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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악몽의 엘리베이터 - 기노시타 한타 / 김소영 : 별점 2점

악몽의 엘리베이터 - 4점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살림

바텐더 오가와는 불륜관계에 있는 종업원 요코를 집에 바래다 준 날 아내의 긴급한 진통 소식을 듣고 뛰어나가다가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된다. 오가와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은 이상한 중년남과 프리터, 운둔형 외톨이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리고 갇힌 상태에서 각자의 악몽이 시작되는데....

<사형대의 엘리베이터>가 연상되는 제목처럼 폐쇄된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블랙코미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생각외로 등장인물들이 얽혀 있다는 점 등 비슷한게 많더군요. 하지만 단순한 아류작은 아닙니다. 굉장히 큰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배우, 각본가, 연출가로 활약해 온 작가의 성향이 작품에 두드러지게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죠. 즉, 한편의 블랙코미디 범죄 연극을 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연극적 요소는 작품의 장단점을 확고히 하는데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단 굉장히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몇명의 등장인물만 나와 대사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 자체도 단순하지만 대사와 성격, 상황이 희극적으로 강조되어 있어서 책장이 쉽게쉽게 넘어가거든요.
또한 3인칭 시점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시점으로 무대의 막이 나뉘듯 각자 한 꼭지씩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독자에게 내용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오가와의 시점으로 시작해서 사건의 개요를 일당 중 한명인 마키의 시점으로 정리해주고 마무리를 일당의 리더 사부로가 마무리하는 3막 전개인데 각자 사고방식도 확실하고 전개도 빨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건 자체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것, 우연에 의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추리-범죄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은 단점이죠. 반전도 가오루의 첫 등장과 고용과정, 그리고 오가와의 불륜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우연에 의한 부분이라는 점 때문에 완벽한 반전이라고 보기는 힘들고요. 개인적으로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임에는 확실했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3막의 연극이나 영화로 각색한다면 좋은 소재가 되겠지만 소설로서는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무료하고 무더운 일요일 오전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내게 해 준 재미 하나는 확실하지만 제가 일본식 코미디의 과장과 오버를 싫어하기에, 또 기대했던 추리-스릴러나 서스펜스가 아니라 블랙코미디에 더 치우쳐져 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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