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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8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2,3,4,5- 더글러스 애덤스 : 별점 2.5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세트 - 전6권 - 6점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책세상

영국인 아서 덴트는 자기의 집이 우회로 건설을 위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욕가운 차림으로 불도저 앞에 누워 있던 중 자신이 사실은 외계인이며 지구가 지금 파괴 직전이라고 주장하는 친구 포드 프리펙트에 의해 정말로 지구가 파괴되기 직전 함께 우주로 탈줄하게 된다.

그들은 자포드 비블브락스라는 외계인과 트릴리언 (트리시어 맥밀란)이라는 지구인 여성과 함께 은하계를 여행하며 모험을 하게 되며 그 와중에 지구가 사실은 은하계 제일의 컴퓨터가 우주와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42"라는 답을 내 놓고, 그 질문의 본질을 대답하기 위해서 설계한 거대한 유기컴퓨터였었다는 사실, 그리고 유일한 생존자인 아서의 뇌 속에 그 해답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 질문의 근본적인 답이 "6 곱하기 9" 라는 것을 깨닫고 황당해 하게 된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해 포기한채 과거의 지구에서 살아가게 된 아서 덴트는 우주의 종말을 가져오려는 크리킷 행성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과거의 동료들의 모험에 휩쓸리게 되며 삶과 우주에 대한 진실한 해답을 알게 된다.

다시 살아난 지구로 돌아와 펜처지라는 묘한 여자와 사귀게 된 아서 덴트는 우주 창조 신의 메시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며 우주를 여행하다가 차원이동의 실수로 펜처지를 잃고 좌절한 채 조난당하여 이름모를 별에서 "샌드위치의 대가"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어느날 자신이 기증한 정자은행의 정자로 수정된 자신의 딸을 데리고 트릴리안이 찾아오게 되고 지겨움과 외로움을 참지 못해 자신에게 배달된 궁극의 "안내서"와 함께 지구로 도망간 딸을 찾기 위해 포드 프리펙트와 함께 다시 지구로 되돌아가게 된다...

음, 일단 이쪽 바닥 팬들에게는 전설과 같이 전해지던 바로 그 책입니다. 이전 판본으로 어렵게 1,2권만 헌책방에서 구했었는데 읽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아마도 영화화 소식때문이겠지만) 전권이 새롭게 번역, 출간되어 한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먼저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코미디를 전개시키는 작가의 상상력과 그 기발함입니다. 우주적인 설정과 무대를 굉장히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 잘 접목시킴은 물론, 십수년에 걸쳐 아무 개연성없이 쓰여진 작품군임에도 불구하고 책들이 하나의 거대한 줄기를 이루는 것 같이 쓴 점은 정말 대단하네요. 여러가지 말장난으로 읽는이의 실소를 자아내는 솜씨도 좋고요.

하지만 어떠한 목적의식 없이 단지 "흥행"과 "재미"를 추구하는 라디오극이 원형이라 그런지 내용에서 깊이는 전무합니다. 삶과 우주를 논하며 지구, 그리고 우주의 지배자와 창조신의 메시지조차 유머로 다루는 착상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그 착상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 가볍고 시니컬해서 아이디어가 상당히 아깝다고 느껴지네요.
이야기 전개가 대부분 "대사"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용 전개가 복잡한데 등장인물도 로봇 "마빈"만이 독특한(?) 개성을 보여줄 뿐, 다른 인물들은 독특한 척 위장하고 말만 많다 뿐이지 잘 구분되지 않아서 굉장히 혼란스럽거든요. 그나마 1권부터 3권까지는 괜찮지만 4,5권은 억지와 이야기의 비약이 심해지고 멤버도 아서와 포드로만 거의 제한됨으로 인해 단순히 "속편"으로서의 가치만 남아서 더욱 지루하게 느껴지더군요.
"영국식" 코미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생각만큼 웃긴 장면도 많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죠. 번역으로 인해 원문의 많은 유머를 놓쳤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국내 정서에는 그다지 유머로 접근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도대체 포드 프리펙트가 아서 덴트와 같이 탈출한 이유부터 저는 이해가 안되더군요. 오로지 생각나는 이유라면 라디오에서 현재 상황을 포드의 독백으로 처리할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상대역이라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아서의 비중이 너무나 커져서 결국 시리즈 후반부에는 포드보다도 중요한 인물이 되니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긴 유머소설에서 개연성을 논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긴 하지만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만으로 따진다면, 술술 읽히고 웃음을 주기는 합니다. 허나 단지 그것뿐이랄까요? 읽고나서 남는 것은 하나도 없기에 전부 1500페이지 정도의 방대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얄팍하다는 느낌 뿐이에요.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는 무척 감사하지만 끝까지 다 읽었음에도 이 작품의 평가가 높은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큰 재미는 없지만 대체로 쉽게쉽게 읽히면서도 책의 판형도 작으므로 민방위 훈련용이나 지겨운 강의시간 용으로 추천할 만 합니다.

PS : 그나마 영화화 하기에는 범 우주적인 위기와 "우주전쟁"을 다룬 3권의 내용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두고 봐야 겠네요.

PS2 : 시리즈 권수가 5권이나 되고 페이지도 꽤 많은 편이라 1주일 정도는 후딱 보내는 묘미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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