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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인사동스캔들 (2009) - 박희곤 : 별점 2.5점


400년전 사라졌던, "몽유도원도"에 화답한다는 의미의 전설적 그림인 안견의 "벽안도"가 일본에서 발견되고, 벽안도를 손에 넣은 미술계의 큰 손 갤러리 '비문'의 배태진 회장은 복원전문가 이강준을 꼬드겨 벽안도 복원에 착수한다. 벽안도를 국가에 기증한다고 발표하지만 사실은 복제하여 일본에 팔아넘길 속셈이었다. 벽안도 복원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단 1년! 하지만 갤러리 비문과 벽안도를 노리는 의문의 사고가 하나둘씩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올 상반기에 개봉해서 100만명을 약간 넘기는 흥행을 기록한 영화죠.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그림"과 "복원"에 관련된 "사기극"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극장가서 볼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었는데 마침 모 채널을 통해 유료로 볼 수 있게 되어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미술품과 복원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잘 그려지고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림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는 "회음수"에 대한 묘사는 완전 구라였지만 다른 묘사는 아주 괜찮았어요. 이러한 "복원" 관련 묘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니 잘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얘기겠지만, 당연한걸 잘 못하는 작품도 많았으니까요.
또한 미술품 사기에 대한 묘사들도 여러가지 장치들을 사용하여 설득력있게 표현되고 있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과거 고 박봉성 선생님의 동양화 사기극을 다룬 만화를 연상케 하기도 해서 더욱 반가운 부분이 있었고요.

그러나 캐릭터들, 그 중에서도 너무나 정형화된 엄정화의 배태진 회장과 김래원의 이강준 캐릭터 묘사는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카리스마넘치는 여성 보스와 능글능글하며 뒷통수를 칠 준비를 하는 휘하의 전문가.... "타짜"하고 뭐가 다르죠? 게다가 엄정화는 김혜수가 겹쳐보일 정도의 화장과 의상같은 비쥬얼과 연기를 영화 내내 보여줌으로 인해서 코즈프레 모방작 같다는 느낌을 영화 내내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봐도 이대나온 여자 같더라고요. 그래도 엄정화는 캐릭터 자체는 소화를 잘 했는데 김래원은 정말이지 전혀 이강준역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고의 복원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연령대와 외모의 비쥬얼이라 - 복원한다는 놈이 작업복도 거의 안입고 양복 입은채로 복원을 하는 등 - 설득력이 정말이지 제로였어요. 김래원이라는 배우가 흥행 파괴력을 가진 배우는 아닌데 구태여 이렇게 젊은 배우를 이강준 역에 꼭 썼어야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최소한 40대 이상의 배우였어야 이러한 전문가적 식견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이야기 구조도 불필요하게 사건을 벌이는 탓에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빠른 호흡으로 여러가지 사건들을 숨가쁘게 전개하기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얼렁뚱땅 넘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왜 이강준이 중간 시점에서부터 배태진 회장의 돈을 훔치고 그림을 훔치는 등의 일을 벌이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계획한 대형 사기를 벌이는데 이러한 곁가지 사건들은 괜히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마이너스로만 작용할 뿐인데 말이죠. 마지막의 반전 역시 효과적이고 통쾌한 맛은 있긴 합니다만... 애시당초 배태진이 이강준에게 복원을 의뢰하는 당위성이 전혀 표현되어 있지 않아서 역시나 어설퍼보였습니다. 아울러 곁가지 사건들 때문에 불필요한 등장인물들이 많은 것 역시 감점 요소로 상당히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전 아나운서 최송현 캐릭터가 대표적인데, 몇몇 사건에서 양아치 짓거리 하는거 말고는 도무지 이야기에 도움이 안되는 존재라 왜 나왔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감독의 욕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쓰잘데 없는 이야기와 캐릭터는 날려버리고 복원과 미술품에 신경 쓴, "갤러리 페이크" 같이 이야기의 또다른 주인공인 "작품"에 보다 집중하는 내용이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강준에 대한 설명을 좀 더 앞부분에서 강화하여 이강준이 국내 최고의 복원 전문가라는 것을 보여주고 불필요한 이야기 없이 복원의 어려움, 복제에 대한 긴장감을 좀 더 잘 드러내며 진행하다가 막판에 다른 동료는 없이 권마담만의 도움으로 그림을 바꿔친다는 식으로 갔더라면 훨씬 깔끔하고 극의 몰입도도 높아졌을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주연배우도 좀 더 연륜있는 배우로 교체하고 말이죠.

그래도 사기극을 다룬 작품으로 보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각본에, 앞서 말했듯 빠른 호흡으로 숨가쁘게 끝까지 달리는 맛은 잘 살아있고 마지막 반전도 그런대로 효과적이라 무료한 주말 후를 보내는데에는 적합했던 수준이었다 생각은 됩니다. 동양화와 미술계를 무대로 한 설정도 신선했고요. 장황한 감점요소를 전부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평균은 되는만큼,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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