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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0

스파이 vs 스파이 : 블랙(& 화이트) 작전 - 안토니오 프로히아스 / 최연석 : 별점 1.5점

스파이 vs 스파이 : 블랙(& 화이트) 작전 - 4점
안토니오 프로히아스 지음, 최연석 옮김/시공사(만화)

흰색과 검은색, 똑같이 생기고 색깔만 다른 멸치처럼 생긴 스파이 두 명이 복잡한 장치와 계획을 가지고(주로 부비 트랩이죠)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인 "스파이 대 스파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수십 년 전 모 잡지(아마도 "학생과 컴퓨터"?)에서 처음 접했었지요. 슈퍼 히어로나 유명 캐릭터물만 있는 줄 알았던 미국 만화에서 처음 접했던 파괴적인 슬랩스틱 개그물이라는 문화 충격과 함께 정교한 그림, 쉽고 재미난 이야기로 즐겁게 감상했었습니다.

허나 이후 게임까지 등장한 인기에 비하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정식 소개된다는 것을 알고 출간과 동시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피천득의 "인연" 같은 느낌입니다. 예전의 좋았던 추억은 추억대로 남겨 놓는게 좋았습니다. 괜히 구입해 읽었네요.
일단 책 소개를 보면 24건을 가려 뽑았다는데, 대체 무슨 기준으로 뽑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느꼈던 정교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은 탓입니다. 특히나 "스파이 대 스파이"의 핵심은 일종의 '골드버그 장치'스러운 장치들을 활용한 개그인데, 그런 이야기의 비중이 너무 낮습니다. "유도탄 장난"이나 "잠수함 대결", "출구에서 출구로" 등 전체에서 반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아요.
또 생각외로 잔인한 발상들도 눈에 거슬립니다. 원숭이와 뇌를 바꾸어 골탕먹인다는 이야기, 피라냐를 먹인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재미있지도 않고 기분만 불쾌해질 뿐이었어요.

게다가 어렸을 때에 보았던 버전은 잡지 판형으로 한 페이지에 한 에피소드가 들어가는 식이라 화면이 축소된 덕에 작은 컷 안에 정교함이 잘 살아 있어서 좋았는데, 복간본은 한 페이지가 거의 1~2컷입니다! 원래 미국에서도 이렇게 발표된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페이지를 몇 컷으로 소화할 정도로 컷의 밀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컷 분할에 따른 흐름과 호흡도 잘 느껴지지 않았고요. 특히 작품의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으로 보다 보니 스파이들의 대결이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 책만큼은 판형을 키워서 1~2페이지에 한 편 정도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출간되었어야 합니다. 페이지는 얇아지더라도 훨씬 가치가 높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잊혀진 클래식의 재발굴 복간은 분명 환영할 일입니다. 지금 읽기에 낡아보인다는건 충분히 감안할 수 있고요. 그러나 이를 뛰어넘을 정도로 재미도 없고 책의 완성도도 낮아서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혹 저와 같이 옛 추억 때문에 구입을 고려하신다면, 부디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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