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 Bambino! 15 - 세키야 테츠지 지음/대원씨아이(만화) |
후쿠오카의 대학생 반 쇼고 (애칭 밤비노 (애송이))가 도쿄의 전통있는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롯폰기 바카날레에서 일하게 된 뒤 요리사로서,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입니다. 제 53회 소학관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TV드라마까지 만들어진 인기작이죠.
그러나 제 기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일단 지금 읽기에는 그다지 새로운 작품은 아니었어요. "전문 직업군에서 엄격한 교육 및 체계를 몸으로 떼워가며 성장하는 젊은이"라는 장르 자체부터가 흔해빠졌죠. 재능과 더불어 근성과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주인공 캐릭터 역시 진부하기 이를데 없었고요. 스포츠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열혈근성물에 불과하잖아요. 재미를 위해서였겠지만 역경을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설정은 재미라고 한다면 재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고 실상 더 큰 문제는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내용이 산, 아니 안드로메다로 간 것입니다. <바카날레 2호점>이야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 필요했더라도 미국 연수, 연수기간 중 벌어지는 요리 배틀은 흥행과 재미를 위해서 끼워넣은 꼼수에 불과해 보였고 하야마의 죽음은 너무 상투적이어서 짜증이 날 정도였거든요. 에리가 결혼하게 됨으로서 여주인공이 사라진 작품의 이후 전개를 위해 아스카와 반을 붙여주기 위함이었던 것이 아닐까 싶긴 한데 완전 실패한 무리수였다 생각됩니다. 어차피 바로 그 다음회로 끝나버리니까요...
그 외에도 인물들 여러명의 캐릭터를 상세하게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거기서 어떤 드라마를 엮어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캡틴 요나미네와 왕언니 지배인, 굉장한 헤어스타일의 소믈리에, 플레이보이 홀 웨이터 3인방 등 개성넘치고 재미있는 캐릭터는 넘치는데 이야기 전개하고는 상관이 없다보니 촛점이 흐려진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중반 이후 등장하는 "왜 일본인이 이탈리아 요리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하나의 주제로 쓰일 수 있는 만큼 괜찮은 것이긴 했고 이야기를 부풀리는 것도 어느정도 수긍은 가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요리는 소재를 소중하게 음미하는 향토요리다. 이 지방의 소재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내 이탈리아 요리야!!" 라는 극초반의 (3권) 신 아저씨의 말과 동일한 결론으로 끝나버리기때문에 과연 미국 연수나 마피아 앞에서의 요리 배틀같은 유치하고 과장된 설정이 필요했을지는 의문이네요. 이럴바에야 반이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정도로도 해결 가능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개인 취향이겠지만 요리사가 나올 뿐 "요리만화"는 아니라는 것도 실망했던 부분입니다. 요리들은 주로 주인공 밤비노 반 쇼고의 성장을 다루는 소재로만 쓰일 뿐이니까요. 그나마도 자주 등장하지도 않고요. 초반에 하야마와의 스파게티 승부와 중반의 바카날레 요리 경연대회, 디저트 경연대회에서의 디저트 정도만 기억에 남네요. 그 외의 요리들은 그냥 이야기에 맞추어 등장할 뿐 전형적 이탈리아 요리이며 인상도 흐릿한, 그냥 소재일 뿐입니다.
그래도 흔해빠진 쟝르물에서도 흔해빠진 요리사라는 주제를 굉장히 깊이 파고들었다는 것 하나는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대형 레스토랑의 다양한 직업군을 상세하게 소개해주는 전개와 디테일은 대단했어요. 작화도 여러모로 인상적이라 만화적인 완성도는 높은 편입니다. 인기를 허투루 얻은건 아닐테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요.
이야기 부풀림없이 레스토랑과 요리사, 독특한 손님, 독특한 요리라는 디테일한 소재에 집중하면서 미국 연수 등의 이야기 없이 에리의 결혼과 반의 성장이라는 일상적이지만 잔잔한 결말로 끝냈더라면 걸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최소한 연재는 더 길어질 수 있었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