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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3

협반, 남자의 밥 (2016) : 별점 2점

3류 대학에 다니던 졸업반 취업준비생 료타는 집 앞에서 우연찮게 야쿠자들의 총격전에 휘말렸다. 도망가던 료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야나기바 구미의 두목 야나기바와 부하 히노는 어쩔 수 없이 료타의 집에 숨어들었고, 이후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일본 드라마 한 시즌을 전부 챙겨본 건 오랜만이네요. 제목이 마음에 들어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어서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요리를 다룬 일본 드라마는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주로 '먹으러' 다니던 최근 트렌드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요리사 역할이 등장하며, 그 역할을 수행하는 야나기바가 야쿠자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단순히 독특함을 위한 설정은 아닙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한 끼를 최선을 다해서 잘 먹자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요리를 잘 한다는 설정이거든요. 그래서 요리 실력에 대해 나름대로 설득력을 부여해 주고 있습니다. 료타의 집에 숨어지낸다는 설정 덕분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집밥"이 중심이라는 점도 좋았고요.

또 이러한 설정과 내용, 요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예를 들면 야나기바를 빚 받으러 온 건달로 오해한 료타의 친구 요스케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심부름을 보냈을 때, 일부러 음식 재료를 묘하게 잘못 사 오지만(그래서 요리를 실패하면 요리사가 아닌 것으로 들통나도록), 오히려 그걸로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식입니다.

요리 드라마답게 방송을 통해 등장하는 요리의 레시피라던가 비결도 확실하게 알려주는 점도 좋았어요. * 혹 요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TV Tokyo 홈페이지에 공개된 레시피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좋았던 것은 초중반부까지뿐, 뒤로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고 맙니다. 수습이 안 될 정도로요. 야나기바에게 협력하던 야쿠자 똘마니가 죽는 등 흥겨웠던 분위기가 무겁게 흘러가고, 마지막 편은 야나기바가 사실은 경찰이었다! 는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야쿠자보다야 경찰이 낫기는 합니다. 야나기바 두목이 아무리 요리를 잘 하고, 의리도 있고, 료타와 친구들의 고민을 허투루 듣지 않고 어떻게든 필요한 조언을 해 주는 등 그야말로 멋진 '어른'처럼 그려지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야쿠자를 미화하는 작품은 쓰레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깡패에 불과한 인간들로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존재들이니까요. 협객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 중반부에서 아무런 복선도 보여주지 않다가(유일한 복선이라면 료타의 집 창문 밖을 항상 바라본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 정도로 야나기바가 경찰이라는 것을 짐작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마지막 회 10분 정도를 남기고 '경찰이다!'라니 이건 너무 상식 밖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급작스럽게 끝날 정도로 인기가 없었나 싶은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료타와 료타 친구들의 성장기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볼만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에피소드 한두 편에서 다루어지고 끝나는 정도라 부족하며, 료타의 취업도 그 동안의 고군분투가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탓입니다. 갑자기 끝난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인 셈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초중반부까지의 재미와 10화로 완결되는 짤막한 구성은 좋지만 료타의 취업 분투기, 야나기바의 야쿠자 조직 사냥, 요리,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지는데에는 실패한 작품입니다. 권해드리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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