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해당 택시 운전사였던 미우에는 스스로 한 몫 잡을 생각으로 승객이었던 야마나카를 미행하여 도청 공무원인 야마나카와 후니야 정신병원의 사무국장 한다의 모종의 밀착관계를 파악하지만 병원 근처에서 우발적으로 한다의 애인이었던 묘코를 살해하게 된다.
경찰은 시마다와 묘코의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알아내고 택시 회사의 주행 기록을 뒤져 미우에를 체포하나 증거 불충분으로 결국 석방하게 되고 이후 미우에는 실종되었다가 야마나카와 같이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일본 사회파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쵸의 장편소설. 하지만 사회파 특유의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맛은 없습니다. 단지 경찰 수사의 방식에 촛점을 맞추어 진행될 뿐이죠. 별다른 트릭도 등장하지 않고 사건 자체도 치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동기를 중시한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와 거기서 파생되는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구와키 형사의 용의자들간의 관계 파악, 정황 증거 파악, 스스로의 육감에 의지한 정통적인 수사 과정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트릭이 거의 전무하고 꽉 짜여진 맛이 부족하며 돌발 상황, 우연한 상황의 잦은 발생 및 형사들의 육감에 의지한 조사 방법의 남용은 불만스럽습니다. 페이지는 거의 400여 페이지인데 너무 쉽게 쉽게 생각나는대로만 써 내려간 티가 역력하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용의자가 차례로 죽어나가 결국 다 죽어버리니 이건 추리고 뭐고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거든요.
마지막의 진상과 진정한 흑막이자 진범을 밝히는 부분이 그나마 트릭적으로 괜찮기는 합니다만 (약간의 심리트릭이죠), 소설 전체의 얼개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독립적인 사건처럼 보일 정도로 처리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진범의 정체는 황당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에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점과 선"이나 "제로의 집점", "모래그릇" 과 같은 작품들에 비한다면 거장다운 품격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던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어느 정도의 복선이나 트릭은 등장하는 편이 보다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무려 3일에 걸쳐서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지루했기에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더 페이지를 줄이더라도 사건들을 좀 정리하여 꽉 짜여진 느낌을 전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고, 또 그런 능력은 충분히 있는 작가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역시 마츠모토 세이쵸의 작품은 70년대 이전 작품이 제 취향에 그나마 맞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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