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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7

악녀는 두 번 산다 - 한민트 / 피치베리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기 웹소설의 웹툰 버젼입니다. 자주 찾는 커뮤니티인 클리앙에서 어떤 분이 강력 추천하시기에 읽어보게 되었네요.

이 작품은 회귀한 아르티제아가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제국의 정치판을 뒤흔들며 정적들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룹니다. 오빠 로렌스를 비롯해 황위 계승을 둘러싼 여러 귀족들과의 지략전, 황실 내부의 갈등 구조, 회귀한 아르티제아의 철저한 계산이 맞물려 극적인 전개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세드릭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그녀가 감행하는 정적 제거의 과정은 독자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안겨줍니다.

이처럼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입체적인 성격 덕분이기도 합니다. 황제 그레고르는 단순한 악역을 넘어서 지략과 권력을 모두 갖춘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친인척까지 숙청하는 냉혹함 속에서도 가식 없는 일면을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 외에도, 깊은 원한을 품은 황태후, 아르티제아의 친모이자 황제의 정부인 밀라이라, 우유부단하지만 트라우마를 지닌 황제의 동생 로이가르, 로이가르에게 순종적인 인형같은 존재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가넷, 출신 신분 때문에 능력은 있지만 트라우마와 자격지심에 시달리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 등 주변 인물들 모두 과거사와 현재의 권력 구도가 촘촘하게 얽혀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심리 묘사 또한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아르티제아와 세드릭의 감정선, 둘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변화들도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단순한 권력 암투 이상의 인간적인 교류와 관계 형성도 이 작품이 가진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작품 속 권모술수와 지략 대결이 마치 큰 판을 짜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 전개를 살펴보면 주인공 아르티제아의 행보는 단순하고 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로이가르 대공의 몰락은 아르티제아의 계략보다는 카멜리아 후작 부인의 딸 스카일라와 원래 카멜리아 후작 후계자 이안을 끌어들인 결과일 뿐이지요. 이안이 목숨을 건진건 순전히 운일 뿐이었고, 아르티제아가 닥쳤던 위기를 성녀로 인정받으며 극복하는 장면 또한 우연에 가깝습니다. 독자가 기대한 ‘천재적 전략가’의 모습보다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쓰고 운이 따른 결과로 상황이 풀리는 흐름이 많아 다소 김이 빠지네요. 이런게 능력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아르티제아만 주변에 인물이 많은 이유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또한, 아르티제아가 전생의 부채의식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클라이맥스에서 무너지는 제방을 복구하기 위해 마법을 쓰는 장면은, 전개상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로렌스를 제거하고 세드릭이 황제가 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세드릭과 리시아를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무리하게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해요. 초반부 하이라이트인 에브론 대공가에서 발생하는 오브리 역모 사건은 짜증만 일으키는 이야기였고요.

아울러, 주인공인 아르티제아와 세드릭, 로렌스는 설정에 비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에 머물러 있어 인물 구성이 아쉽습니다. 이들이 중심축을 담당하는 이야기인 만큼, 이들의 내면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뤄졌다면 작품의 완성도는 훨씬 높아졌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복잡하고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과 지략을 펼쳐가는 긴장감 있는 전개, 세심한 심리 묘사는 분명 장점이지만, 전개상의 허점과 중심 인물의 평면성은 몰입에 방해가 됩니다. 남성향으로, 보다 강한 인물들이 진짜 지략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였더라면 더 마음에 들었을텐데, 제 취향이라고 하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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