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서해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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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역사서입니다. 가격과 두께에 걸맞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저널리스트의 시각에서 조망한 객관적인 기록으로 스탈린그라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후일담까지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가 영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측 모두를 똑같은 수준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스탈린을 중심으로 한 붉은 군대의 살벌하고도 무식한 전투 방식에 더불어 독일군 장성들의 이기주의와 기회주의 등도 잘 조망하고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독일군의 패전의 원인 중 하나로 만슈타인 원수의 기회주의적 사고방식을 꼽고 있는 것이 이채로왔습니다. 여태까지는 독일군 최고의 전략가이자 영웅같은 존재로 알았는데 의외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거든요.
당시 병사들의 편지와 일기를 많이 소개함으로써 양국의 전투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소련 병사들은 검열 때문인지 대체로 맹목적인 애국심을 보여주고 있지만 독일 병사들의 편지는 공개된 자료가 소련측에 회수된 내용이 많아서인지 의외의 허무주의와 우울증을 보여주는 내용도 많더군요.
무엇보다 그동안 세계 최강의 군대로 알았던 독일군의 환상을 깨는 많은 증거들, 기아로 죽어가는 병사들이 속출했음에도 자기 개에게 버터를 바른 빵을 주는 장교가 있었다는 증언을 비롯하여 탈주자와 배신자들의 이야기는 끝도 없어요. 오히려 소련군의 군기와 사기가 더 높았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조작된 내용도 분명 많았겠지만요)
그리고 항복 이후의 파울루스와 슈미트를 비롯한 장성들은 물론 각 병사들의 최후까지 그려내고 있는데 여기서 배신을 했건 안했건 고위층의 살아남는 퍼센트가 무척 높았다는 것에서 씁쓸함을 느낍니다. 역시 전쟁이란 불쌍한 병사들의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증거겠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번역이 약간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 옥의 티이지만 전투방식의 묘사도 박진감이 넘치고 전편에 일관된 객관적인 시각은 이 책의 수준을 한껏 높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김종화씨의 책에 비하면 훨씬 수준이 높은 만큼, 2차대전에 관심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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