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받고 두명의 상속인인 샘 렉스터와 프랭크 오프리가 악덕 변호사 나다니엘 샤스터와 함께 메이슨을 찾아오고 메이슨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또다른 상속인 후보 위니프렛을 찾아 나선다. 고양이에 관련된 사건을 알게 된 위니프렛은 불쌍한 고양이를 대신 맡아주기 위해 남자친구 더글라스 킨을 저택으로 보내나 애슈튼 노인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킨은 용의자로 몰려 도주하게 된다.
메이슨은 피터 렉스터의 사인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당시 간호사였던 이디스 도보를 방문하나 그녀마저 살해당한채 발견되고, 2건의 사건이 동일인물의 소행으로 보여 더글라스 킨은 수배된다. 메이슨은 그에게 자수할 것을 권유한 뒤, 법정에서의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역시 보수동 헌책방 거리에서 구한 책입니다. 문공사에서 간행되었던 월드 미스테리 시리즈로 개인적으로는 "토라진 아가씨" 이후 두번째로 읽게된 페리 메이슨 시리즈이기도 하네요.
일단, 지금 읽기에는 존 그리샴 시리즈에 비해 확실히 시대에 뒤처진 티가 역력합니다. 순진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쉽다고 할까요? 이 소설은 변호사 출신 저자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많은 법정 지식이나 많은 자료를 풀어놓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모두 상식선에서 전개됩니다.
그래도 역시나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재주는 대단합니다. 이야기가 숨쉴틈없이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복선이나 단서도 나름대로 치밀하게 구성한 재미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고양이"를 키우게 해 달라는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어처구니 없는 의뢰가 여러명이 얽힌 살인 사건으로 전개되고, 그 이면에 다른 진실이 숨어있다고 밝혀진다는 내용은 굉장히 뻔할 수도 있지만, 빠른 속도감과 더불어 흥분을 자아내게 하는 맛이 일품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메이슨을 비롯, 델라 스트리트와 폴 드레이크로 구성되는 3인방의 활약 역시 여전하며 무엇보다도 메이슨 소설의 백미라 볼 수 있는 법정에서의 대 역전극이 잘 표현되어 있다는 점 등 시리즈 팬으로 즐길거리도 많았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여러 증인들을 소환하여 필요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수집한 뒤 마지막에는 직접 "증언대"에 올라 증인으로서 사건을 밝히는 메이슨의 모습은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선한 부분이라 특이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쉽게 쉽게 쓴 탓인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메이슨의 계획들이 그다지 치밀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우며 사건에 대한 추리 자체는 제법 합리적인 편이지만 그 사건 자체에 대한 우연성이 너무 강하고, 실질적으로 여러 사건들의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옥의 티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궁금했던 것이 순전히 "우연"에 지나지 않았던 더글라스 킨의 방문이 없었다면 과연 범인들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애슈튼 살인 사건은 우발적이었으니 만큼 은폐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을텐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여러군데에서 보여지는 번역 오류와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삽화는 용서가 안됩니다. 번역 오류로 인해 내용 전달이 잘 안되는 점이 많고 주인공들의 이름도 아무 고민없이 쓴 티가 역력하며, 깔끔한 표지 디자인에 비해 너무나 무성의한, 필요도 없이 삽입된 짜증나는 삽화들은 이 소설의 배경이 "태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끔 하더군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물론 추리소설적인 가치만 놓고 따진다면 실제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약점이 분명 있는 만큼 평가가 많이 엇갈릴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앞서 제시되는 증거와 단서를 이용하여 사건 자체를 밝히고 말끔하게 해결하는 추리적인 부분과 장치는 장,단편 통틀어 제가 읽었던 페리 메이슨 시리즈 중 최고작이며 확실히! 재미는 있는 책이니 만큼 한번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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