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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2

야구장 습격사건 - 오쿠다 히데오 / 양억관 : 별점 2.5점

야구장 습격사건 - 6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동아일보사

유명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여행 에세이집으로 주니치 팬인 저자가 야구장만 돌아다닌다는 독특함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총 6곳의 야구장이 등장하는데 모두 지방 구장이고 심지어는 타이완까지 등장하니 생각보다는 범위가 넓은 편이죠. 이야기도 굉장히 개인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고 있어서 쉽게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신만의 주제를 담은 여행기라는 점에서 마치다 코우의 <동경산책>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점도 많았는데 제일 달랐던 점은 "야구" 자체는 별로 중요한 이야기거리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야구경기를 보러간 그 장소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한다는 여행기적인 이야기가 중심일 뿐 야구경기는 그냥 여행의 목적일 뿐이거든요. 그나마 등장하는 선수들과 경기에 대한 묘사도 선동열 선수가 활약하던 90년대 후반이 무대였다면 아는 선수가 더욱 많았을텐데 2000년대 쓰여진 책이라 아는 선수가 썩 많지 않아서 쉽사리 몰입할 수는 없었고요.

그리고 책 전체적으로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너무 강조하듯이 쓰여져 있고, 그러한 사고방식이 너무 중년아저씨의 보수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것 같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예를 들자면 예를 들어 오키나와에서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혐오한다고 쓰여있는 것 같은거죠. 뜨거운 오키나와에서 긴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이 더 비정상적인거 아닌가 싶을 뿐더러 운전하면서도 맥주를 자주 마시는 인간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또한 여행 자체도 자신의 옷은 몇만엔 어치를 걸치고 한끼 식사는 몇천엔짜리를 서슴없이 하며 매일같이 마사지를 즐기고 최고급 호텔의 트윈베드룸에 혼자서 묵는 호사스러운 여행이라 썩 와닿지 않았습니다. 돈 잘 버는 작가라는 것은 알겠지만 여행기란 모름지기 독자와 그 감성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거늘 이래서야 순수한 여행기로서의 재미가 많이 경감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쉽게 읽히는 재미,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 곳곳에 엿보이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몇가지 실망한 부분도 있어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작가의 글쓰는 재주 하나만큼은 돋보인 만큼 다음에는 작가의 정식 소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덧 1 : 야구경기의 묘미를 새롭게 하나 익힌 것은 수확이네요. 바로 "느긋하게, 편안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선수들을 야유할 수 있다. 그런 경기는 야구뿐이다." 라는 저자의 말 처럼 승패보다는 경기를 즐기면서 야유를 하는 관전 방식 말이죠. 앞으로는 저도 이길때는 이길때대로 즐기고 질때는 야유라도 실컷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습니다.

덧 2 : 정말 부럽습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 구석구석을 며칠씩 다니며 좋은 곳에만 묵고 맛난것만 먹으며 그걸 글로 써서 돈까지 벌다니! 야구 팬으로서는 꿈의 직업이 아닐까 싶네요. 부러우면 지는거겠죠?

<각 여행지별 상세 소개>

<오키나와 2월 5 ~ 12일>
오키나와 자탄 구장의 주니치 스프링캠프와 기노 만 구장의 요코하마 스프링캠프를 돌아보는 일정
시즌 전의 스프링 캠프라 야구에 대한 이야기는 적습니다. 나가시마 전 감독이 스프링캠프를 둘러보는 이야기가 제일 비중이 크더군요. 그러나 아무래도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인지 굉장히 많은 선수가 언급됩니다. 그러나 기억나는 선수라고는 다이호 정도밖에는 없네요.
특산물로 "대사각하의 요리사"에도 나온 명물요리 타코라이스가 맛있다고 잠깐 소개되고 있습니다.

<시코쿠 4월 19 ~22일>
마쓰야마의 봇짱 스타디움에서 주니치와 야쿠르트의 경기를 보기 위한 일정.
다른건 모르겠고 영화광인 작가가 시코쿠에서 감상한 영화가 한국영화 "친구"인데 아주 호평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야구는 페타지니 선수가 비중있게 언급되는 것도 반갑지만 두번째 경기에서의 야쿠르트 선발투수가 이리키라고 하니 더욱 반가왔어요.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OB시절 암흑기에 비교적 괜찮은 투구를 했던 외국인 투수였거든요. 현 강인권 코치와의 배터리가 아주 멋지고 감동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참고로 이 경기에는 이와세와 이가라시 료타 선수가 모두 나오는 등 대단한 경기였던 것 같네요. 야쿠르트의 후루타 선수의 끝내기 안타로 게임이 끝났다니 주니치 팬인 작가에게는 안된 일이겠지만...
두번째 경기 후 다카마쓰로 이동. 사누키 우동에 대한 극찬이 정말 대단해서 가가와 지방에 꼭 가서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타이완 5월 13~16일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 대 오릭스 블루 웨이브의 해외 첫 공식전 관람차 떠난 외국 여행입니다. 타이완 4박 5일 코스죠.
마쓰우라 아야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공식전에서 일본 국가를 불렀다고 하네요. 아이돌의 아슬아슬한 가창력을 불만스럽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두 팀에서 오릭스의 세기뇰만 들어본 기억이 나는 선수고 그 외의 아는 선수는 한명도 없더군요.
이 경기 말고도 대만 프로경기까지 보고 오다니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색다르고 독특한 문화를 즐기러 간 것 같기도 합니다만.

도호쿠 6월 7~10일
아키타현 내륙 가쿠노다테와 히나이에서 이스턴리그 쇼난 시렉스대 자이언츠 2군 공식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로 월드컵을 보지 않고 야구경기를, 그것도 2군경기를 보러가는 작가의 야구사랑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가쿠노다테의 사무라이 저택은 가보고 싶더군요.

명대사 하나 작렬합니다.
"자이언츠 2군 - 인재의 보고인 동시에 희망의 별을 기르다 죽여버리는 농장"

히로시마 9월 22~24일
히로시마 대 요코하마 경기입니다.
리그 끝자락에 하위권 팀들의 경기를 관전하러 간 탓에 경기에 대한 긴장감은 전무하더군요.
관광지라는 느낌도 크지 않습니다. 비싼 호텔에 묵으며 비싼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편한 여행이니까 당연하겠죠.

규슈 11월 30~12월 2일
OB들의 '마스터스 리그' 관전.
상당히 진지한 OB들의 리그로 보였습니다.
OB들은 80년대 활약 선수들이라니 역시나 아는 선수가 없었지만 3루 베이스 코치 철완 이나오 가즈히사는 아는 이름이었습니다.
구마모토 특산물 말고기 육회는 겁나 맛있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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