉬웠어요. 좀더 반전이나 섬찟한 맛을 넣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거든요.

일곱번째 작품 "손톱"은 윌리엄 아이리쉬의 작품으로 다른 앤솔로지에서 이미 읽은 작품입니다. 손톱이 빠진 손가락을 인멸하는 증거인멸 트릭이 등장하며 마지막의 반전이 좋습니다. 뭐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아 보이기도 하나 좋은 작품이죠.

여덟번째 작품 "일석이조"는 F.W 크로포츠의 단편입니다. 협박범과 빚을 동시에 없애려는 한 건달의 계획을 그리고 있는데 내용적으로 연결과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사건해결 방법이 너무 단편적이고 평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점은 작가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았고요.

아홉번째 작품 "악인은 지옥으로"는 단편의 명수 헨리 슬레서의 단편으로 유일한 강도사건의 증인을 없애기 위한 한 강도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름의 반전도 있고 단편의 맛도 잘 살아있어서 역시 단편의 명인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더군요.

마지막 작품인 열번째 작품은 일본작가 마츠모토 세이쵸의 "증언"입니다. 불륜 상대와 만나던 직장인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웃집 사람을 목격했지만 불륜 사실이 들통날까봐 그것을 숨기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내용으로 제법 묵직한 내용으로 잘 진행되긴 하지만 결말은 사실 좀 어처구니 없더군요. 너무 쉽게 끝났달까요? 단편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작품들 중 이미 읽었거나 가지고 있는 작품을 뺀다면, 베스트는 "쿠비날 섬의 약탈", "레오폴드 경감의 휴일", "성난 증인", "악인은 지옥으로" 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그다지 처지지는 않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기대를 하지 않아서 더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다른 단편집보다 무척 얇기도 하고 작품수도 적지만 제가 처음 접한 작품이 그래도 반 이상 되며 수준들도 괜찮은 편이라 작품 선정은 탁월했다 생각됩니다. 번역만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약간 아쉽네요.

PS : "미수테리"를 "미스테리"로 겨우 고친듯한 표지의 저 제목은 코미디라고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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