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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4. 잠자는 인형

亂れからくり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泡坂 妻夫/東京創元社

14. 잠자는 인형
"그건 귀찮은데."
마이코는 호시자와에게 말했다.
"뭐가 귀찮아?"
호시자와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마이코도 굴복하지 않았다.
"첫째, 나는 데츠바의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둘째, 아까 내가 온 것을 환영하지 않았잖아. 마지막으로, 나는 너무 바쁘다고."
"하지만 말이야. 데츠바가 죽었잖아. 그것도 너가 마침 왔을 때 말이야."
"내가 사신이라도 되는 건가?"
"너처럼 뚱뚱한 사신 따위가 어디있어. 혹시 너, 데츠바가 살해당할걸 알고 있었던 것 아니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아직 범인을 못 알아낸 모양이군."
호시자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럼 나라키 경감도 곤란한 상황이겠네."
"맞아. 그래서 부탁하는데, 혹시 만났을 때 경감이 뭔가 물어본다면 알고 있는건 대답해주라고."
"내가 아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리고 데츠바가 정말로 죽었다면 나 역시도 큰일이야."
"마이코가? 왜지?"
"나라키 경감이 말해주지 않았어? 데츠바는 내 마지막 증인이었다고."
"증인?"
"내가 경찰서를 그만두게 된 경위를 알고 있지? 나한테 지폐를 주고 도망친 차 사건 말이야. 그 차가 해바라기 공예의 차라는 걸 알아냈어. 데츠바는 그 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그럼 지폐를 마이코에게 건네준 사람은 누구였지?"
"운석에 맞아 죽은 마와리 토모히로였어."
"잠깐만. 그러면 마이코의 증인들이 차례로 죽임을 당했다는 건가."
"그래서 곤란한 거야."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마이코가 서에 돌아오게 되면 누가 가장 곤란할까?"
"교도 씨인가. 그 시끄러운 여자가 또 돌아온다고."
"다른 사람은?"
"이 사람이야. 또 실직하게 될테니."
마이코는 토시오를 보며 말했다. 호시자와도 묘한 표정으로 토시오를 바라보았다.
"그 동기는 너무 약하네. 예를 들어, 우다이 군 같은 경우는 어떨까?"
"우리 남편?"
"서에 마이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에 돌아가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마이코는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네, 그거. 하지만 그렇다면 소우지의 죽음은 어떻게 해석할거야?"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
호시자와는 처음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나라키 경감에게 가 봐."
"그 대신 교환 조건을 걸지. 마사오를 만나게 해줄 수 있어?"
"그건 안 돼."
"안 된다고? 왜?"
호시자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 마사오는 중요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야."
"설마? 지금 어디에 있는데?"
"방금 전까지 카오리의 방에서 계속 조사를 받고 있었어"
"도대체 왜 그녀가 중요한 용의자로 지목된 거지?"
호시자와는 힐끗 토시오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라면 안심할 수 있어. 말하지 않으면 나라키 경감도 만나지 않을 거야. 이대로 돌아갈거라고."
"어쩔 수 없군. 마이코 상대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니까…... 데츠바는 자신의 방에서 죽어 있었어. 사인은 청산성 화합물에 의한 중독사. 감식 보고는 아직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틀림없어. 그리고 데츠바가 쓰러져 있던 책상 위에 약병이 놓여 있었는데, 그건 마사오가 주었던 약이었어."
"그렇다고 해서 마사오가 독약을 넣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지 않습니까?"
토시오가 항의했다.
"글쎄, 끝까지 들어봐. 그 약병 안에 독 캡슐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마사오밖에 없어."
"그럼 그 약병 안에 독약 캡슐이 섞여 있었단 말이야?"
"그 약병이라고? 그럼 마이코는 그 약병을 알고 있는 건가?"
"토모히로의 철야 당시, 데츠바가 불편하다고 했었지. 마사오가 약은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 복용하고 있느냐고 묻자, 데츠바는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아침마다 제대로 복용하고 있다고 대답하며 약병을 꺼내 보였어. 빨간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라벨 가장자리는 벗겨져 있었어."
"그건 중요한 증언이 될 거야. 그걸 본 사람이 또 있어? 그 때 그 방에 있던 사람은 누구였어?"
"그때 그 방에 있던 사람은 소우지, 카오리........"
"모두 죽었어."
"그 약병이라면 나도 보고 있었어요."
토시오가 입을 열었다.
"라벨의 가장자리가 말려서 뒤집혀 있었어요. 틀림없어요."
"그 약병이 데츠바가 죽은 현장에 있었던거야."
마이코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약병에 독약 캡슐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마사오밖에 없다는 거지?"
"여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그 약병의 캡슐에는 전부 독이 섞여 있었어."
"전부 다…….?"
마이코는 토시오와 눈을 마주쳤다. 의외의 일이었다.
"한 알도 빠짐없이?"
"그래, 한 알도 남김없이. 당연히 자살은 아니야. 자살을 하려면 모든 캡슐에 독약을 넣고 그 중에서 한 알만 마시는 짓은 하지 않을테니."
"데츠바는 정말 그 캡슐 독을 마신게 맞아? 다른 음식에 섞여 있던건 아니야?"
"아니야. 시체를 해부하면 녹아내린 캡슐도 발견될 거야. 약병이 마이코가 본 것이라면, 약병을 범인이 준비한 독약병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라 캡슐만 바꿔치기한 것이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데츠바가 계속 그 약을 먹고 있던건 확실해?"
마이코의 목소리가 숨을 헐떡거렸다.
"데츠바는 매일 아침마다 약을 빠뜨리지 않았어. 특히 어제 아침에는 데츠바가 그 약을 먹는 것을 동거하는 가정부가 목격했어."
"어제는 죽지 않았었으니........"
"그래. 캡슐이 바꿔치기 된 건 어제 데츠바가 약을 먹고 오늘 아침 데츠바가 약을 먹은 지 24시간 사이에 이루어진거야."
"그 동안 약병은 어디에 있었지?"
"데츠바의 주머니에 있었어."
"밤에는?"
"데츠바의 방이야. 데츠바 저택은 문단속이 엄격할 뿐 아니라, 데츠바는 두 자식이 죽고 난 뒤부터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어. 밤은 물론 낮에도 필요 없는 문은 잠가두었어. 어제 나사 저택에 있었던 사람은 데츠바, 마사오, 가정부 세 사람밖에 없었어. 나사 저택을 드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낮에 누군가가 침입해서 나사 저택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사 저택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불가능해. 게다가 데츠바는 잠을 잘 때 자기 방에 자물쇠를 잠그고 잤다고."
"자물쇠를?"
"마이코도 가 봤으니까 알겠지? 데츠바의 방은 들어가면 서양식 응접실이고, 그 안쪽에 일본식 거실이 있어. 방의 출입은 응접실 문으로만 가능한데, 그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었어."
"열쇠는? 찾았어?"
"데츠바 주머니에 있었어."
"그럼 마사오라도 데츠바의 약병 속 캡슐을 갈아 끼울 수는 없잖아."
"나라키 경감은 마사오라면 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
"그건 왜지?"
"데츠바는 마사오를 신뢰하고 있었어. 그래서 마사오라면 데츠바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군."
"그리고 마사오가 데츠바의 주머니에서 캡슐만 빼냈다는 거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 다만 마사오라면 어떻게든 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하더라고. 말로 잘 다독여서 말이야."
"무슨 말?"
"그건 모르지."
"무슨 말을 해야 데츠바를 속일 수 있었을까?"
마이코는 팔짱을 끼고 미로 쪽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가던 토시오는 깜짝 놀랐다. 마이코는 동굴을 통과하면 데츠바의 방에 몰래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데츠바의 약병의 캡슐을 바꾼 인간, 그것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녁에 데츠바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누구야?"
"가정부야. 이부자리를 깔고 데츠바를 방에 들여보냈고, 데츠바가 자물쇠를 내리는 소리도 들었다는군."
"아침은?"
"평소와 똑같아. 아침을 마사오와 함께 먹고 방으로 돌아갔어. 그게 마지막이었어."
"오늘 해바라기 공예의 직원들이 이곳에 모이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맞아, 간부들이 모인 건 9시 반부터 10시까지였어. 그때는 이미 데츠바는 죽어 있었지."
"해바라기 공예의 간부들은 결국 데츠바를 만나지 못했군?"
"그래. 시간이 되어도 데츠바는 좀처럼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 응답도 없었고. 마침 우리도 왔던 터라, 그 자리에서 자물쇠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지."
"데츠바가 죽어있었군."
마이코와 토시오가 데츠바의 방에서 동굴로 돌아온 직후였을 것이다.
"데츠바는 오늘 해바라기 공예의 간부들을 모아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 ...... 이봐, 마이코. 이제 그만하자. 같이 가자고."
호시자와가 손짓했지만 마이코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약병의 캡슐에 대해서."
마이코는 겨우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독을 넣은 캡슐을 오래 전에 데츠바의 약병 속에 섞어 놓은 게 아닐까 싶어서."
"마사오를 감싸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왜?"
"왜라고? 마이코답지 않네. 데츠바의 약병 속 캡슐에는 모두 독약이 섞여 있었어. 그리고 데츠바는 어제까지 살아있었고. 마이코의 말대로 이전에 독 캡슐이 투입되어 있었다면, 범인이 약병 중 몇 개의 약병에 독을 섞어 놓았는데 데츠바는 그 다음 날부터 일반 캡슐만 골라 먹다가 일반 캡슐이 다 떨어진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독약 캡슐에 손을 댔다는거라고."
"그건 안 되나?"
"불가능하지. 데츠바는 일일이 캡슐을 고르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어. 누구나 하듯 약을 먹었어. 약병을 기울여 우연히 굴러나온 한 알을 집어 입에 넣는 거지. 가정부도 그렇게 증언했어.”
"어제까지만 해도 우연히 평범한 캡슐만 데츠바의 손바닥 위로 굴러나왔다는 것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잖아."
"절대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을거야. 누가 그런 걸 믿겠어?"
호시자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사관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라키 경감의 표정이 달라져있었다. 수사 도중 그의 눈앞에서 사람이 또, 세명이나 살해당한 것이다. 이런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임에 틀림없다.
나라키는 끈질기게 질문을 반복했지만, 토시오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로의 중심부에 동굴이 있다는건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나라키는 동굴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애시당초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나라키가 알고싶어한건 마이코가 자주 나사 저택을 찾는 이유에 대해서였다. 토시오는 자신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토시오를 대신해 마이코가 불려갔다. 마이코도 나라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이코가 카오리의 아틀리에에 배치된 수사본부에 들어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이코는 돌아와서 말했다,
"생각보다 마사오에 대한 혐의가 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사오 씨는 어디 계세요?" 토시오가 물었다.
"데츠바의 응접실인 것 같아. 감시를 받고 있다는군. 만나게 해달라고 했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어."
"이제 어떻게 할까요?"
"요코누마 씨에게 보고서를 전달해야 해. 오늘 중으로 전달하기로 약속했거든. 대동 흥신소에 가야 해."
마사오를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곁에 있으면서도 얼굴조차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움마저 느껴졌다.
"마사오 씨는 어떻게 될까요?"
"저런 상태라면 구금될지도 모르겠어."
"우다이 씨는 정말 마사오 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세요?"
"...... 데츠바가 죽어 있는 상태가 저렇다고 가정하면 말이야."
토시오는 침착함을 잃었다. 마사오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은 어느새 토시오의 손끝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구름이 낮아지고 있었다. 회색 하늘에 검은색 굵은 구름이 두 줄로,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기온도 올라가는 것 같았다. …..마사오가 데츠바의 캡슐에 독을 넣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사오가 위험에 처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사 저택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야, 뭐 하는 거야?"
마이코가 고개를 돌렸다. 토시오는 조용히 땅을 내려다보았다.
마이코는 토시오의 발밑을 보았다. 토시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마이코는 시선을 옮겼다.
"어?"
마이코는 한 점을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나사 저택을 크게 감싸고 있는 굵은 담쟁이덩굴의 뿌리 부근이었다.
"카츠 군, 보고 있어?"
토시오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코가 무엇을 보고 있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잡초 속에 작은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이코는 몸을 숙여 눈을 땅에 가까이 가져갔다. 토시오는 별다른 관심 없이 그 빛나는 물체를 보았다.
"주사기네…… 아직 새 것이야."
마이코가 말했다.
그것은 가느다란 바늘이 빛나는 작은 주사기가 틀림없었다. 3분의 1 정도 액체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 왜 주사기가 있단 말인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조금, 곤란하네."
마이코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이런 걸 찾았다고 하면 또 발이 묶일 것 같아."
"제가 발견한 걸로 하고 형사에게 설명할게요."
그때의 토시오는 그저 나사 저택에 남아있을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괜찮을까? 아니, 내가 남아 있을게. 너는 서류를 요코누마 씨에게 전달해줘. 전달만 해 주면 돼."
그래도 좋았다. 마이코와 헤어져 혼자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이코는 에그의 문을 열고 서류를 토시오에게 건넸다.
"전달하고 나면 사무실에 들러."
마이코는 하늘을 바라보며 에그에서 검은색 코트를 꺼냈고, 가방 속 양초와 손전등은 좌석에 올려 놓았다.
경관이 문에 매단 밧줄을 풀었다. 토시오는 에그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마이코는 경관에게 무언가 말을 걸고 있었다.
토시오는 도로로 나가자 속도를 줄이고 나사 저택 뒤편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다. 잡목 숲 속에 좁은 길이 있었다. 에그를 거칠게 몰고 나아갔다.
미로 바로 뒤에 차를 세운 토시오는 에그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풀숲을 헤쳐 나가자 미로가 보였다. 인적은 없었다. 경찰은 미로 안쪽이 나사 저택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듯 했다. 토시오는 미로 입구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미로의 길은 이제는 기억하고 있었다.
중심부에 도착한 토시오는 마이코와 마찬가지로 울타리 아래를 살폈다. 곧 레버가 손에 닿았다. 세게 당기자 반응이 있었고, 중앙에 놓인 돌 테이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시오는 몸을 날려 미로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미로에 들어갔을 때와 달리, 섬뜩함이나 공포감은 사라졌다. 손전등과 기억만 의지할 뿐이었다. 가파른 돌계단에서 좁은 통로를 지나 폭포가 있는 석실을 통해 동굴에서 가장 넓은 E 지점에 이르자 토시오의 심장 박동은 이미 빨라져 있었다.
마지막 돌계단을 숨을 몰아쉬며 올라서려고 할 때였다. 돌계단 위에 빛이 보였다. 토시오는 본능적으로 전등을 끄고 바위 그늘에 몸을 숨겼다.
빛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돌계단을 내려왔다. 전등을 든 사람은 마사오였다.
하지만 그것이 마사오라는 사실을 알고도 의심이나 놀라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 하면 마사오를 놀라게 하지 않고 자신을 알릴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조용히 말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마사오가 돌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토시오는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 부인"
전등 불빛이 멈췄다. 토시오는 계속 말했다.
"저입니다. 카츠입니다. 도와주러 왔습니다."
토시오는 전등을 켜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마사오는 긴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한 손으로 손전등을 들고 토시오를 향해 서 있었다. 마사오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몸을 움츠리고 있는 기색은 알 수 있었다.
"도와주러 왔습니다."
토시오는 계속 말하면서 다가갔다. 마사오는 뒤로 물러났다. 토시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토시오가 조용히 손전등을 비추자 마사오는 거부하는 듯 얼굴을 돌렸다.
토시오는 옆으로 다가가 손전등을 들고 있는 마사오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저항하는 마사오의 힘은 너무 약했다.
"안심하고, 나를 따라오세요."
토시오는 마사오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나직히 말했다.
"난폭한 짓을 해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둘러야 해요."
"저를 어떻게 하려는거죠?"
마사오는 겁에 질린 눈으로 토시오를 바라보았다. 마사오의 이런 눈빛을 전에는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토시오는 마사오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의 눈동자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부인,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당신의 편입니다."
"내 편? 그게 무슨 뜻이죠?"
마사오의 눈빛에 다소 침착함이 돌아온 것 같았다.
"이쪽으로 가면 미로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어요."
토시오는 손전등을 검은 구멍을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알아요."
이 말은 조금 의외였다.
"안다고요?"
"토모히로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모히로에게 들었다고?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나가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소름끼쳐서 안쪽까지 들어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카츠 씨는 왜?"
그것을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부인, 저를 싫어하세요?"
싫다고 대답해도 좋았다. 하지만 한 번쯤은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싫다느니 뭐니 하는 것은 ......"
마사오는 토시오의 단호한 말투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럼 저를 따라 오세요. 길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려고요?"
"동굴을 지나서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미로 끝에 차를 두고 왔어요. 저와 함께 도망치시죠."
"도망친다고요?"
"조금만 더 있으면 당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나올 겁니다. 데츠바 씨를 살해한 범인으로 말입니다."
"데츠바를 내가 죽였다고요 ......"
마사오는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그럴까봐 혼자서 나사 저택을 빠져나온거 아닌가요?"
"아니요."
부정하는 마사오의 말에는 오히려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토시오는 마사오의 손목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마사오는 스타킹만 신고 있었다. 어떻게든 급히 도망칠 생각 뿐이었구나, 라고 토시오는 생각했다.
좁은 동굴에 들어가자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잡은 손의 촉감과 숨소리가 들릴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시오는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
"폭포야……. 이상하네요."
폭포의 석실에 들어서자 마사오가 작게 외쳤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소리였다.
"다리는 괜찮나요?"
토시오는 바위가 많은 길에서 말했다.
"괜찮아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마사오는 몇 번이나 걸려 넘어져 토시오의 가슴에 쓰러질 뻔했다. 출구가 가까워질 무렵에 두 사람은 거의 서로를 끌어안은 채였다.
미로 한가운데로 나오자 안개 같은 비가 얼굴에 내려앉았다.
"비가 오네요."
마사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토시오는 아까부터 마사오의 무심한 표정이 신경 쓰였다. 두려움이 사라진 마사오의 표정에는 천진난만함이 묻어났다.
동굴 입구를 닫고 토시오는 마사오의 손을 잡으려 했다. 보니 손목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너무 심하게 움켜쥐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팠나요?"
토시오는 마사오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요……"
마사오는 고개를 저으며 꽉 쥐고 있던 손전등을 토시오에게 건넸다.
미로 출구에서 나사 저택을 둘러보았다.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몸을 움츠리고 미로 뒤를 돌아보았다.
"또 이 차로 도와주시는군요."
마사오는 길에 놓인 에그를 보고 말했다. 뒷좌석에는 마이코의 샌들이 놓여 있었다. 토시오는 샌들을 마사오의 발에 신겨주었다.
차를 도로로 올려놓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푸세요."
토시오가 말했다. 마사오는 뒤로 묶은 머리를 풀었다.
"그리고 립스틱을 짙게 바르세요."
마사오는 가방을 열어 립스틱을 짙게 칠했다.
"뒷좌석에 우다이 씨의 코트가 있으니 입어보세요."
마사오는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여 마이코의 오렌지색 코트를 입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사오의 행색이 많이 달라졌다.
국도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도로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차량 검문때문인 것 같다고 토시오는 직감했다. 토시오는 에그를 길가에 세워두고 차에서 내린 뒤, 진흙투성이 옷 위에 자신의 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다시 국도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예감이 맞았다. 검문이 있었지만, 경찰관들은 소형차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마사오가 물었다.
"일단 슈젠지로 가죠."
토시오의 마음가짐은 정해져 있었다.
"슈젠지…… 여행 같네요."
마사오가 말했다.
"체육관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어요.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거리로 나가자 마사오가 신고 있는 마이코의 샌들이 눈에 띄었다. 토시오는 터미널 백화점에 들어갔다.
"돈이라면 있어요."
마사오는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이상하게도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거 갖고 싶어요."
마사오는 화려한 빨간 스카프를 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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