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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1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 박기반 : 별점 2.5점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4점 제임스 M. 케인 지음, 박기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영화로 더욱 유명한 고전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구입하고 알았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인 "이중배상"까지 실려있더군요. "이중배상" 역시 영화가 엄청나게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죠.

일단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기대하고는 전혀 달라서 실망스러웠습니다. 백수건달과 별볼일없는 샌드위치가게 안주인이 똑똑해봤자일테니 이게 현실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범죄"가 치밀하지 않은 즉흥적인 범죄였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첫번째 범행은 난데없는 경찰의 등장으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나름 계획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나은데 두번째 범행은 정말이지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왜 콜라까지 동승해서 사고를 일으키는지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냥 과음을 시킨 뒤 운전을 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 아니었을까요?
또 배불뚝이 그리스인 남편과 같이 산다고 여자들이 다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닐텐데, 이 작품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그러한 과정을 그리고 있어서 좀 거슬리기도 했고요. 이 작품에서의 그리스인 남편은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었단 말이죠!

물론 범행 이후 재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혐의를 뒤집어 쓴 콜라를 무죄로 만드는 변호사의 작전 등이 법정드라마처럼 펼쳐져서 괜찮긴 하고 영화화되었을 만큼 매력적인 부분이 분명 있으며 막장 인생의 발버둥, 날것 그대로의 이글거리는 심리묘사, 서서히 수렁으로 빠져드는 설정과 전개 등 건질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허나 이러한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통속소설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작품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저는 조금 더 정교한 소설을 좋아합니다. 덧붙이자면, 우편배달부는 역시나 나오지 않네요.

그리고 "이중배상". 이 작품 역시 추리적으로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월터는 보험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훨씬 치밀하고 정교한 맛은 있습니다. "우편배달부..."에 등장하는 프랭크에 비하면 월터는 한니발 렉터 수준이죠^^;; 또 여주인공인 필리스가 희대의 악녀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피터 러브시의 "밀랍인형"에 등장하는 미리엄 급의 악녀로 작품 내내 생기와 매력을 뿜어내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였어요. 이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았던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마무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사랑 때문에 결국 스스로 진상을 고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쿨해보이기는 하지만 범죄 소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였다 생각되거든요. 하드보일드 같지 않은 말랑말랑함도 거슬렸고 말이죠. 차라리 필리스와 불꽃튀는 두뇌대결을 벌이다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범인이 사랑때문에 두손을 들어버리니 희대의 악녀조차 그 빛을 잃어버리더라고요...
그래도 맨 마지막 결말의 묘사는 괜찮아서 다행이더군요. 희대의 악녀의 최후치고는 좀 약하지만 꽤 그럴듯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무난하고 평이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좀 더 높은 점수를 줘도 좋겠지만 마무리부분의 전개와 "우편배달부..." 와 유사한 지나친 통속성이 발목을 잡았네요.

이렇게 해서 두작품 별점 평점은 2.5점 되겠습니다. 하드보일드의 고전이라는 명성만큼이나 대단한 작품인지는 솔직히 의심스럽고 기대에 비하면 실망스럽긴 했지만 범죄소설, 느와르의 원형을 접해본 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하드보일드 작품답게 명대사도 난무하는 만큼 고전 하드보일드 팬들이시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제 추천 명대사는 "나는 토끼가 방울뱀을 사랑하는 것 처럼 그녀를 사랑했다")

PS : 조금 조사해봤더니 원작자 제임스 M 케인은 "알콜중독"으로 사망했더군요. 이거 참, 어울린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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