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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구적초 - 미야베 미유키 / 김은모 : 별점 2.5점

구적초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의 중단편집으로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3편의 작품이 실려있습니다.

보통 초능력자 SF는 능력자들이 여러가지 무거운 사명을 짊어지고 의문의 조직과 싸워나가며 자신의 운명과 힘에 대한 두려움 뭐 그런걸 느끼는 이야기가 많았죠. 그에 반해 이 작품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계에 가깝습니다. 힘 자체도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힘의 존재도 그닥 대단한 배경설명이 있는 것이 아닌 자연발생적인 것이며, 힘의 소유자들도 평범한 일반인들이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일상계 초능력 SF물' 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추리적으로 조금 더 볼만한 부분이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두번째 작품 <번제>가 좀 이질적이라 점수를 깎아먹어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러나 미야베 미유키의 글 쓰는 재주 하나만큼은 역시나 반짝반짝 눈이 부실 정도! 읽는 재미도 탁월하고 특유의 심리묘사는 여전히 발군이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네요. 그야말로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읽다가 들은 생각인데, 이 책에서처럼 약간의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큰 이득은 없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같아요. 뭔가 예지는 할 수 있지만 그 사건이 일어날때 까지는 뭘 예지했는지 알 수 없는 예지능력, 사람과 접촉해야만 하고 접촉 순간에 얻어지는 단편적인 의미를 조합해야 하는 투시능력 모두 한계도 명확할 뿐더러 이러한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별로 쓸데가 없거든요. 혼인빙자 사기범한테는 무척이나 유용한 능력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스러질 때까지>
어렸을적 사고로 부모를 잃은 도모코가 유일한 남은 혈육인 할머니의 죽음 이후 집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
어렸을 때의 도모코를 찍은 비디오 테이프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이 핵심인 작품입니다. 결국 비디오 테이프에 찍힌 어린 도모코의 행동과 말은 예지능력이었다는 내용이죠.
이러한 중간 전개는 정말 흥미진진하지만 아쉽게도 실의에 빠진 도모코의 자살 시도라는 뻔한 결말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그냥저냥 무난한 작품이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번제>
어린 동생을 말도 안돼는 사고로 잃은 가즈키에게 아오키 준코라는 회사 동료가 접근하여 범인을 죽여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녀는 염화능력자 (파이로키네시스) 였고, 자신의 능력을 정당하게 사용하기를 원해왔었다.
이 작품집 속에서 가장 처지는 작품입니다. 일단 아오키 준코가 가즈키에게 접근한 이유부터가 설득력이 없거든요. 그렇게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면 그냥 신문이나 TV방송같은걸 보면서 죽어 마땅한 인간들을 골라내면 될텐데 말이죠. 또한 아오키 준코는 전형적인 강력한 초능력자이기 때문에 내용이나 전개가 기존의 초능력 SF물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도 감점 요소였어요.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매력을 '일상계스러운 맛'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이질적이었으니까요.
가즈키 동생의 뺑소니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조금 여성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 여운을 남기는 묘사는 인상적이지만 단점이 더 크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구적초>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천리안 다카코는 능력을 활용하여 형사가 되지만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잃어간다.
이 작품은 초능력 일상계 추리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만큼 추리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물론 다카코의 능력이 단서라는 약점은 있지만 등장하는 주요 사건 2개, 즉 공원에 출몰하는 변태 사건과 고사카 미치루 유괴사건 모두 추리적으로 잘 짜여져 있었을 뿐 아니라 일상계스러운 맛도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카코의 능력이 감퇴해가는 과정과 더불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에서 명확한 이유라도 좀 밝혀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긴박감이 있긴 하지만 영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느낌도 좀 들거든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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