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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화가 - 미쓰다 신조 / 현정수 : 별점 2.5점

화가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호러영화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 레나. 코타로가 곧바로 이사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하자.

곧 중학생이되는 코타로는 할머니와 함께 치바에서 머나먼 도쿄 근방의 무사시 나고이케라는 낯선 지역으로 이사온다. 코타로의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로 사망한 탓.
코타로는 새 집에서 왠지모를 기시감을 느끼고, 이후 집 안에서 온갖 이형의 존재와 사투를 벌이게 된다. 동네에서 사귄 새 친구 레나와 함께 이유를 밝혀내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코타로는 오래전 신문을 통해 그 집에서 10년 전 일가족이 이웃집 정신병자에게 살해되었다는 것, 그리고 유일한 생존자는 바로 코타로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화가 (禍家)'는 한국말로 하자면 '재앙의 집' 이겠죠? '집' 시리즈 답게 '집'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자 장치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새롭지는 않습니다. 설정부터가 진부하기 때문입니다. 몰락한 막장 명문가 (수많은 작품들...), 잔인하게 일가족이 살해당한 사건 (수많은 작품들...), 이형의 존재가 지나가는 길이나 궤도에 있으면 죽거나 해를 입는다 (<<귀담백경>>의 <<방울소리>> 라던가 <<백귀야행>> 등등등), 죽음의 연쇄는 막을 수 없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데스티네이션>> 등등등) 등 모두 어디선가 보아왔던 설정들이죠.
뻔한 설정이라도 미쓰다 신조라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작가의 장기인 일본적인 요괴나 주술, 심령 묘사가 두드러지지 않는 탓입니다.

악역인 시미에의 작전도 허술합니다. 코타로의 양부모를 죽인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레나와 친해진 후, 코타로와도 격의없이 지내게 된다던가 하는 과정은 그렇게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코타로와 할머니가 이 곳으로 이사오리라 생각한 것 부터가 말이 안되죠. 어떤 어머니가 아들 가족이 살해당한 집에 손자를 데리고 다시 이사를 간답니까?

다행히 장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뻔하지만, 뻔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쓰였다는 뜻이고 많이 쓰였다면 그건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죠. 이에 더해 극단적으로 말하면 초등학생의 모험물이라 할 수 있는 작품 특징 덕분에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특히 코타로 소년 캐릭터가 괜찮습니다. 급작스럽게 닥치는 여러 사건과 사고 속에서 의지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며 자신의 힘으로 어려움을 돌파해나가려는 전형적인 '점프식' 주인공인데 작품과 잘 어울렸어요. 아울러 주인공이 어리고 모험물적인 전개를 갖춰 작가 특유의 장황하면서 복잡한 묘사가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죠.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시미에가 사실 가미츠케 가의 딸인 시메이로 오빠의 유지를 받들어 범행을 끝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몇몇 디테일로 드러내는 장면이 대표적이에요. 예를 들면 코로가 화요일, 목요일 낮에 짖은 이유를 가정교사로 레나 오빠의 공부를 봐 주기 위해 오는 시미에의 동선과 일치시키는 식이죠. 물론 개가 짖는다고 지나가는 사람이 다 살인범은 아닐테니 말도 안되는 설정이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이러한 디테일들을 통해 시미에의 존재를 눈치챈 두번의 기지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개 코로까지야 그렇다 쳐도 레나에게서 받은 부적이 휴대전화였다는 반전은 정말이지 멋졌습니다.
또 정신병자 살인마 카미츠케 군지의 범행은 사당에서 뛰쳐나온 이형 존재의 동선에 위치한 자신의 집 대신 맞은편 무나카타가를 이용하려는 것이었다는 진상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신병자나 할 법한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긴 하나 이에 이르는 과정을 나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충분한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더라도 영적인 무언가에 대한 묘사는 충분히 섬찟합니다. 형태를 그리지 않고 분위기와 소리만으로 공포심을 자아내는 묘사력은 여전히 발군이에요. 이들은 살인범 카미츠케 군지를 제외하면 모두 살해당한 코우타의 가족으로 무언가를 코우타에게 전하기 위해 딱 한번만 나타난 것이라는 반전도 나쁘지 않고요.
허나 반전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 반전 탓에 이후 이들에 대한 공포가 사라져버린다는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점은 사당에 관련된 그럴싸한 설정과 묘사 - 여기에 있는 건 구제할 수 없는 절망, 불합리할 정도의 우월감, 끝을 모를 악의, 압도적인 광기, 소름돋는 증오, 너무나도 제멋대로의 살의... -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굉장히 무서운 무언가처럼 묘사하다가 별다른 설명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되어 버리거든요. 사실 이해가 잘 안되는게, 군지가 사당을 박살낸 후 무언가 탈출(?) 했다면 사당은 그냥 빈 껍데기가 아닌가 싶은데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건 문제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레나와 코타로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이 (초중반부에 등장했던 정체모를 꼬마 아이로 보이는) 가미츠케 가문의 단 하나남은 소년의 등장으로 마무리 되는 것도 좋았어요. (그런데 만약 소설대로라면 결국 코타로는 죽게될 것 같은데 레나와 곧 태어날 아이까지 그렇게 될지... 좀 많이 걱정이 되는군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춘 작품인데 미쓰다 신조 입문으로는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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