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눈여겨 보아 왔던 작가인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
이 작가의 작품은 앤솔로지에서 "나폴레옹 광"을. 일한대역 문고 및 기타 등등에서 몇몇 단편을 읽은 것이 전부였었죠. 이 책은 국내에 정식 번역된 유일한 단편집이지만 절판된 관계로 구하기 힘들었었습니다. 계속 찾아다닌지 몇 해, 그런데 얼마전 집안일로 본가인 부산에 내려갔다가 보수동 헌책방 거리 탐방을 하다가 아주 운좋게! 구하게 되었습니다. (보수동 헌책방 거리는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자세히 포스트를 남기겠습니다) 이제부터 부산에 가게 된다면 꼭 보수동에 한번씩 들려봐야겠어요.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오기 마련이겠죠^^
그런데 추리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도 있지만 정통 "추리" 단편선은 아니더라고요. 여러가지 작품들이 섞여 있습니다. 사건과 범죄가 등장하여 강한 반전으로 독자에게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도 있고, 인간 드라마를 묘하게 여운을 남기게끔 구성한 작품들도 있고 ,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죠. 그래서 작품의 폭이 넓으면서도 다양하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합니다. 물론 글 자체도 굉장히 잘 쓰는 편이고 문장력도 있어서 (번역이 좋기도 합니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어요.
개인적인 베스트를 뽑자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나폴레옹광", 섬뜩한 반전이 돋보이는 "뻔뻔한 손님", 추리적 요소가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인 "꽃병" 을 뽑고 싶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여러 사건과 범죄가 등장하고 반전의 맛이 상당해서 이쪽 장르 애독자라면 놓치기 힘든 작품들이 가득해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제목도 깔끔하고 인상적인 편으로 좀 과장된 묘사가 거슬리는 부분이 약간 있지만 발상 하나는 기가 막힌 작품들이 많으므로 어렵게 구한 보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치찬란 3류 스릴러스러운 표지 하나만큼은 용서가 안되는군요....
단편들을 자세히 뜯어본다면
나폴레옹 광 : 이 작가의 대표작이죠. 나폴레옹에 미친 사나이와 자신이 나폴레옹의 환생이라고 믿는 사나이에 얽힌 이야기인데 굉장히 섬찟하면서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이전에 비슷한 설정을 다른 단편 (루스 렌들이었나...기억이...)에서 읽은 기억은 나긴 합니다만, 동서양 관점차이를 떠나서도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뻔뻔한 손님 : 우리나라 소설 "생인손"과 유사한 섬뜩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밑바닥 인생이 좋은 가문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군요.
프로와 프로가 만나다 : 혼인빙자 사기범이 제대로 된 "프로"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소재로 평이한 수준.
꽃병 : 1년여전 죽은 언니의 살인범을 추리해 내는 동생의 이야기로 재미있는 사건 전개를 보여주는 추리 단편입니다. 트릭은 없지만 범인을 유추해 내는 과정이 괜찮습니다.
Y의 거리 : 우연히 만난 인생 막바지에 몰린 두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Y의 거리"란 갈림길을 뜻하는 말이더군요. 표제작이긴 한데 그다지 높은 평가를 주기는 어렵군요. 여운을 주는 인생 드라마라는 느낌입니다.
투명고기 : 자신도 투명하며 같은 어항속에 물고기들도 투명하게 만드는 물고기에 관련된 짤막한 이야기. 뭐 그냥저냥입니다.
딱정벌레의 푸가 : 자신의 승용차 폭스바겐(딱정벌레)과 대화하는 한 입원 환자의 이야기로 기발한 전개와 구성은 물론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사랑은 알 수 없어 : 유괴범이 돈을 받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유괴물입니다. 괜찮은 편이었는데 마지막에 좀 무리한 반전으로 아쉬움을 주더군요.
장미의 문 : 도대체 내용을 알기가 힘들었던 심리물. 노리코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요?
산책학 입문 : 여자를 낚기 위한 한 플레이보이의 "산책 코스"를 학문으로 까지 끌어올리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던 작품. "산책학"이 내용대로 원래 있는 학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만의 산책 코스를 하나쯤 개발하고 싶어지더군요.
냄비와 엘리베이터 : 살인사건이 있었던 고층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의 층수 이동을 보고 범인을 유추해 내는 독특한 과정이 인상적인 추리 단편. 평이한 수준입니다.
지구의 뒤쪽 : 환상 단편.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주인공은 아내가 집밖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과연 아내가 간 곳은?
비뚤어진 밤 : 이른바 "인생극장"같은 환상단편으로 2번의 인생을 살게되는 주인공의 이야기.
수상한 가방 : 여체를 "서랍"으로 묘사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으로 유머러스 하면서도 독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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