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심판한다 -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황금가지 |
친구이자 전우인 잭 윌리엄스의 죽음을 접한 마이크 해머는 경찰들 앞에서 스스로 범인을 잡아 똑같은 방법으로 심판할 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잭이 마지막으로 조사하던 한 여자의 사건에 눈을 돌린 마이크 해머는 잭이 암흑가 매춘조직 사건의 핵심 인물의 정체를 알아낸 것을 알게되지만 모든 관련자들이 마이크 해머와 경찰 앞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한편 마이크 해머는 잭의 약혼자 마너의 담당의사이기도 한 미모의 정신과의사 샬롯과 사랑에 빠지는데....
미키 스필레인의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미국 하드보일드 역사상 기념비적인 히트작이기도 하죠. 아주 예전에 읽었었는데 이번의 알라딘 할인행사 덕에 새로운 번역의 판본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읽은 감상평은 요약하자면 "솔직히 이건 추리소설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이야기 구성이 없이 모든 사건이 전부 우연과 "운" 에 의지해서 벌어지고,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연쇄살인을 저지른 대부분의 상황에서 단지 "운" 하나 때문에 위기를 벗어나니 이건 뭐 두뇌게임이고 트릭이고 뭐고 존재할 수가 없죠. 범인이 럭키가이라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었다? 지금 장난쳐? 또한 범인의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약하고 실제로 그러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며, 탐정이라는 마이크 해머조차도 장황한 설명끝에 결국 마지막에 범인에게 이야기하는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이니 이건 뭐 최소한의 개연성도 확보하지 못한 실패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충격적인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약간의 반전과 여운 - 거기서 권총이 등장하다니! - 은 좋았지만 단지 그뿐입니다. 때문에 이건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범죄 수사 소설" 정도의 정의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그야말로 마쵸 중의 마쵸이자 법보다 우선하는 정의관의 사나이 마이크 해머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기에 당대의 인기가 단지 허언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들게 만듭니다. 경찰도 어쩌지 못하는, 왠만한 불량배는 가볍게 요리하는 완력과 사격솜씨에 처음만난 여자 모두가 자기에게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풀풀 발산하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꿈, 드림 그 자체인 캐릭터거든요. 하드보일드 탐정의 필수요소이기도 한 말발 역시 대단해서 지금 읽기에는 캐릭터가 너무 환상적이라 외려 웃음마저 자아낼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만화 주인공이죠.^^
그런데 후대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는 "반영웅" 적인 모습은 다른 하드보일드 탐정들에 비하면 약한 편이라 의아했습니다. 마이크 해머는 공권력과도 친하고 서로 협력하며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거든요. 단지 말과 행동이 좀 거칠뿐이죠. 어차피 죽이는 놈들도 다 악질 범죄자들이고 말이죠. 이정도가 반영웅이라면 다른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거의 빨치산이게요? ^^ 때문에 안티 히어로적인 모습을 기대한 저로서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막 쓴 듯한 펄프픽션이 대히트작이 되어 수많은 아류작을 낳았다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기"는 실력과 완성도 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타야 한다는 증명과도 같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캐릭터의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어쨌건 내용도 실망스럽지만 지금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낡은 작품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구태여 찾아볼 필요는 없어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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