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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9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2 스페이스 레이스

亂れからくり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泡坂 妻夫/東京創元社

마와리 토모히로의 집은 조용한 주택가의 한 구석에 있었다. 평범한 목조 모르타르 2층 건물로 나뭇결이 드러나있는 판자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바로 옆에는 5층짜리 아파트가, 앞에는 초록색 화장 벽돌로 마감한 신축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새 건물의 선명한 색감 속에서 마와리 가가 있는 한 귀퉁이만 어둡게 느껴졌다. 인적은 드물었다. 가끔 가방을 걸친 세일즈맨, 장바구니를 든 주부가 지나갈 뿐이었다.

"시간을 맞추지."

마이코가 말했다. 열시 십분, 마이코의 시계가 5분 늦었다. 토시오는 아침에 역에서 확인했으니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마이코가 자신의 시계 바늘을 움직여 맞췄다.

두 사람의 차는 아파트 담벼락을 따라 토모히로의 집을 등지고 멈춰 서 있었다. 백미러로 집 현관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위치였다.

"해바라기 공예 사장, 마와리 데츠바는 올해 예순두 살야.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지만, 작년에 가벼운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업무에서 손을 뗐지. 요코하마 안쪽, 오나와(大縄)에 살고 있고……. 저기, 언젠가 고대 토기가 출토된 땅이지. 데츠바는 특별한 용무가 없는 한 회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고 하더군. 실제 업무는 아들 마와리 소우지가 담당하고 있어."

마이코의 설명은 토시오에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뢰처의 사정까지 조사해야 하는 건가요?"

"조금, 이유가 있어서."

마이코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와리 소우지라고 하면 아까 본 사진에 있는 토모히로의 형제인가요?"

"아니야. 소우지와 토모히로는 사촌 사이야. 토모히로의 아버지는 류키치(龍吉)라고 하는데, 해바라기 공예의 사장인 마와리 데츠바의 동생이야. 류키치는 이미 20년 전에 죽었고, 아직 어린 아이였던 토모히로는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지만, 생활은 데츠바의 도움이 필요했지. 그 어머니도 토모히로가 학생일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런 인연으로, 토모히로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바라기 공예에 입사하게 되었어. 그래서 현재 소우지는 해바라기 공예의 영업부장, 토모히로는 제작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이 둘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군."

사촌 사이지만, 토모히로 쪽은 일찍 부모를 잃고 데츠바의 보호 아래 있었다. 사진 속 모습만 보아도 굴곡진 기질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성격도 달라. 소우지는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에 몰두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토모히로는 오히려 장난감을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현실적인 불평불만가이지. 게다가 토모히로는 데츠바와 소우지에게 큰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기도 했고. 그런 두 사람의 대립이 격렬해진건 한 사건이 계기였어."

술집의 소형 트럭이 토모히로의 집 앞에 정차하고 점원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백미러에 비쳤다. 곧 몇 개의 빈 병을 적재함에 싣고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장난감 업계는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어. 백화점 장난감 매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니? 십만 원이 넘는 호화로운 장난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장난감의 메커니즘도 현대 과학의 정수가 집약되어 있고. 자동차도 그냥 움직이는 장난감은 이제 과거의 장난감이 되어버렸어. 동력은 배터리로, 조작은 전파나 음파를 통해 멀리서도 움직일 수 있어. 라디오 컨트롤이나 소닉 리모컨이라고 불리는 자동차는 알고 있겠지? 여자아이 인형만 해도 예전 같으면 궁궐에서 공주가 가지고 놀았음직한 화려한 패션 인형이 즐비해. 즉,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광고를 통한 대량 생산과 장난감 자체의 고급화가 이전에는 없었던 장난감 전성시대를 만들어내고 있어."

토시오는 장난감에 대한 관심은 적었지만, 장난감에 대한 광고가 너무 많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대체로 장난감 산업은 예전부터 가내 수공업이 주를 이루며 규모가 커지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었어. 두세 명의 가내 수공업부터 규모가 큰 곳이라고 해도 종업원은 기껏해야 천 명 정도에 불과했지. 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난감 산업의 성격이야. 실제로 해바라기 공예의 직원은 20여 명으로 이는 해바라기 공예의 전신인 츠루슈도 (鶴寿堂)시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달그락달그락 새로 대표되는 이른바 소품 완구 제조 및 판매가 주 업종이었고. 그런데 작년에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유행에 편승하려 했던 것인지, 해바라기 공예가 경주용 자동차에 손을 댔어. 사장인 마와리 데츠바가 아닌 젊은 후계자의 기획이었던 것 같더군."

"알아요. 레이싱카는 요즘이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을것 같은데요."

"해바라기 공예의 신제품 이름은 스페이스 레이스였어. 다른 업체들이 놀랄 정도의 최고급 제품이었지. 이게 잘되면 해바라기 공예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거야."

마이코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실패했나요?"

"그래. 경주용 자동차를 달리게 하려면 주행로에 전류를 흘려보내야 하지. 보통은 가정용 전기를 사용해서 변압기로 전압을 10볼트 정도로 낮춰서 한 두 암페어의 전류를 주로에 흘려보내. 자동차는 이 전류를 받아 내장된 모터를 돌려서 달리게 도고. 그런데 해바라기 공예의 스페이스 레이스는 이 변압기에 결함이 있었어. 판매된 제품 중 갑자기 불이 나거나 만지면 감전되는 제품들이 발견되고 말았지."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난거죠?"

"변압기는 하청업체에서 만들었기 때문이야. 전부 다 불량품은 아니었지만, 극히 일부라도 위험한 불량품이 있었던 것은 확실했기에 스페이스 레이스는 전면 제조 금지, 전 제품은 회수되어 폐기 처분되었지."

"큰 피해를 입었군요."

"실제로 해바라기 공예는 부도 직전까지 갔어. 업체들 중에는 아직도 해바라기 공예의 존속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현재 해바라기 공예는 엄청난 빚을 지고 있을거야."

"소우지와 토모히로는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건가요?"

"아까 말했듯이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을 피한 것은 토모히로가 더 참을성 있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최근 토모히로가 드디어 참을성을 잃은것 같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마이코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토모히로의 집 출입문이 열리면서 백미러에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 마사오다."

마이코는 시계를 보았다.


목적이 있는 발걸음이었다. 백미러 속 마사오는 사진에서 본 것처럼 웃고 있지 않다. 그래서 더 말라 보이는 것일까. 얼굴색이 생각보다 훨씬 더 하얗게 보였다. 마사오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검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는 발걸음을 재빠르게 움직여 차 옆을 지나갔다. 마이코의 에그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마사오는 큰길로 나가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서서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역 방면이야."

마이코는 에그의 문을 열었다.

"아마 역이겠지. 나는 걸어서 마사오의 뒤를 쫓을게. 만약 마사오가 다른 차를 타면 그대로 따라가면서 틈틈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구로사와군에게 상황을 알려주도록 해. 만약 차를 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산인은행 뒤에 주차장이 있으니 그곳에 차를 두고. 그럼 역에서 만나자."

마이코는 말을 마치고 차 문을 닫았다. 큰길로 나와 좌회전하자 마사오의 뒷모습이 금방 보였다. 차를 찾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같은 걸음으로 계속 걷고 있었다. 토시오는 주차장에 에그를 놓고 국철역으로 달려갔다. 역에 도착한 것은 토시오가 더 빨랐다. 잠시 후 마사오와 마이코가 역으로 걸어왔다. 

마사오는 망설임 없이 표를 샀다. 토시오는 자판기 숫자를 읽고 같은 금액의 표를 두 장이나 샀다.

기차는 비어 있었다. 토시오는 마사오가 있는 곳에서 문 두 개 정도 떨어진 곳에 섰다. 마이코가 다가왔다.

"차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마사오는 시간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일까. 그리고는 가만히 밖을 바라보았다.

중후한 체격에 탄탄한 옆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예쁘게 묶고 은빛 머리 장식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 그에 어울리는 날카로운 목소리를 상상하게 하는 입매, 미끄러질 것 같은 어깨는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바로 옆에서 보고 처음 알아차린 부분도 있었다. 약간 위로 치켜 올라간 코와 고양이처럼 구부정한 등 굽은 모습이었다.

다음 역에서 골프채를 든 남자가 일어나서 내렸다. 마이코는 빈 자리에 앉았다.

마사오는 그보다 대여섯 정거장 지나 작은 역에서 내릴 기미를 보였다. 토시오는 눈빛으로 마이코에게 알렸다.

소수의 승객들과 뒤섞인 마사오는 예의 그 걸음걸이로 계단을 내려 개찰구를 빠져나가자 곧장 상가를 지나갔다. 상가를 지나자 마사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늘게 이어지는 완만한 언덕길. 붉은 열매를 한가득 맺은 감나무가 무겁게 기울어져 있다. 인적이 드물었지만, 미행을 당할 염려는 없었다. 마사오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왼쪽으로 돌아서자 그 한 귀퉁이는 작은 호텔, 여관이 즐비한 거리였다. 대부분 깊은 입구 앞에 물을 뿌려놓고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는 구조였다.

"어디로 가려는 걸까요?"

토시오는 이런 곳에 발을 들여놓는 마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이코를 비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보면 모르겠어? 러브호텔이잖아."

마이코는 토시오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넌 그 반대라고 생각하겠지만, 보라고."

마사오는 흰 블록 담벼락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토시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상대가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누구일까요?"

"나도 몰라."

토시오는 마사오가 사라진 자리에 섰다. 입구의 흰 벽에 기품 있는 파란색 글씨가 보였다. 

샹보르관.

양쪽에 원통형 날개가 있는 4층짜리 호텔이었다. 벽은 흰색이고, 삼각뿔 모양의 파란 두 지붕 사이로 창문이 보였다. 창문 가장자리에는 복잡한 덩굴 장식이 붙어 있었다.

마이코는 시계를 보고 5분이 지나자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토시오는 잠시 머뭇거렸다.

"너도 들어오라고."

마이코가 말했다. 지나가던 주부가 토시오를 본 것 같았다. 토시오는 당황하며 마이코의 뒤를 쫓았다.

검은색 유리로 된 자동문에 들어서자 안은 어두웠고,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오렌지색 조명에 비춰진 종려나무 화분이 반짝이고 있었다. 갑자기 밤의 세계로 들어선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작은 체구의 여인이 안쪽에서 슬그머니 나와서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옆으로 돌아섰다.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여자의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로 4층, 여자는 한 방문을 열었다.

유리로 된 샹들리에, 벽에 장식용 벽난로가 달려 있고, 안에는 전기 난로가 있었다. 방의 장식은 어딘가의 궁전을 모방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푹 쉬세요, 천천히……"

홍차를 두고 나가려는 여자를 마이코가 붙잡았다.

"이건, 성의표시."

마이코는 여자에게 지폐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5분 전에 이 호텔에 들어왔던 여성분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죠."

여자는 표정이 굳어졌다. 이를 본 마이코는 가방을 열어 검은색 수첩을 슬쩍 보여주었다. 

"기다리는 분은 아직 안 오셨습니까?"

"오셨어요. 바로 옆 방에 함께 계십니다."

여자는 벽을 가리켰다.

"익숙한 손님인가요?"

"네, 뭐, ......."

토시오는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이코는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옆 방 손님이 돌아갈 것 같으면 그 전에 알려주실 수 있나요?"

"돌아가기 전에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여자가 나가자 마이코는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렇게 해도 괜찮습니까?"

"이 수첩을 말하는 거야?"

마이코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경찰 수첩 같은 건 아닐거잖아요."

"당연하지."

"만약에 발견되면 어떻게 할 거죠?"

"괜찮아, 그 여자도 그런 건 다 알고 있을 거야"

"뭐라고요?"

"모르겠어? 나는 그 여자가 말하기 쉽도록 도와준 것 뿐이야."

토시오는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당당했지?"

마이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모처럼이니까 목욕이나 할까?"

마이코는 담배를 끄고 일어섰다. 침실 문을 열고 전등을 켰다. 침대의 반쪽이 보였다. 침대 옆에는 꽃무늬 스탠드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욕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물소리가 들렸다.

마이코는 거실로 돌아왔다.

"자, 어디까지 얘기했지?"

"어디까지라뇨?"

토시오는 마이코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멍하니 있으면 안 돼. 일 얘기야. 차 안에서 토모히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잖아."

"......그랬습니다. 최근 토모히로와 소우지의 사이가 나빠졌다, 그 정도였지요."

"그래. 그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했지. 그 전에, 우다이 경제연구회의 손님은 어디서 오는 것 같아?

"주간지 등에 광고를 내는 건가요?"

마이코가 입을 열었다.

"카츠 군처럼 세상이 움직여 주면 정말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일반인들이 거래 조사 같은 걸 하겠어?"

비야냥거리는 말이라면 익숙해져 있다. 트레이너의 욕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 멍청아, 죽어버려라. 토시오는 입을 다물었다.

"물론 니시키 빌딩의 상호를 보고 뭔가 업무를 물어보는 사람들도 싫어하지는 않아. 하지만 지금 조사 업무는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준 선배가 흥신소 소장인데, 그곳의 하청을 받고 있어."

마이코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우연히 내게 들어온 일 중에 마와리 토모히로가 의뢰한 신용조사가 있었어. 조사 내용은 신규 거래와 관련된 상대 회사에 대한 신용조사였지. 개인 이름으로, 특히 해바라기 공예에 대해서는 극비리에 진행해야 하는 조건. 어때?"

"토모히로는 해바라기 공예와 결별하고 거래처를 빼앗은 뒤 자기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사전 작업 중인 걸까요?."

"아마도 그런것 같아. 토모히로는 해바라기 공예와 결별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셈이지.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토모히로가 과연 제대로 독립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야."

"스폰서가 없나요?"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래. 그래서 토모히로는 새로운 회사 설립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노리고 극비리에 움직이기 시작한거니. 그렇다고 해도 내가 굳이 그 내용을 파헤쳐서 조사할 이유는 없어."

"마사오의 행적 조사도 토모히로의 의뢰였군요?"

마이코는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행적 조사까지는 아니야. 2~3일 전에 토모히로를 만났는데, 그때 마사오를 미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나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어. 아무래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토모히로는 단 하루만 해도 좋다고 했어. 오늘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냥 호기심 때문에 나는 승낙했지. ……결국은 신원 조사가 된 것 같지만..."

"토모히로는 전부터 아내의 행동을 의심하고 있었습니까?"

"마사오가 이런 곳에 온 이상, 토모히로도 어느 정도 예상한게 아닌가 싶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아들이 한 명. 두 살 몇 개월로 세 살은 아직이야. 이름은 토우이치(透一). 마사오의 어머니가 돌보고 있을거야."

이상하게도 토시오는 아직 마사오를 비난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집에서 나온 마사오의 표정은 남편의 눈을 피해 애인을 만나러 가는 표정이 아니었다.

물소리가 달라졌다.

"물이 가득 찬 것 같군."

마이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 어딘지 모르게 침착하지 못하다. 토시오는 담배를 서둘러 피웠다.

힘찬 물소리가 들린다. 문득 욕실에 면한 벽이 투명하게 비춰졌다. 지금까지는 그저 꽃무늬 벽인 줄 알았던 것이 유리로 된 칸막이였던 것이다. 욕실의 전등을 켜면 반대편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마이코 쪽에서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하얀 나신이 어린아이처럼 양손을 높이 뻗고 있었다. 풍만하고 젊은 가슴이다. 살이 통통한 것에 비해 몸 전체가 탄탄했다. 마이코는 크게 기지개를 한 번 켜고 욕조에 뛰어들었다.

토시오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유리 칸막이 옆에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토시오는 서둘러 커튼을 잡아당겼다.

잠시 후 마이코가 수건을 몸에 두르고 침실 문을 열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카츠군도 목욕하지?"

그 대답은 어렴풋이 기다리는 동안 준비해 두었다.

"아뇨. 마사오가 갑자기 돌아가는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반쯤은 이대로 마사오가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

마이코는 문득 커튼을 발견하고 조금 열어 화장실을 보았다.

"흐음 ....... 자네는 꽤나 신사로군."

토시오는 마이코를 곤란하게 해주고 싶었다.

"우다이 씨는 몸매가 좋더군요."

그러자 마이코는 토시오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천진난만한 웃음에 토시오의 얼굴이 되려 조금 붉어졌다.

"그래도 스포츠에는 자신 있다고. 유도도 3단 정도 되는 실력이야."

마이코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았다.

"나는 어제 저녁에 잠을 제대로 못 잤어. 이제부터 조금만 더 자고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줘. 한 시간만 지나면 깨어날 거야."

그렇게 말하고 마이코는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안쪽에서 자물쇠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시오는 멍하니 침실 문을 계속 바라보았다.

마사오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같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일까. 남자 쪽은 안이 보이는 유리 너머로 마사오의 나체를 감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호텔 여자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손님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자는 같은 욕실에서 마사오와 몸을 씻고, 다른 두 몸은 서로 엉키면서 침실로 ......

토시오는 의자의 팔꿈치 걸이를 잡고 힘을 다해 몸을 띄워 거꾸로 섰다. 신발 끝이 샹들리에에 부딪혔다. 샹들리에가 크게 흔들렸다.

토시오는 의자에서 뛰어내려 TV를 켰다. 모든 채널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겨우 뉴스가 나오는 방송을 찾았다. 아나운서는 하호쿠가타(河北潟) 매립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운동의 쟁점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설의 말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토시오의 생각은 마치 자석에 빨려 들어가듯 마사오에게로 향했다. 토시오는 TV 옆에 작은 냉장고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을 열자 맥주와 주스가 보였다. 토시오는 맥주를 꺼내어 병뚜껑을 열었다.

정확히 한 시간 후, 마이코가 침실에서 나왔다. 옷차림이 단정하고 표정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혼자서 너무 많이 놀아 화상을 입은건 같은 얼굴이네. 얼굴이 벌겋다고."

마이코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 병을 보며 말했다. 마이코는 냉장고에서 자신도 맥주를 꺼내 컵에 부어 한 모금 마신 뒤 한숨에 마셔버렸다.

45분이 지난 뒤, 호텔 여직원이 조용히 문을 두드리며 마사오 일행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샹보르관에서 마사오가 나왔다.

마사오 혼자만 있었다. 얼굴이 달랐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머리가 풀려 양 어깨에 걸려 있어 순간적으로 마사오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은 똑바로 호텔에 왔을 때와 똑같았다. 걸음걸이도 마찬가지였다. 경기하러 갔다가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과 비슷했다. 마사오는 몸을 숙여 원래 왔던 길을 걸어갔다.

"상대 얼굴 좀 보자."

담벼락 뒤에서 마이코가 말했다.

5분 정도 기다리자 그 남자가 나타났다.

피부가 하얗고 입술이 붉고 날씬한 체격의 남자였다. 옅은 색의 안경을 쓰고, 흰 코트에 양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마이코의 얼굴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우지다!"

마이코가 낮게 외쳤다.

마사오의 상대는 토모히로의 사촌인 마와리 소우지였다. 소우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사오가 지나간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이코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더 이상 소우지에게 볼일이 없었다. 마사오를 쫓기 위해서다. 마이코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우지를 추월했다. 소우지는 마이코에게 조금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토시오가 지나갈 때, 소우지는, "오, 주모우......"라고 말한 것 같았다. 반짝, 의치의 금빛이 빛났다.

마사오는 역에서 처음 왔을 때와 같은 표를 샀다.

"소우지가 나를 알아챘어?"

기차 안에서 마이코가 물었다.

"우다이 씨의 얼굴을 알고 있나요?"

"몰라. 모르니까 아무렇지 않게 소우지 옆을 지나칠 수 있었지. 그런데 소우지가 뭔가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주모우 어쩌구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주모우?"

마이코는 생각에 잠겼다.

"주모우라는 게 뭔데요?"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인데.......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군."

마사오는 자신의 역에서 내렸다. 역 앞 큰길을 건너 상가로 들어섰다. 이대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주의력이 약해진 것일까. 마사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상가는 한낮이라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했다. 토시오는 마사오가 사라진 주변 상점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걸었다. 그 중 약국에서 마사오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리 넓지 않은 가게였다. 토시오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마사오는 새로운 손님에게 전혀 무관심했다. 카운터 맞은편에 콧수염을 기르고 흰옷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나이를 보면 이 가게의 주인인 것 같았다. 지금 막 작은 초록색 상자를 포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토시오는 상자 안의 약 이름을 재빨리 읽었다.

마사오는 돈을 지불했다. 계산대가 울리며 금액이 표시되었다. 토시오는 금액도 기억에 담아두었다. 마사오는 소포를 받아 가방에 넣고 가게를 나섰다. 달콤한 냄새가 남았다.

주인은 새로운 손님에게로 향했다.

"감기약을 ......"

주인은 증상을 듣고 뒤쪽 유리 선반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는 마사오가 구입한 약과 비슷했지만 브랜드가 달랐다. 토시오는 기억하고 있던 약의 이름을 말했다.

"............"

주인은 손의 움직임을 멈췄다. 다시 한 번 토시오를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콧수염이 살짝 움직였다.

"...... 의사의 처방전을 가지고 계십니까?"

"처방전? 가지고 있지 않은데요."

"그럼 유감스럽습니다만, 판매할 수 없습니다."

주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험한 약인가요?"

"용도에 따라서는 ...... 수면제니까."

"방금 전에 가게에 있던 사람한테는 팔지 않았나요?"

"그 분은 ...... 제대로 된 처방전을 가지고 있었어요."

토시오는 어쩔 수 없이 감기약만 받았다.

상가를 빠져나오는 길에 마이코를 따라잡았다.

"뭘 샀어?"

토시오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포장을 꺼냈다.

"감기약입니다."

"또 쓸데없는 걸 샀나 보네. 다음에는 사지 않고 물건을 물어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마사오도 감기약을 샀어?"

"그 사람이 산 약은 저한테는 안 팔더라고요."

"안 팔았다고?"

"그 사람이 산 건 수면제입니다."

"수면제라니......."

마이코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건가요?"

토시오는 거절당한 것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있었다.

"마사오가 처방전을 가지고 있었어?"

"가게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없었습니다."

마이코는 약국 주인과 마찬가지로 토시오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사람을 본거야."

"사람을?"

"제대로 된 가정의, 아는 사람이라면 의사의 증명 따위는 없어도 팔 수 있어. 하지만 지나가던 낯선 젊은이에게는 팔지 않아."

"그렇습니까?"

"물론, 마사오라면 처방전을 몇 장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녀는 원래 종합병원의 간호사였어.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이 많았을거야."

"그녀는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자는 건가요?"

"...... 그건 나야 잘 모르지"

마사오는 끝까지 걸음걸이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자신의 집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운전은 괜찮아?"

마이코가 물었다.

"괜찮냐니.......?"

"맥주를 마셨잖아."

"저 정도, 이미 깼어요."

지금은 마이코의 얼굴이 더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토시오는 은행 뒤편 주차장까지 걸어가 에그를 마이코에게 돌려주었다. 마이코는 차에 탔다.

"아직도 감시를 계속하는 거예요?"

"그래. 다섯 시까지는 약속이니까."

근처 유치원이 끝났나보다. 교복을 입은 아이와 엄마가 몇 쌍이 지나갔다.

잠시 후, 역에서 온 샐러리맨 같은 남자가 마사오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백미러에 비쳤다. 키가 작고 마른 체격의 남자였다.

"저게 마사오의 남편이야. 마와리 토모히로."

마이코가 말했다.

전에 보았던 사진은 토모히로의 특징을 잘 포착하고 있었다. 튀어나온 이마, 너무 작은 입, 퉁퉁 부은 턱........ 토모히로는 자신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이코의 차를 힐끗 쳐다보았다.

토시오는 소우지와 비교했을 때, 토모히로의 표정에서 음흉한 그늘을 느꼈다.

"토모히로가 돌아왔으니 더 이상 감시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글쎄, 잠깐만."

마이코는 시계를 보았다.

"토모히로라는 사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부분이 있단 말이지."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 달그락달그락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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