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 피터 하우겐 지음, 문희경 옮김/다산초당(다산북스) |
역사 속 왕실의 유명한 죽음과 서건을 현대 의학과 기술로 재조명해본다는 독특한 역사서입니다. 재미있는 역사관련 서적을 많이 출간한 다산초당에서 출간된 책이네요.
일단 목차만 보면 약간 아쉬운 것이 이런저런 서적에서 접해본 내용이 많다는 것이겠죠. 유명한 왕실 속 죽음이 너무 뻔한 탓도 크겠지만 어쨌건 아서왕의 정체, 사악한 리처드 3세와 런던탑에 갇힌 조카들, 프랑스의 철가면 죄수라던가 나폴레옹 독살설, 아나스타샤 공주 이야기는 다른 책이나 매체에서 많이 접한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더라도 비교적 최근 정보와 이론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철가면이 루이 14세의 아버지나 쌍둥이 형제일 것이다라는 뻔한 내용이 아니라 단지 허례허식과 대접받는 것을 좋아했던 교도소장이 좀 있어보이기 위해서 죄수를 한명 조작했다는 이론인데 꽤 그럴듯 하죠?
나폴레옹의 독살에 대한 이론도 결국 현대 의학으로 위암으로 최종 확인되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고요.
아나스타샤 공주 이야기 역시 얼마전까지는 당시 처형현장 근처에서 황제 일가의 유골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가짜라고 밝혀진 줄 알았는데 황태자와 대공비(공주) 중 1명의 유골은 발견되지 못한 등 아직도 안나 앤더슨으로 사망한 여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밝혀줄 증거가 없는 오리무중 상태라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왔어요.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이야기들도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리처드 3세가 죽인 조카를 자칭한 퍼킨 워벡 이야기라던가 비련의 어린 왕 루이 17세를 자칭한 여러 사기꾼들 이야기같은 사기행각이 먼저 눈에 뜨이네요. 특히나 인디언 혼혈이면서도 루이 17세를 자칭했다는 미국 사기꾼은 정말이지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을 위해서 왕관도 버리고~"라는 노래로 유명한 윈저공과 심슨 부인 이야기였어요. 윈저공이 변태적 성애환자라 심슨 부인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라는 이론이 등장하는 등 예상외로 파격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윈저공이 나치 지지자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마지막의 다이아나 왕비의 사고에 대한 분석도 현시점에서의 가장 깔끔한 진실을 전해주기에 만족스러웠고요. (결국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라는 이야기)
그런데 딱 한 사건, 즉 오스트리아 황태자였던 루돌프 요제프가 17세의 아름다운 나체의 소녀와 함께 시체로 발견된 마이어링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옥의 티였다 생각됩니다. 다양한 이론, 그 중에서도 프러시아 암살자가 죽였다라는 이론은 재미있지만 결국 수수께끼를 밝혀내지는 못한채 "만약 그가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버리니까요. 사건의 핵심인 "밀실"에 대한 수수께끼가 밝혀지지 않은, 역사 속 드물게 보이는 밀실 트릭인데 이렇게 흥미로운 사건이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영국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더라면 셜록 홈즈가 사건을 해결해 주었을텐데 말이죠.^^
어쨌건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상세한 자료조사와 다양한 도판들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세계의 미스터리' 같은 류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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