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
<용의자 X의 헌신>, <탐정 갈릴레오>의 물리학자 갈릴레오 유가와 - 형사 구사나기 컴비가 활약하는 단편집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반적인 본격 추리물에 가까운 정통파 작품이었죠. 그러나 단편집인 <탐정 갈릴레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괴현상"을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등장시켜 그 수수께끼를 과학적으로 해명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에피소드가 중심인, 그러니까 괴현상에 이어지는 과학적인 해설이 핵심인 작품집이라 본격 추리적인 맛은 좀 덜했습니다. 과학적 해설도 일상적인 것이 아닌 너무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잘 와 닿지도 않았고요.
이 책은 단편집이라 그런지 <탐정 갈릴레오>의 성격에 좀 더 가깝긴 합니다. 그러나 전편의 단점을 확실히 보완했더군요. 과학적인 설명이 지나치지 않고 상식선에서 설명되고 있으며 특별히 심오한 이론이나 소재가 등장하지 않아 내용이 현실적이었거든요. 괴현상도 억지로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상황들로 채워져 있고요. 또한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말랑말랑한 연애감정 묘사가 전무하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전편보다는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작품마다 편차가 조금 있기는 한데 개인적인 베스트로는 <영을 보다>를 꼽고 싶네요. 별점은 평균 2.7점인데 반올림하여 3점입니다.
꿈에서 본 소녀
괴기현상 : 일종의 예언
사건 : 모리사카 레이미라는 이름에 얽매여 17년동안 그 이름의 소녀와 결혼할 것을 믿고 살던 청년 사카기가 실존하는 모리사카 레이미라는 여고생 집에 침입하려던 사건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는 것을 믿던 청년에 대한 이야기로 유가와의 물리학적 지식은 사건해결과는 무관한 작품입니다. 좀 아쉬운 것이 "모라시카 레이미"라는 이름이 굉장히 드문 이름이라는 배경 설명이 보강되었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태어나기도 전에 이름을 안다고 해도 그 이름이 흔하다면 트릭이고 뭐고 필요없는 거니까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전제조건을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 사카기가 그녀에 대한 꿈을 어떻게 꿀 수 있었는지에 대한 추리는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사건과 잘 결합되어 있어서 평균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단서의 제공도 공정한 편이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영을 보다
괴기현상 : 유체이탈
사건 : 기요미라는 호스테스가 살해되던 순간에 다른 곳에 나타난 "영"으로 나타난 사건
역시나 물리학은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영이라는 존재를 현실의 살인사건으로 끌어와 해결하는 유가와의 추리가 아주 일품인 작품입니다. 특히나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실패한 트릭"이 꼬여서 빚어낸 상황이라는 것이었어요. 그 외의 CD플레이어의 잡음과 같은 사소한 단서를 취합하는 능력 역시 고전적이라 좋았습니다. 그야말로 고전 황금기 시절의 단편의 맛이 느껴질 정도로 마음에 쏙 들더군요. 별점은 4점입니다.
떠드는 영혼
괴기현상 : 폴터가이스트 현상
사건 : 실종자를 찾기 위해 용의자의 집에 침입한 구사나기가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맞부닥치게 된다.
사건이 너무 간단해서 추리의 여지가 없는 작품입니다 .때문에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대한 진상규명이 더욱 볼거리였어야 하는데 과학적이기는 하나 재미는 없는 편이었어요. 공진현상이 그렇게 대단하게 일어난다는 것도 크게 와 닿지 않았고 말이죠. 또한 상식적이라면 시체를 파묻은 뒤 괴현상이 일어난 것을 알았을테고, 이 괴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시체를 다른 곳에 버리고 원상복구 시키지 않았을까요?
이 단편집의 워스트 단편으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단 이야기 앞부분에서 시체를 숨겨야 한다는 유카와의 의견은 마음에 들더군요. 그러니 갱들이 희생자들 다리에 콘크리트 신발을 신겨 물속에 버리는 것이겠죠.
그녀의 알리바이
괴기현상 : 도깨비불
사건 : 빚에 쪼들리던 영세공장 사장이 교살된 사체로 발견됨
이 작품은 TV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이미 봤던 작품이더군요. 주요 트릭과 내용은 동일했습니다. 도구를 지나칠 정도로 사용하며 결국 공범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버젼과 결말이 다르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드라마쪽이 더 현실적으로 설득력있게 각색되어 있는데, 힌트를 드리자면 현실에서는 해피엔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지몽
괴기현상 : 예지몽
사건 : 한 여성의 자살이 목격되는데 그녀의 죽음 이틀전 똑같은 꿈을 꿨다는 소녀가 등장한다!
예지몽이 예지몽이 아닌 현실이었을 것이다는 가정하에 입각하여 추리가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실제 트릭이 전문가만 알 수 있는 특정 소재를 이용한 복잡한 장치트릭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전기장치 등에 대한 설명도 너무 대충 넘어가고 있고요.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워낙에 상황이 재미있고 독특할 뿐 아니라 마지막의 예지몽 소녀 도모카의 다른 예지몽이라는 서늘한 결말은 인상적이었기에 별점은 2.5점 주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