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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7

가타부츠 - 사와무라 린 / 김소영 : 별점 3점

 

가타부츠 - 6점
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이 작품은 총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입니다. 제목의 사전적 의미로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네요. 작가의 의도는 소박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싶어서 쓴 것이라고 하는데 제목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소박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지만 뭔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성격의 소유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주인공들의 고지식함에 관련된 내용은 비록 소설이지만 일반 소시민이 가질 법한 집착이나 생각들이라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고요. 소박한 이야기답게 이야기의 스케일도 작아서 마음 편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 단편집인줄 알고 구입했는데 추리하고는 거리가 좀 있지만 구입을 후회되지 않을 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들이었다 생각되네요. 별 3개는 충분한 책입니다.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작품별로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첫번째 단편인 “맥이 꾼 꿈”은 유부남 유부녀가 우연찮게 만나 사랑에 빠져 불륜관계가 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살을 결심하는 이야기입니다.
불륜 관계의 남녀가 남겨지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자살을 결심한다는 이야기 전개와 그들의 심리묘사가 참 소박하면서도 드라마틱 합니다. 각자 자살을 꿈꾸며 실행에 옮기는 과정도 흥미진진했고요. 그러나 진부한 멜로드라마적인 설정과 마지막의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제일 첫 작품이 제일 처지는 작품이라는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두번째 단편 “주머니 속의 캥거루”는 쌍둥이 여동생 아코의 뒷치닥거리 때문에 일상이 꼬이는 주인공 다카모리의 이야기입니다. 최후의 순간에 여자친구와 아코 둘 중 한명을 선택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전개인데요. 제목이 의미하는 난폭한 캥거루를 제압하기 위해 캥거루에 주머니를 씌우듯, 아코를 돌봐주려 하지만 외려 그녀가 족쇄가 되어 자유의지를 잃는 과정이 담담하고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희한한 집착. 이 단편집의 명제를 잘 드러내고 있는 단편입니다.

세번째 작품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역 개찰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이상적인 기다리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 한 여자, 그리고 그녀가 기다린 남자였지만 그녀를 외면해 버린 남자에게 급작스런 살의를 품게 된다는 전개인데요. 독특한 취미가 인상적이고 이 취미를 통해 한 평범한 남자가 살의를 품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표현된 작품입니다. 평범함 속에 비일상적인 설정을 끌어들이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가장 비일상적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끔찍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소박하게 전개하는 솜씨가 참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네번째 작품 “유사시”는 아들에게 갑자기 닥쳐올 사고에 대한 강박증에 빠진 한 주부의 이야기입니다. 강박신경증에 대한 묘사도 세밀하지만 그러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반전이 인상적인 소품입니다. 정말로 소박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디테일한 심리묘사로 반전까지 이르는 과정이 마음에 들더군요.

다섯번째 작품인 “매리지 블루 마린 그레이”는 사고로 인해 3년전 이틀의 기억이 없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의 고향을 찾는데 그 고향 바닷가의 풍경이 기억 나지만 왜 기억이 나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없고 3년 전 그 기억이 없는 날 그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30년도 아니고 3년도 아니고 딱 3일의 기억상실. 정말 소박하다 못해 눈물날 정도인 설정입니다. 3일의 기억 상실로도 사람이 극단적으로 끌려갈 수도 있다라는 것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여섯번째 작품인 “무언의 전화 저편”은 한 연립주택 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당시 피해자 옆집에 살던 다루미 간토라는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비명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을 무시하고 나와보지도 않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현대 사회의 매정한 세태를 그리는 듯 하지만 우리 옆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와닿는 점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중간중간의 복선을 통해 마무리되는 결말도 깔끔하고요.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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