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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5

전자책 사업의 미래에 대한 소고

 몇몇 업체에서, 심지어 삼성에서도 이북 뷰어를 내 놓는 등 얼마전까지 전자책 관련 사업이 붐을 이루었었죠. 지금도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신규 단말과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긴 하나 최근에는 관련 사업 전체가 아이패드와 아이폰4, 안드로이드 폰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서 밀려난 상황입니다.


저 역시도 향후 전자책 사업에서 이북 뷰어라는 전용 디바이스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출판시장은 단말별로 제공되는 앱으로 통합되고 저작권자, 즉 콘텐츠 소유자가 곧바로 소비자와 연결되는 구조로 개편될 것으로 생각되거든요. 즉 거의 모든 단말에 동일한 뷰어앱이 설치되며, 이 뷰어를 통해 볼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는 해당 뷰어 전용 마켓 플레이스에 저자가 직접 생성해서 올리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거죠.

물론 이 뷰어앱을 배포하는 업체가 얼마나 파괴력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작가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지만 어차피 투자의 크기에 따라 움직이는 규모의 경제임에는 분명합니다. KT에서 동일한 컨셉의 전자책 마켓을 오픈한다고도 하니 필연적인 흐름이 아닐까 보여지네요.

만약 이렇게 된다면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한 일부 콘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설이나 논픽션, 웹툰류는 거의 모두 이러한 전용 마켓으로 제공될 것입니다. 최소한의 검열이라던가 교정 등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은 업체쪽에 필요할테고, 관련해서는 당연히 판매 금액의 일부를 쪼개줘야 하겠지만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으며, 작가입장에서도 보안이 확실하고 투명한 인세 확보가 가능한 등 (다운로드 베이스일테니 당연하죠) 작가와 소비자 모두에게는 Win-Win이 될테니까요.

예를 들어 지금 추리소설 경성탐정록의 경우 종이책은 12,000원이고 전자책은 7,200원입니다. 영화 콘텐츠와 비교해 보면 영화 감상 비용은 8,000원인데 유료 다운로드 시 2,000 ~ 3,500원 정도로 (오래된 콘텐츠는 그 이하!) 다운로드 받아서 감상할 수 있죠. 때문에 국내 시장 기준으로 전자책 콘텐츠의 비용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월 정액 서비스 등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월 정액으로 구독할 대상은 영화나 음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을테니 당장의 시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직접 작가가 이러한 온라인 판매처에 직접 올릴 경우에는 책 값을 2,000원으로 책정하여 유통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유통사에게 60%를 떼어준다고 해도 보통 작가가 10%를 가져가는 인세보다도 마진이 작가에게 더욱 크기 때문이죠. 경성탐정록의 경우 전자책 인세가 720원이라면 온라인 판매처에 직판할 경우 상기 비율에 따르면 마진이 800원이 됩니다. 만약 작가가 전자책 개발용 툴을 좀 잘 다룰 줄 알거나 전자책 개발용 툴 자체가 편리하게 개발되어 있다면 여러가지 다양한 기능의 추가 (하이퍼 링크, 오디오 삽입 등)로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도 가능할테고요.

이렇게 소비자와 작가 모두에게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으며, 이 구조라면 전자책 시장에서 전용 디바이스업체나 출판업체가 재미를 볼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뷰어"는 단순 앱, 하나의 솔루션일 뿐 전용 디바이스가 필요치 않은 제품이 될 테고 (어차피 시장 자체가 특정 전용 디바이스가 불필요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중간의 유통과정을 점유해서 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질 테니 말이죠.

모든 사람들이 전자책을 소비하지는 않을테고 시장이 급작스럽게 커지지는 않을테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결국은 작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그 날이 올테고, 그날은 일반적인 개념의 출판시장이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나아갈 날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에 맞춘 특색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기회가 되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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