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에버노트를 2012년부터 사용해 왔습니다.
처음 사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웹 클리핑 기능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읽다가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하면 기사든 블로그 글이든 간단하게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직접 작성한 글과 메모까지 더해졌고요. 그렇게 14년 가까이 사용한 지금, 에버노트에 쌓인 노트는 34,246개입니다.
처음에는 무료로 사용했지만 저장하는 자료가 늘어나고 사용 빈도도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유료 회원으로 전환했습니다. 유료 결제를 이어온 지도 약 10년이네요.
그동안 에버노트의 가격 정책은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요금이 오르기도 했고, 요금제 구성이나 이름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사용하는 범위에서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1년에 몇 만 원 정도라면 자료를 보관하고 검색하고 웹페이지를 쉽게 스크랩하는 비용으로 받아들일 만했으니까요.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계속 결제해 왔습니다. 작년에는 연간 이용료로 99,000원을 냈었지요.
그런데 최근 변경된 요금제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변경된 요금제로 제가 사용하게 된 Evernote Starter의 연간 요금은 75,399원입니다. 그런데 현재 Starter 요금제에서 만들 수 있는 노트는 최대 2,000개입니다. 노트북은 20개, 첨부파일은 1,000개, 저장공간은 5GB, 동기화할 수 있는 기기는 3대로 제한됩니다.
물론 Starter 가입자라 해도 기존 노트가 삭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노트를 열어 보고 수정하거나 내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트 수가 한도를 넘은 상태에서는 더 이상 새 노트를 만들 수 없습니다. 당연히 웹 클리핑도 불가능하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에버노트를 계속 사용하려면 Advanced 요금제로 올라가야 합니다. 한국 기준 연간 요금은 Starter의 75,399원보다 매년 115,0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지금보다 약 153%가 늘어나며, 전체 이용료는 약 2.5배가 됩니다.
이건 단순히 가격이 조금 오른 게 아닙니다. 10년 가까이 유료로 사용하면서 3만 개가 넘는 노트를 쌓아 온 이용자가 지금까지 하던 일을 계속하려면 연간 이용료를 7만 5천 원에서 19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거니까요.
물론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비용이 들고, 운영비가 오르면 구독료도 오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비용을 지불해 왔으니 유료 서비스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기존 사용자의 기능을 줄여 놓고, 그 기능을 계속 사용하려면 훨씬 비싼 요금제로 옮기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네요. 적은 금액도 아니고, Starter 역시 Advanced의 약 40%에 해당하는 비용을 내는 유료 요금제인데, 제 사용 방식에서는 새 노트 생성과 웹 클리핑이라는 핵심 기능조차 사실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에버노트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동안 백업에는 너무 무심했습니다. 3만 개가 넘는 노트가 들어 있는데도요. 백업은 번거로웠고, 매년 비용을 내고 있으니 에버노트가 계속 잘 보관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저는 좋아하던 서비스가 사라지는 일을 이미 몇 번 겪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글루스입니다. 20년 가까이 사용했던 블로그 서비스였지만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오랫동안 제 기록을 쌓아 온 공간도 서비스가 끝나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구글 뮤직도 마찬가지예요. 구글이 운영하는 서비스라고 해서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기업의 판단에 따라 서비스는 언제든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들과 달리 에버노트는 아직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어떤 서비스도 제 기록을 영원히 보관해 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버노트와 이별을 준비하려 합니다.
우선 34,246개의 노트를 제 손에 다시 가져올 겁니다. 에버노트에만 있는 자료를 백업하고, 필요한 것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앞으로 사용할 웹 클리핑 대안도 마련할 생각이에요. 웹 클리핑은 우선 Firefox의 SingleFile로 HTML 파일을 저장한 뒤 Google Drive에 자동 백업하는 방식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본문 검색은 ChatGPT 연결을 활용하고요.
당연히 이 방식은 하나의 서비스에서 통합된 경험을 제공했던 에버노트보다 불편합니다. 그래도 서비스는 빌려 쓰는 것이지만, 기록은 결국 제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이글루스와 구글 뮤직을 떠나보낼 때 이미 어렵게 겪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14년 동안 에버노트에 쌓인 3만 4천여 개의 노트가 지금 다시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고 데이터를 제가 직접 보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블로그에 쌓인 글들은 나중에 어떻게 백업하면 좋을까, 벌써부터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