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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8

악연 1~6 (2025) - 이일형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재영은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직장 동료였던 폭력 조직 출신 조선족 장길룡에게 살인을 청부했다. 한 달 뒤까지 사채를 갚지 않으면 장기가 적출될 위기에 처해서 보험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살인 사건 수사가 시작되었고, 장길룡은 경찰마저 살해한 뒤 박재영에게 돈을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박재영은 장길룡을 살해하려했지만, 되려 습격당한 뒤 납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길룡과 함께 김범준에게 살해당했다. 호구 한의사 한상훈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던 김범준이 박재영으로 신분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최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인데, 회사 동료 조문 차 장거리 버스 여행을 떠난 김에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생생한 등장 인물들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거든요. 그냥 욕설만 하는게 아니라 농담섞인 대사를 나누는 식으로 각본도 잘 받쳐주고요. 각본에서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 정서가 묻어나는데, 제법 괜찮았습니다.

피해자인 의사 김주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악행을 저지르는 주요 등장 인물들이 이른바 '악연'으로 촘촘히 연결되었다는 설정도 눈에 띄네요. 박재영은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장길룡에게 청부를 의뢰하고, 장길룡은 교도소 동기였던 김범준을 범행에 끌어들입니다. 김범준은 박재영의 고등학교 선배이고, 사고로 입원한 박재영(으로 신분 세탁한 김범준)의 주치의 이주연은 고등학교 시절 박재영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했었는데 이는 김범준의 애인 이유정의 사주 때문이었고요. 마지막 장기 밀매 조직 소속 의사로 김범준의 장기를 적출하는건 김주연의 애인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복잡한 관계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총 6화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며 깔끔하게 마무리하였으며, 모든 악당들이 죽고 만다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최종 빌런인 김범준은 산채로 장기를 적출당한다는 끔찍한 죽음을 맞는데, 작 중에서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정도로 통쾌했습니다.

김범준과 이주연이 공모해서 한상훈을 털어먹기 위해 짠 설계, 박재영이 장길룡을 살해하기 위해 준비한 휴대폰 알람(방심하게 만들려고), 한상훈이 자동차 정비소 이야기를 듣고 블랙박스 메모리를 뒤져 진상을 알아채는 장면, 김범준의 약병 바꿔치기 등 추리 및 범죄물로도 볼만했습니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채, 장기 밀매, 보험 사기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데 너무 비현실적이라 극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유치하다는 인상을 주는 탓이 큽니다. 사채빚을 못 갚아서 장기가 털린다는건 도대체 언제적 발상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김범준이 박재영과 고등학교 선후배였고, 이주연의 애인이 장기 밀매 조직의 일원이라는 요소는 과도하게 작위적으로 느껴지고요. 아무리 '악연'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억지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지만, 이야기는 익숙하고 결말도 뻔합니다. 박재영이 이주연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중요한 단서가 초반에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박재영이 사실은 박재영이 아니라는 뜻이 되며, 그렇다면 그 정체는 이야기 흐름 상 김범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김범준이 마지막에 장기가 적출되며 죽음을 맞는다는건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요. 그래서 특별한 반전이나 여운이 남지는 못합니다. 제가 이런 장르물을 너무 많이 봤나 봅니다. "화차"의 바란다 이와 같으니...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흥미로운 전개, 배우들의 연기는 좋은데 개연성 부족과 다소 뻔한 전개는 아쉽습니다. 그래도 분량이 짧다는 장점은 확실하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습니다.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신다면 보셔도 괜찮을겁니다. 인기작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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