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
Side-A
시즈오카 대학에 다니는 "나"는 친구가 불러낸 미팅 자리에서 마유코를 보고 한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하게 된다.
Side-B
나는 시즈오카에서 도쿄로 파견된 후, 마유코와 원거리 연애를 계속하지만 사내 동료인 이시마루와 바람을 피우게 되는데...
연애 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라는 거창한 카피를 달고 있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작가 이름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았고요.
그런데 생각과는 좀 많이 달랐어요. 미스터리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왜냐하면 사용된 "서술 트릭"이 "한번 속여보겠어!" 라는 생각이 지나쳤던 탓입니다.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어요. 서술 트릭은 "화자"와 "시점"의 변경이 대부분이라는걸 이제는 추리 애호가라면 다들 알고 있는 것이라 진부하기도 했고요.
또 교묘한 장치와 단서를 적절히 배치한 것은 좋았지만 해설이 없이는 100%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일본의 1980년대 (정확하게는 1987년)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장치가 많기 때문인데, 이렇게 특정 장소와 지역에 국한된 단서라면 공감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죠... 그 외에도 이야기의 핵심인 마유코가 양다리를 걸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 그리고 첫 미팅때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도 공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서술 트릭을 적절하게 연애 소설에 녹여낸 것은 독특했어요. 제목 그대로 통과의례와 같은 가슴 아픈 첫 사랑 이야기로는 완성도가 높고요. 그 외의 자잘한 장치들 - 예를 들자면 옛날 LP판처럼 Side A-B를 구분한 형식과 소제목으로 당시 유행가 제목을 가져다 쓴 것도 작가의 의도였다는 등 - 도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등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 제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90년대 초반 한국이 무대였더라면, 그래서 추리적으로도 공감할 부분이 많아졌더라면 별점 4점 이상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임에는 확실합니다. 80년대에 청춘을 보냈더라면, 그리고 이 작품 안에 등장하는 장치들을 같이 즐길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게 좀 아쉬울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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