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구속 - 크리스 보잘리언 지음, 김시현 옮김/비채 |
로렐은 대학 2학년 때의 어느 가을날 취미이던 싸이클링을 즐기다 버몬트 산길에서 두 명의 괴한에게 강간당할 뻔한 뒤 아픈 기억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노숙자 쉼터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노숙자 쉼터 운영자인 캐서린의 부탁으로 바비 크로커라는 노숙자의 유품인 사진을 정리하던 중 사건이 있었던 그날 그 장소의 자신이 찍힌 사진을 발견하고 노숙자 바비의 정체와 사진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는 작업에 빠져든다
탐색 작업 중 바비의 누나로 보이는 파멜라 부캐넌이라는 노부인이 사진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로렐은 갖은 방해공작을 이겨내어 사진이 가르쳐 준 장소에서 무언가를 찾게 되는데...
우선 출판사에서 반전이 대단하다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반전은 어떻게 보면 "살인자들의 섬”과 좀 유사한 반전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요소와 진상은 놀라운 수준이라 반전물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서술 트릭이기는 한데 다른 서술 트릭물과는 달리 전편을 통틀어 해당 반전을 합리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쓰였다는 것이 차이점으로 충격과 합리성을 같이 지녔다는 것이 대단한 점이겠죠. 챕터마다 앞부분에 짤막 짤막하게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 내용,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대사와 묘사 속에 숨겨져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정말 치밀해서 감탄을 자아내거든요.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추리 애호가로서 반가왔던 것이 로렐의 사진에 대한 치밀한 추적 과정이었습니다. 꽤 합리적인 추리적 요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거든요. 또한 로렐에 대한 심리묘사는 반전과도 많은 연관이 있기에 무척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감정이입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잘 처리했더군요.
무엇보다도 "위대한 개츠비" 라는 고전을 작품 안에 실질적으로 부활시켜 인용하며 작품의 주요 스토리로 끌어가는 이야기 전개 능력이 너무나 탁월하더군요. 이런 것도 일종의 팩션이라고 봐야 할까요? "리터러리 스릴러"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소설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아주 특이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작품 속에서 널리 알려진 고전이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융합되고 현실과 허구를 잘 넘나드는 것이 작품과 완벽하게 어울렸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바비 크로커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이 좀 장황하고 그 정체가 그다지 작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뭔가 엄청난 진상과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초반에 정체를 드러낸 감이 없잖아 있거든요. 아울러 지나치게 두껍다는 것 정도되겠습니다. 뭐 그만큼 많은 설명과 묘사가 들어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소설 자체만으로도 뛰어나지만 추리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쟝르문학적인 가치도 충분하고요. 추리 팬이나 쟝르문학 팬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름 더위를 식히는데 정말 제격인 일급 소설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번역은 덤이고요. 별점은 4점 주겠습니다. 결코 공짜로 읽게되어 높은 점수를 준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을 기회를 주신 하우미스테리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과연 로렐이 찾은 상자 안에 정말로 들어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제목의 진정한 뜻이 뭘까요? 로렐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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