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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탐정 갈릴레오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억관 : 별점 2.5점

 

탐정 갈릴레오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재인

"용의자 X의 헌신"의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하는 연작 단편집입니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그래도 단편 연작이고 평도 괜찮아 구입하게 되었네요.

일단 천재 물리학자라는 주인공 캐릭터에 걸맞게 과학 수사물로 보일 만큼 과학적, 물리학적 이론에 대한 설명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지식이 실제 사건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냐 하면 꼭 그런것은 아니라는 것이 약점입니다. 때문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좀 부족한 약간은 애매한 성격의 작품집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말이죠. 솔직히 소설이라는 쟝르보다는 영상물이나 만화에 더 어울리는 소재라 생각됩니다. (Q.E.D 스러운 트릭도 몇개 눈에 띄였고요) 

물론 시니컬한 천재 유가와를 다시 보는 매력은 존재하지만 이 캐릭터 역시 지나칠 정도로 스테레오 타입이라 지루한 점이 없잖아 있네요. 왓슨 격의 캐릭터 구사나기 역시 뻔하고요.

그래도 이만큼의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조사하여 묘사한 작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고,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해서 후속작도 기대가 되네요. 이정도로 쉽게, 빠르게, 재미있게 읽힌다면 추리물로서의 쾌감이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쟝르문학 나름의 가치는 충분하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참고로, 개인적인 베스트는 교과서적인 미스테리 과학 수사물 "이탈하다" 였습니다.

1장 타오르다 :
한 거리에서 발생한 석유통의 자연발화사건으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다. 경시청 수사 1과의 구사나기는 미궁의 자연 발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테이토 대학 동기인 물리학자 유가와를 방문하여 사건 해결을 요청한다.
방 바꾸기 트릭이라던가 나름의 서술 트릭은 좋았지만 기본적인 범행 자체의 현실성이 너무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주요 소재인 "레이저"라는 장치가 나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되기는 했지만 그 위험성을 놓고 볼 때 다른 시한장치 쪽이 더욱 안전하고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거든요.

2장 옮겨 붙다 :
중학생들이 쓰레기로 가득찬 저수지에서 발견한 알루미늄 판을 이용하여 만든 데스마스크를 학교 축제에 제출하고, 그 데스마스크가 실제 실종된 치과의사의 얼굴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저수지에서 치과의사의 시체를 찾아낸 경찰은 유일한 단서인 알루미늄판으로 만들어진 데스마스크의 생성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 구사나기는 다시 유가와를 만나는데...
데스마스크가 주요 소재이긴 하지만 실제 사건을 밝혀내기 위한 가장 큰 단서는 아니더군요. 트릭이 기발한 것은 아니라서 추리적 재미는 떨어지지만 제목에서도 묘사된 데스마스크의 생성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좀 더 해당 현상이 추리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좀 남네요.

3장 썩다 :
한 자린고비 슈퍼마켓 주인이 욕조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고. 그러나 가슴 근처 조직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괴사한 것 때문에 진상 규명을 위해 구사나기는 다시 유가와를 찾아간다.
주요 소재인 "초음파"를 이용한 범행 도구에 관련된 트릭이긴 한데 어차피 증거 (조직의 괴사) 가 너무 뚜렷이 남는지라 당쵀 왜 이러한 도구로 살인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학적으로는 재미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용의자도 특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알리바이도 애매한 이상, 흉기가 규명되지 않더라도 수사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기에 추리물로는 빵점짜리로 생각됩니다.

4장 폭발하다 :
쇼난 해안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폭발사고로 한 여성이 사망한다. 그 뒤 한 남자가 자기 방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구사나가는 피해자가 테이토 대학 졸업생으로 테이토 대학 주차장의 사진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단서로 유가와를 찾아가 탐문한다.
두개의 사건이 벌어지는데 주요 소재인 "나트륨"과 관련된 사건은 폭발사고, 그리고 또 하나의 살인사건은 첫번째 사건과 연관된 부수적인(?) 사건입니다. 그래도 두번째 사건을 통해 첫번째 사건과의 연관성을 밝히고 동기와 범인을 알아내는 전개가 매끄럽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단편으로서의 완성도는 높습니다. 과학적 이론이 실제 범행에 실질적으로 응용되는 점도 높이 살 만 하고요. 그러나 위험물질에 대한 보관 관리의 문제나 실제 범행 도입 시 행여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너무 축소하여 대충 넘어간 것은 좀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꽤 완성도 높은 단편이었습니다.

5장 이탈하다 :
한 살인사건에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보험 영업 사원. 그의 유일한 알리바이는 범행 시간대에 회사일을 땡땡이치고 인적드문 강변에서 차를 주차시켜 놓고 낮잠을 잤다는 것이지만 목격자는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해당 시간대에 그 강변과 차가 도저히 보일 수 없는 위치의 아파트에서 고열로 아파하던 한 소년이 "유체이탈"로 해당 차를 목격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밝혀져 그 그림의 단서 채택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구사나기는 유가와의 도움을 요청한다.
흥미로운 소재였습니다. 전 작품을 통틀어 과학적 이론이 범행과 아무 관련없는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인지 억지스러운 트릭보다는 관련된 이상 현상 (여기서는 "유체이탈") 을 과학적으로 밝혀나가는 "미스터리 수사단" 같은 전개를 보여주는데 꽤 현실성 있고 공정한 단서의 제공으로 추리물로서의 가치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빛의 굴절"이라는 꽤 잘 알려진 현상을 통하여 이론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타당하고 설득력있어 보였고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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