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한편입니다. 사실 굉장히 예전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로 나왔었던 영화를 이미 보았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소설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때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한창 빠져있을 때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이 굉장히 찬양하던 작품이라 눈길이 갔었고 그 이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손을 떼고 있다가 겨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햇수로 따져본다면 처음 영화로 접하고 거의 20년만에 읽은 것 같네요.
일단 이 소설에서 돋보였던 점은 개츠비라는 캐릭터입니다. 지극히 영화적이고 독특한, 묘한 인물인데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거든요. 당대 미국인들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죠. 야망과 입지전적인 스토리를 보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의 클라이드와 유사하지만 개츠비는 단편적이지 않은 복잡 미묘한, 2000년대에도 여전히 먹힐 수 있는 현대적인 캐릭터라는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 하드보일드의 원형처럼 보이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왠지 루 아처 시리즈가 생각날 정도인데 과거사에 얽매여 꼬여있는 인간관계와 서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주인공들, 사소한 오해와 실수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살인 사건이 바로 하드보일드의 정취를 짙게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에요. 후대 하드보일드처럼 적나라하지 않고, 상류계층의 시각에서만 쓰여졌다는 차이가 있긴 하나, 간간히 보이는 물질 만능과 미국식 자본+퇴폐주의의 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 역시 하드보일드 단골 소재니까요. 조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초창기하드보일드 작가들에게 나름의 영향은 주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런 작품도 하드보일드로 보이는 제가 이상한 것일지도....)
그러나 미국 상류층의 퇴폐적인 삶과 허무, 그리고 "미국의 꿈"이 얼마나 환상일 뿐인가를 알려준다는 작품평과 같은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예일대학, 옥스퍼드 대학 같이 출신 운운하며 파티만 즐기고 연애활동만 일삼는 상류사회에 대한 지나친 묘사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상류층에 대해 작가가 지나친 동경을 품고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 단순히 설명적인 묘사, 사건 나열보다는 개츠비와 데이지의 교통사고에 얽힌 진상을 잘 포장해서 복잡하게 꾸미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 편이 보다 소설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같거든요.
아울러 개츠비 역시 멋지긴 했지만 이전 영화속의 로버트 레드포드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습니다. 소설에서도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꿈과 잃어버린 과거를 동경하는 모습은 충분히 전해주지만 전성기때의 말쑥한 외모로 눈빛하나로 모든것을 말해주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이 20여년이 지났지만 더 기억에 남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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