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황금가지 |
연방보안관 테디(에드워드)는 화려한 군 경력을 지닌 역전의 용사지만 아내가 방화에 의해 죽은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인물. 그는 파트너 처키와 함께 비밀임무를 띄고 수수께끼의 정신병원이 있는 외딴섬으로 향한다. 표면적으로는 병동에서 불가사의하게 사라진 레이첼 솔란도라는 여성 환자의 수사. 그러나 그는 헐리 상원의원의 특명으로 정신병원 내부에 만연하는 불법 시술을 밝히는 임무와 함께 아내를 죽게한 방화범 레이디스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심을 품고 수사에 임하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불어닥친 허리케인으로 고립된 테디와 처키는 레이첼 솔란도가 남긴 암호를 해독하며 진상에 접근해 나아가며, 허리케인으로 병원 내부의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미스틱 리버"의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장편.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사실 스릴러물이라 불리우는 이런 쟝르도 굉장히 좋아하긴 하지만 그동안 읽어 보았던 현대 미국 작가의 책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뻔한 내용이 많아서 최근에는 별로 읽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의 저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리네요. 한마디로 물건입니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전개와 묘사의 탁월성도 놀랍지만 독자를 빨아들이는 재미와 몰입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정도의 대단한 흡입력, 그리고. 서두와 결말, 그리고 놀라운 반전까지 한치의 오차 없는 치밀한 구성과 함께 중간중간의 디테일한 묘사까지도 책의 내용과 완벽하게 부합된다는 것에서 작가의 어마어마한 내공과 역량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스릴러물이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나름의 "암호트릭"이 등장하는 것도 추리 매니아로서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어요. 정통파 추리물로 보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내용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작품의 재미를 충분히 살려주는 조미료 같은 역할을 잘 해 내었다고 생각되네요.
그러나 딱 한가지, 반전 이후에 나오는 에필로그와 같은 마지막 날 오전의 풍경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잡역부 중 한사람이 나르던 물건은 과연 뭐였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요. 또 주인공 테디의 캐릭터는 작품 설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이런 류의 작품에 항상 나오는 스테레오 타입 (터프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지닌 트라우마로 괴로워 하며 자살 충동마저 느낀다는) 이라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그간 읽은 미국식 스릴러의 천편일률적인 전개에 질렸던 참인데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읽었기 때문에 더욱 즐거웠던 것 같네요. 미스틱 리버도 읽어봐야겠다는 것과 앞으로 현대 미국 작가 책도 눈여겨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영화화 이야기도 있는데 책의 내용만 잘 살린다면 "야곱의 사다리" 못지않은 이바닥의 수작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잘 살린다는 것이 어려운 이야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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