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 - ![]()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지음, 김민정 옮김/문학세계사 |
1917년 1월,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격렬한 참호전을 벌이고 있던 솜전선의 최전방 참호 중 하나인 "해질녁 빙고"에 5명의 군인이 호송되었다. 그들은 자해 혐의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상부의 지시로 프랑스와 독일 참호 경계 지역에 맨몸으로 내던져졌다. 그리고 대 전투의 혼란 중에 모두 전사했다고 알려졌다.
5명의 군인 중 한명인 마네크의 연인 마틸드는 장애인이지만 아버지의 재력에 힘입어 당시 참호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마네크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찾아내는 실제 참호 전 참전 병사들, 그리고 5명의 병사의 가족들의 증언에 힘입어 서서히 당시의 진상을 밝혀내기 시작하는데...
프랑스 작가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장편소설. 프랑스 장편 소설답게(?) 길이가 만만치 않네요.
정통 추리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러 증언들을 종합하여 그 중에 놓여있는 진상을 찾아내는 과정에 더해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암호 트릭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넓은 범위로 보면 추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 작품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증언들을 모은 뒤 그 속에서 하나의 진실을 찾아낸다는 소재와 설정은 많은 작품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주인공에게 장애인이라는 핸디캡이 있는 탓에 주로 "편지"로 증언들이 수집된다는 차이점이 있고, 덕분에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됩니다.
1차대전 당시와 직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시대 상황을 잘 보여주는 상세한 묘사도 좋고,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의 심리 묘사도 재미있을 뿐더러 나름대로 해피엔딩인 결말까지 완벽해서 상당한 길이에도 불구하고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 스토리인 마틸드의 마네크 탐색과 그것에 관련된 여러 반대 의견, 협박과 더불어 5인의 병사 모두 각각의 이야기와 설정이 자세하고 흥미진진해서 정말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거든요. 물론 프랑스(!) 소설 답게 묘사가 좀 장황해서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별점은 4점입니다. 추리소설 강국 프랑스의 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비의 여행자"는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재 구성한 것을 읽었었는데 반해 이 작품은 소설을 영화화한 "인게이지먼트"라는 작품이 곧 개봉한다고 하니 아이러니컬하네요. 도대체 편지를 주 매개체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화 했는지 궁금해서라도 영화는 꼭 챙겨봐야 겠습니다.
덧붙여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거진 다 별명으로 불리는 탓에 머리 속에 담아두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옛날 추리 소설 스타일로 맨 앞머리에 등장인물 일람을 간략하게 정리해 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제가 나름대로 등장인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혹 읽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주인공과 그 가족, 협력자들
- 마틸드 : 주인공. 어렸을 때 사다리에서 떨어져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 실뱅 : 마틸드의 운전수 겸 친구. 보호자
- 베네딕트 : 실뱅의 아내. 요리사 겸 가정부.
- 마티유 도네이 : 마틸드의 아버지. 건설회사 운영자.
- 피에르 마리 루비에르 : 마틸드 집안의 변호사. 군관련 인맥으로 마틸드의 조사를 돕는다.
- 제르맹 피르 : 사립탐정이자 조사원. "만능 해결사"
5인의 병사
- 마네크 : 마틸드의 연인. 20살의 어린나이로 징집되어 자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참호 밖으로 내던져진 병사. 군대에서는 "블루에"로 통함.
- 클레베르 부케 : 원 목수. "에스키모"
- 앙주 바시냐노 : 형무소에 있다가 감형을 조건으로 전투에 참전한 건달. 애칭은 "니노" 별명은 (형무소에 있다가 징집되어서) "일반법"
- 프랑시스 게냐르 : 노동운동을 하다가 참전. 별명은 "시수"
- 브누아 노트르담 : 5명중 가장 강한 병사. 아내와 아들이 한명 있다. 별명은 "그 사람"
관련 병사들
- 셀레스탱 푸 : 당시 참호전에 참전했던 병사. 요령있고 약삭빨라 별명은 "군의 무법자".
- 뱅자맹 고르드 : 하사. 당시 참호전에 참전. 클레베르의 친구이자 원 동업자. 별명은 "건빵"
- 위르뱅 샤르돌로 : 하사. 고르드 하사와 함께 "해질녘 빙고"의 5명의 죄수 인계 책임자. 이후 전사.
- 다니엘 에스페란자 : 당시 병사들을 참호까지 호송한 담당자. 5명의 마지막 편지를 대신 보내준 인물.
- 파부리에 대위 : 당시 "해질녘 빙고"를 비롯한 진지 책임자. 5명을 참호 밖으로 내던지는 행위를 혐오하며 상부를 비판. 이후 벌어진 전투에서 전사.
- 장 자크 에스트랑쟁 중위 : "해질녘 빙고" 중대장.
- 장 바티스트 상티니 : 당시 5인의 병사를 치료한 군의관. 이후 전사.
- 아리스티드 포미에 : 마틸드와 마네크의 고향친구이자 마틸드의 전우.
병사 가족 및 친지들
- 프티 루이 : 클레베르와 "건빵"의 친구. 술집 주인.
- 베로니크 파사방 : 애칭 "베로", "에스키모" 클레베르의 연인이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헤어짐.
- 엘로디 고르드 : 뱅자맹 고르드 하사의 부인.
- 발렌티나 에밀리아 마리아 : 앙주 바시냐노의 애인.
- 파올로 콘테의 미망인 : 발렌티나 에밀리아 마리아의 대모.
- 테레즈 게냐르 : "시수"의 아내.
- 로진 샤르돌로 : 샤르돌로 하사의 어머니.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