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5/03/29

관리인의 고양이 - 얼 스탠리 가드너 / 한영순 옮김 : 별점 3점

어느날, 변호사 페리 메이슨에게 대부호 피터 렉스터의 관리인 애슈튼이 찾아왔다. 피터가 화재 사건으로 사망한 뒤, 상속인 샘 렉스터가 키우던 고양이를 내쫓는다고 해서 이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메이슨은 상속권을 놓고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를 받고 두명의 상속인인 샘 렉스터와 프랭크 오프리가 악덕 변호사 나다니엘 샤스터와 함께 메이슨을 찾았다. 메이슨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또다른 상속인 후보 위니프렛을 찾아 나섰다. 고양이에 관련된 사건을 알게 된 위니프렛은 불쌍한 고양이를 대신 맡아주기 위해 남자친구 더글라스 킨을 저택으로 보내나 애슈튼 노인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고, 킨은 용의자로 몰려 도주했다.
메이슨은 피터 렉스터의 사인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당시 간호사였던 이디스 도보를 방문하나 그녀마저 살해당한채 발견되고, 2건의 사건이 동일인물의 소행으로 보여 더글라스 킨은 수배되었다. 메이슨은 그에게 자수할 것을 권유한 뒤, 법정에서의 단판 승부를 벌인다...


역시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서 구한 책입니다. 문공사에서 간행되었던 월드 미스테리 시리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토라진 아가씨" 이후 두번째로 읽게된 페리 메이슨 시리즈이기도 하네요.

일단, 지금 읽기에는 존 그리샴 시리즈에 비해 확실히 시대에 뒤처진 티가 역력합니다. 순진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쉽다고 할까요? 이 소설은 변호사 출신 저자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많은 법정 지식이나 많은 자료를 풀어놓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모두 상식선에서 전개되고요.

그래도 역시나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솜씨는 대단합니다. 이야기가 숨쉴틈없이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복선이나 단서도 나름대로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거든요. "고양이"를 키우게 해 달라는,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어처구니 없는 의뢰가 여러명이 얽힌 살인 사건으로 전개되는데 빠른 속도감과 더불어 흥분을 자아내게 하는 맛이 일품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면에 숨어있던 다른 진실이 밝혀진다는 내용은 굉장히 뻔할 수도 있지만, 흥미롭게 잘 풀어냈어요.
또 메이슨을 비롯, 델라 스트리트와 폴 드레이크로 구성되는 3인방의 활약 역시 여전하며 메이슨 소설의 백미라 볼 수 있는 법정에서의 대 역전극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리즈 팬으로 즐길거리도 많아요.
또 여러 증인들을 소환하여 필요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수집한 뒤, 마지막에는 직접 "증언대"에 올라 증인으로서 사건을 밝히는 메이슨의 모습은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한 부분이라 특이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쉽게 쉽게 쓴 탓인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메이슨의 계획들이 그다지 치밀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사건에 대한 추리도 그 자체는 제법 합리적이지만, 사건의 우연성 측면이 강하고, 여러 사건들의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건 옥의 티였고요.
개인적으로 제일 궁금했던 것이 순전히 "우연"에 지나지 않았던 더글라스 킨의 방문이 없었다면, 과연 범인들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애슈튼 살인 사건은 우발적이었으니 만큼 은폐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텐데 말이죠...

아울러 여러군데에서 보여지는 번역 오류와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삽화는 용서가 안됩니다. 번역 오류로 인해 내용 전달이 잘 안되는 점이 많고 주인공들의 이름도 아무 고민없이 쓴 티가 역력하며, 깔끔한 표지 디자인에 비해 너무나 무성의한, 필요도 없이 삽입된 짜증나는 삽화들은 이 소설의 배경이 "태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끔 하더군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제시되는 증거와 단서를 이용하여 사건 자체를 밝히고 말끔하게 해결하는 추리적인 부분과 장치는 장, 단편 통틀어 제가 읽었던 페리 메이슨 시리즈 중 최고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