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장르입니다. 관심이 가는 책은 꾸준히 구입했고, 지금도 유심히 찾아보고 있는 장르이지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치아키의 이 책도 이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식 장르는 '단편 에세이 만화'이지만, 수록된 그림이 워낙 뛰어난 덕분입니다.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붓 터치와 풍부한 색감으로 그려낸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즐겁고, 식기와 주방용품, 집 안의 소품들까지 하나의 일러스트처럼 정성스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가 않네요.
요리와 음식, 식기와 생활 소품, 그리고 집에서 보내는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 특별한 사건 없는 잔잔함도 매력적입니다. 또 음식을 소재로 한 에세이 만화는 많이 봤지만, 식기와 식탁이나 생활 소품을 이렇게 비중 있게 다룬 작품은 처음이라 신선했습니다. 각각의 물건에 담긴 고민과 추억을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이 잘 드러나고요. 정말 요리와 음식,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어느 작가가 젓가락 받침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요? 휴일에 집에서 여유롭게 하이볼 한 잔을 즐기는 모습은 공감이 팍팍 갔습니다.
반면 드라마로서의 재미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기에 단점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요. 그러나 책의 성격 상 e-book으로 출간되는게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확대해가면서 그림들 디테일을 더 잘 보고 싶거든요. 너무 작게 인쇄된 글자들을 읽기도 힘들고요.
그래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나, 잔잔한 힐링 에세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e-book으로 출간될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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