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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생피아크르 사건 - 조르주 심농 / 성귀수 : 별점 1.5점

생피아크르 사건 - 4점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그레는 생피아크르 성의 관리인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을 찾았다.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를 받고 마음이 쓰인 탓이었다.
그리고 예고 편지에서처럼 생피아크르 성당 미사에서 백작 부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메그레는 백작 부인의 미사 경본에 끼워져 있었던 가짜 신문 기사가 일종의 흉기였다는걸 밝혀낸다. 그리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고향 마들을 무대로 비공식적인 수사를 벌이기 시작하는데....


메그레가 비공식적으로 고향을 방문해서, 지역 유지였던 백작 부인 죽음에 얽힌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국내 출간된 메그레 시리즈의 13번째 작품입니다.
미사에 참석해서 자리에만 있었던 백작 부인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장면은 메그레 시리즈답지 않은 본격물적인 냄새를 풍겨서 두근두근했습니다. 작품 내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인이 일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 총소리가 들린 것도 아니다! 누구도 백작 부인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매그레는 그녀에게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라고 하는 사건이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실망스럽습니다. 알고보니 미사 경본 사이에 끼워 두었던 도발적인 신문기사 때문에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겁니다. 백작 부인 아들이 자살했고, 그 이유는 모친 탓이었다는 가짜 기사였지요. 심장이 약했다니 위험했을 수는 있겠지만, 살인 흉기로 쓰기에는 부정확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냥 운에 맡겼을 뿐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게다가 백작 부인과 아들 사이는 소원했고, 백작 부인은 정부에게 남은 재산을 가져다 바치고 있었으니 이런 기사로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도 의문이고요.
수사도 그다지 치밀하지 못합니다. 메그레가 정처없이 거리를 쏘다니다가 무언가를 본 뒤, 그걸 계기로 조사를 한다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치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즉흥적인 수사라는건 다른 메그레 시리즈와도 비슷하기는 한데, 비공식적인 고향 마을에서의 수사라 그런지 더 두서없이 느껴졌습니다. 자기가 예전에 살던 집, 어린 시절 알고 지낸 사람들 이야기가 마구 뒤섞이거든요.

마지막 사건 해결은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살해 동기가 있었던 사람들을 불러모은 모리스 백작이 일종의 추리쇼를 벌인 뒤, 범인을 도발하여 자백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드라마틱하기는 합니다. 범인 에밀이 자제력을 잃을만한 분위기를 잔뜩 자아내는 연극적인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여지가 전무합니다. 범인 에밀이 자폭할 이유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에밀은 모리스 백작을 쏘고 자기가 범인을 죽였다라고 해명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어차피 증거도 없었는데, 긁어서 부스럼만 잔뜩 만든 셈이에요. 범인은 백작 부인의 정부 장 매테예아니면 모리스 백작인 것 처럼 분위기를 몰고가고 있었는데, 왜 법적인 효력도 없을 추리쇼에 압도되어 자제력을 잃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백작에게는 동기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유산으로 남은 푼돈 얼마라도 지키려고 했다? 너무 때늦은 행동이었을 뿐더러 실제로 남은 유산이 거의 없었다는게 이미 설명되고 있으니까요. 백작 부인의 정부 장 메테예가 범인인 것 처럼 몰고가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장이 돈줄을 억지로 끊을 이유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범인이 백작 부인이 살해당할거라는 예언을 경찰에 보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그 예언 탓에 메그레가 사건에 뛰어들게 되었는데, 에밀 입장에서는 경찰이 없는게 더 나았을거에요. 구태여 장 매테예를 범인으로 몰아서 치워버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냥 백작 부인이 자연사한 것 처럼 보이게 만들고, 몰래 빼돌린 백작 부인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하면 되니까요. 백작이 추리쇼를 벌여 범인을 색출하려고 했을 수는 있지만, 공식적인 효력이 없는 거덜난 귀족의 마지막 발버둥에 동참해 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약간 고딕 호러물스러운, 고풍스러운 성에서 벌이는 추리쇼 분위기는 그럴싸했지만 추리물로 보기 힘든 기묘한 드라마라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차라리 좀 더 호러스럽게 끌고가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백작 부인의 사체가 벌떡 일어나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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