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여행 1.2 세트 - 전2권 -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윤지은 옮김/살림 |
연말이라 모임이 많아서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요즈음입니다. 덕분에 만화책을 많이 읽게 되네요.
이 책은 <<배빵빵 일본 식탐여행>>의 저자 다카기 나오코가 혼자 여행을 다닌 이야기를 그려낸 여행 에세이 만화입니다. 1~2권을 거쳐 북으로는 삿뽀로와 하코다테, 남으로는 오키나와와 하카다까지를, 지하철에서 장거리 버스와 배, 비행기, 심지어 침대특급 열차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소와 방법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내용은 그야말로 평범한 여행기! 제 친구나 가족이 여행 다녀왔다고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은 평범함이 매력적입니다. 유명한 관광지라도 명승지 순례보다는 먹부림이나 온천 목욕 등 자신만의 경험담 소개에 주력하고 있는 덕분이죠.
소개된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는 일본 최장거리를 달린다는 심야버스 '하카타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신주쿠에서 하카타까지 무려 14시간 20분을 달리는 버스로 비용은 편도 15,000엔! 시간과 비용의 스케일이 심히 남다른데 심지어 중간에 교통 사고 등으로 무려 19시간이나 걸려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내용에서 황당함의 정점을 찍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국민성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우리나라였다면 아마 폭동과 거센 항의가 있었을 것 같거든요. 저 역시 예전에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었을 때 비슷한 문화 충격을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뭔가 놀이기구를 타려고 거의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급작스러운 문제가 생겨 못 타게 되어 버렸죠. 그런데 줄을 한시간 넘게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뿔뿔이 흩어지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나라였다면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또 목적지였던 하카타 역시 아주 가 보고 싶게끔 소개되고 있습니다. 규슈 국립 박물관은 정말이지 꼭 한번 가고 싶네요. 유명한 라면을 비롯한 다른 먹거리들도 관심이 많이 가고요. 물론 도쿄에서 14시간이나 버스를 탈 생각은 없습니다만...
하지만 침대특급열차 북두성 (호쿠토세이)호는 이야기가 다르죠. <<에키벤>>에도 등장했던 기차인데 정말 한번 타보고 싶더라고요. 홋카이도, 하코다테 역시 평상시 가보고 싶었던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맛있는 해산물은 물론 <<백성귀족>>의 화려한 농산물까지 모두 다 먹어보고 싶거든요.
단, 비용은 문제입니다. 종점 삿포로까지 27,170엔이나 된다고 소개되는데 확실히 부담이에요. 식사도 별도 비용이니 적어도 3만엔은 넘겠죠? 서울 (인천)에서 삿포로까지 직항 왕복으로 국내 항공사편으로더 50만원이 안되는 것으로 조사되는 만큼... 제 평생 북두성 호를 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누가 선물이라도 해 주면 모를까.
그러나 <<배빵빵 일본 식탐여행>>보다는 재미가 덜했습니다. 독신 여성이 혼자하는 여행에 대해 제가 공감할 부분이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다카기 나오코는 혼자서는 밥집도 잘 못 들어갈 정도로 소심한 독신 여성으로 저자와 코드가 맞는다면 즐길거리가 많았겠지만 저에게는 무리였습니다.
또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 공감할만한 주제가 많지 않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한국인이 구태여 일본까지 가서 템플 스테이를 하거나 단식 체험을 할 이유는 없죠. 마찬가지 이유로 직항편이나 다른 교통 수단이 있는데 구태여 도쿄에서 장거리 버스나 침대 열차를 탈리도 없을테고요.
차라리 먹부림 쪽을 더 강조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배빵빵 일본 식탐여행>>과 주제가 겹치니 저에게는 여러모로 애매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꽤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나 40대 남자 감성으로 소화하기에는 애매해서 감점합니다.
덧붙이자면, 일본을 또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가더라도 외진 곳을 갈리야 없겠지만 그나마 가마쿠라가 여러모로 저에게 현실적인 여행지인 듯 합니다. 가마쿠라의 계란말이 가게 '오자와'는 가게 되면 꼭 들러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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